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 매미 8년을 땅 속에 묻혀 있었다. 뜨거운 햇빛에 날개가 바삭거릴 때 울컥 솟아오르는 수액처럼 울음이 터졌다. 불어오는 바람에 다리가 가려울 때 비로소 한 번 울음을 토해낼 수 있었다. 마침내 울어 볼 수 있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로 가득 세상을 채우고 싶다. 온 대기가 떨리도록 이 더위가 다 녹도록 이 여름이 끝날 때까지 울어댈 것이다. 이 여름이 끝이라 해도 울어 낼 것이다. Blogcasting/詩發 2015.08.15
[습작] 가을나무 하늘을 닮은 파란 날은 찬바람에 날아갔다. 뿌리 박힌 곳으로 곤두박질한 붉은 태양처럼 색바랜 추억들은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였다. 한 번은 닿고 싶었던 뻗을수록 금이 가는 하늘은 파랗다. Blogcasting/詩發 2014.11.03
[습작] 한밤의 돌담 길 우르르릉 오백 년 전 내린 큰 비에 팔공산 돌들도 마을에 내렸단다. 마을에도 마음에도 돌로 가득 찼다가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말이 돌담을 쌓았단다. 몇 번이나 눈이 녹은 후에 돌로 덮였던 길에선 새살이 돋아났고 돌담에서 얼굴에서 산수유 꽃 피어났다. 한밤의 이야기 틈틈으로 산수유 노란 달빛이 스미었고 가슴에 쌓이었던 돌이 고택에서 돌담길로 이야기 따라 돌돌돌 굴러가고 있었다. 군위 한밤마을 남천고택을 다녀와서 씀. Blogcasting/詩發 2013.03.21
[습작] 雪木 향그럽던 꽃 중력을 거슬지 못하고 눈물로 져버린 날 있었으리라. 노래하던 이파리 바람따라 날아가 버리고 빈 가지로 위잉- 흐느낀 때 있었으리라. 지난 밤 눈 내리고 이제는침묵으로 짊어진 채 향기 자욱 노래 자욱 뿌리로 어루만지며 기다리어다 언제고 따스이 온 몸을 적시운 채 파릇 파릇 파르릇 새 이파리 새파랗게 돋울지어다. ... 이걸 시라고 썼다니...근데 2013.3.13 에 다시 씀 Blogcasting/詩發 2013.01.07
[습작] 꽃이 지네 꽃이 지네 봄이 오메 나무들의 생식기가 활 짝 ― 피었습니다. 바람에 실려 온 짝짓기의 향기가 그윽합니다. 아아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꽃처럼 싱그러운 연인들도 그들의 꽃을 피워냅니다. 나의 생식기가 꽃이라면 나의 짝짓기도 향기로울까요. 바람따라 날리는 분분한 낙화……. 할 일을 마친 생식기들이 지고 있습니다. 할 일이 없는 나의 꽃이 지고 있습니다. 2012.4.13 밤에 처음 씀. Blogcasting/詩發 2012.04.14
[습작] 낙엽이 단풍에게 너는 하늘처럼 곱게 물들어가고 나는 다만 바스락거릴 뿐. 2013년 3월 22일 제목수정2013년 11월 12일 내용일부수정 Blogcasting/詩發 2011.11.25
[습작] 외할머니의 '情' 젖은 낙엽같이 몸 고이 누이시고 십 년이나 이십 년이나 오신 걸음 그대로 되걸어가시어 일곱살 손자에게 주신 정 하나. 시간을 넘겨 받은 그것에는 그 시간으로도 채울 수 없는 따뜻함 같은 것이 있었다. 이제는 늙지 않을 고운 따뜻함이었다. - 영원히 기억속에서 살아계실 외할머니께. 2010년 12월에 다시 쓰다. 2011년 1월에 부분수정 Blogcasting/詩發 2010.12.29
[습작] 겨울 나무 새들도 날아가 버린 슬픈 노래에 공명(共鳴)하는 심장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흐느끼우는 가지마다 상념(想念)을 간직한 채 새눈 속 봄이 터져나올 때 까지는 춤을 추며 견디고 있을 너. 을숙도에서, 로모 lc-a, 파란선인장 2010.2.22 부분 수정 2010.6.28 2차 수정 2013.3.22 수정 Blogcasting/詩發 201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