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였다. 이어폰을 꽂은 채 나의 갈 길만을 묵묵히 한눈팔지 않고 빠르게 걷고 있었다. 그렇게 공원에 들어설 때쯤이었다. 초등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가 걸어오는 쪽을 향해 입을 뻥긋뻥긋거리고 있었다. 저맘때 애들이야 워낙 자기세상이 강해서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엔 이상하다 싶은 행동들도 많이 하니까, 한참 그럴 때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려고 했으나, 이윽고 그 아이의 눈이 정확하게 나를 쳐다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랫소리가 생각보다 컸던 건지, 이 싸구려 이어폰이 의외로 방음이 잘 됐던 건지 그 아이가 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 이어폰을 빼야 했다. 언제부턴가 늘 그랬다. 그다지 무서운 인상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