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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12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에필로그.

쥐어짜낸 끝부분 이야기 고속도로에서도 어김없이 우린 100Km를 넘지 않았다. 야간 운전이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결과 부산에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먼저 찬을 버스 정류장에 내려준 후, 갑작스런 헌의 급출발에 사고가 날 뻔 했고, 원의 외침에 다행히도 사고는 면했다. 하마터면 다 와서 망칠뻔 했다. 그리고 당시 난 집에 가는 버스가 일반일지 심야일지를 고민해야 하는 나름 긴박한 상황이었다. 11시가 넘어가고 얼마 뒤부터 심야 요금을 받는 버스를 타야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런 순간에 헌과 원은 아까의 위험했던 상황으로 인해 적잖이 긴장을 했는지, 유턴후 우회전을 해서 도로로 나가야 하는 순간에 너무 일찍 우회전을 해버려 대형마트 주차장으로 올라가 버렸다. 미칠 것 같았지만, 간신히 ..

Blogcasting/여행 2009.03.10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10.구룡포와 호미곶해맞이공원

청어과메기보다는 꽁치과메기가 더 고소하다는 큰 깨달음 7번 국도를 타고 포항으로 향했다. 영덕에서 포항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렸다. 다른 차들처럼 갔다면 훨씬 더 일찍 포항에 도착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에코드라이빙, 경제적인 운전, 안전 운전을 지향했기에, 약간씩 늦고 있었다. 아니, 우린 정상적인 시간을 소요했고 다른 차들이 좀 더 빨랐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해는 늬엿늬엿 저물어 가고 있었다. 유독 뿌연 하늘에 해는 이미 빛을 많이 잃어가고 있었다. 포항에 다와가던 그 국도위에서 수상한 안내판을 보았다. "저건 뭐지?" "이 근처인가 보네?" "제기랄, 우리 잠시 들릴까?" "뭐 할라고?" "똥이나 싸고 가게." 내 말에 모두들 웃었지만, 그 웃음은 쓰디썼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안내판의 문..

Blogcasting/여행 2009.03.09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9.영덕풍력발전단지

바람과 함께 사라질 뻔 영덕 해맞이 공원에 도착했을 때부터 우리 머리위로는 거대한 바람개비 하나가 산 너머로 보이고 있었다. 이상하게 설레었다. 영덕 해맞이 공원에서는 가까이에 있었지만, 얼른 보고 싶은 마음에 가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산길을 가는 중에 '사진 찍는 곳'이 있었고, 거기서 몇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거기엔 발전기 한 기만 서있었다. 설마 이게 다란 말인가. 그냥 여기서 사진 찍고 가면 끝이란 말인가. 실망스러웠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아니겠지, 아닐꺼야 하면서 우린 좀 더 가보기로 했다. 좀 더 가보니 눈 앞에 커다란 바람개비들이 능선 곳곳에 서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길의 끝에 건물들이 있고, 많은 차와 사람들이 보였다. 역시, 그걸로 끝이 아니었어. 건물 근처에는 ..

Blogcasting/여행 2009.03.07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8.영덕해맞이공원

맑은 바다와 예술 혼 국도를 따라 달리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곳에서 지방도로 빠졌다. 우리는 울진을 떠나 영덕에 들어와 있었다. 목적지는 영덕 해맞이 공원이었다. 네비게이션이 알려준 도로는 공사때문인지 막혀있었다. 헌과 우리는 당황했지만 일단 비슷한 방향으로 난 길로 가기로 했다. 경로는 곧 재설정되었고, 우리는 무사히 해맞이 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전에는 뿌옇게 흐렸던 하늘이 점심이 지나자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2월 초라고 하기엔 화창한 날씨에 주말이기까지해서 사람이 꽤 많았다. 해맞이 공원에 딱히 주차장이 마련되어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도로 양 옆으로 빈 자리 하나없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린 해맞이 공원을 지나치고 꽤 갔음에도 자리가 없어 차를 돌려 다시 해맞이 공원을 지..

Blogcasting/여행 2009.03.06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7.불영사

비구니 도량에 간 총각들 망양정에서 불영사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역시나 졸음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잘 수는 없었다. 그냥 자기에는 헌에게 좀 미안했다. 그는 운전때문에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안한 마음 반, 생명을 유지하고픈 맘 반으로 힘겹게 졸음과 싸웠다. "원은 자네." "안 잔다." 분명히 졸고 있는 것 같았는데, 원은 끝내 부인했다. 원의 머리엔 무안하게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다. 헌은 우리보고 잠오면 자라고 속에도 없는 말을 했다. 우린 잠들지 않기 위해 뭔가 이야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어젯밤 이미 웬만한 이야기들은 다 했고, 또 너무 많이 웃고 떠든 바람에 목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목을 쥐어짜냈다. 그야말로 투혼의 수다. 헌은 운전하기에 바빴고, 원과 찬은 그저 듣다가 맞장구..

Blogcasting/여행 2009.03.04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6.망양정

 天텬根근을 못내 보와 望망洋양亭뎡의 올은말이... 원래 계획은 9시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민박집을 떠나는 것이었다. 내가 가장 먼저 일어났는데, 일어나서 시계를 보니 9시였다. 나머지 셋은 여전히 자고 있었다. 추측해보니 새벽 4시쯤에야 다들 입다물고 잤던 것 같다. 5시간 밖에 못 잔거니 우리의 평소 성향으로 봤을 땐, 내가 이상한 거 였다. 내가 먼저 씻고 이리저리 다니면서 찼더니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일어난 원이 씻고 둘이서 설거지를 하러 부엌으로 갔다. 어제 고스톱에서 진 결과에 승복하기 위해. 그런데 생각보다 설거지 양이 많지 않았다. 원이 한사람에게 몰아주자고 가위바위보를 제안했다. 상처뿐인 3관왕을 한 나에게. '넌 다른 것들도 해야하니 설거지는 내가 할게'따위의 배려..

Blogcasting/여행 2009.03.03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5.민박집

 눈물의 삼겹살과 애증의 고스톱 우리는 일단 망양정쪽으로 향했다. 오늘 망양정에 가기엔 좀 늦은감도 있었고, 얼른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해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일단 네비게이션에 망양정을 찍고 달렸다. 우린 숙소를 잡은 후 장을 보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저녁메뉴는 삼겹살로 정했다. 일단 망양정 근처에 다다르니 펜션이 하나 보였고 네비게이션에는 민박집 하나가 표시되었다. 일단 펜션 건물 벽에 적힌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서 방값을 물어봤다. 6만원이었던 것 같았다. 그 펜션 앞에 네비게이션에 나와있는 민박집이 있었다. 전화를 걸어 가격을 알아보니 4만원이라고 했고, 우리는 일단 방을 보기로 했다. 원과 내가 울진 특유의 말투를 진하게 쓰시는 주인 아주머니와 함께 우리가 묵을 방을 둘러 봤다. 총 3층에 ..

Blogcasting/여행 2009.02.28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4.성류굴

 죽어야 산다 급하게 성류굴 매표소에 전화를 했다. 월송정에서 너무 오래있어서, 자칫 오늘안에 성류굴 관광은 힘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입장이 가능한지 물어봤다. 다행히도 5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도착하기까진 충분했다. 우린 언제나처럼 60Km 정속으로 달리는 친환경 경제 드라이빙으로 성류굴로 향했다. 비수기라 그런지 관광지는 늘 한산했다. 겨울이라 풍광이 아름답진 않지만, 사람이 한산하다는 것은 좀 더 온전하게 그곳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니까. 아릅답진 않아도 나름 분위기있는 경치였기에 기분은 좋았다. 게다가 동굴탐사. 티비에서는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동굴에 가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화면속의 종유석들은 정말 아름답고 신비하지 않았던가. 게..

Blogcasting/여행 2009.02.23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3.월송정(越松亭)

그때 그 사선(四仙)이 지금 다시 월송정에 온다면 시속 60Km를 유지하면서 한적한 논밭들 옆으로 난 도로를 달렸다. 겨울이라 인적은 없었다.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푸근해진다고 그래서 참 좋다고 원이 말했다. 거기다 거름냄새가 은근히 날려오면 구수하니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모두들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창문을 살짝 열었다. 거름냄새가 났다. 구수하다 싶더니 이내 찐해졌다. "아이, 똥냄새. 원, 그만좀 싸라." 멋들어진 평해황씨시조종택을 지나 월송정 주자창에 도착했다. 오후 2시쯤이었을 것이다. 이정도라면 성류굴과 망양정은 여유롭게 갈 수 있을것이다. 사진좀 찍고 구경하다 가면 여유로울 듯 했다. 울창한 소나무숲을 옆에 끼고 난 길을 따라 월송정에 올랐다. 역시 나름의 조사를 해온 찬이 설명을 한다. ..

Blogcasting/여행 2009.02.21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2.후포항

 우리도 이제 게맛을 안다. 넓은 광장과 같은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평일이라 그런지 붐비진 않았다. 어쩌면 영덕 강구항도 아니고 울진 죽변항도 아닌 후포항이라 덜 유명해서 사람이 적은 것인지도. 하지만 그런 이유때문에 적어도 우리의 선택은 받을 수 있었다. 인생 첫 대게를 이곳에서 먹게 될 것이다. 드디어 대게를 먹는다는 설렘과 함께 걱정이 시작되었다. 어리바리한 손님들에게는 홍게를 대게로 팔고 수입산을 국내산으로 속여판다는 정보를 어디선가 들었기 때문이다. 내리기 전에 다짐한다. "우리 초짜인거 티내면 안된다." "홍게와 대게가 어떻게 다른지 아나?" 이 질문엔 찬과 헌이 자신있어 했다. 더불어 박달게의 외형까지도 알고 있는 듯 했다.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는 어쩔 수 없겠지만, 적어도 종(種)은 구..

Blogcasting/여행 2009.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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