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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asting 161

새해 인사

인간은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연의 존재들을 분절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무지개를 7가지 색으로 인식하는 것은 빨주노초파남보 라는 색으로 무지개가 이루어졌다고 언어로써 분절함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바다나 하늘이나 산 등을 모두 푸르다라고 하는 것도 이런 언어의 분절성이 관여하면서 생기는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어이없게 이런 이야기를 꺼낸 건 새해라는 것 역시도 시간이라는 자연현상은 끊이지 않고 이어져있어 어느 한 부분이 특별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며, 또 그런 부분을 나눌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 임의로 시간을 분절시켜 인식하고 그 분절된 단위단위들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특별하게 여기는 것 뿐이라는 것이다. 즉 어제 뜬 해와 오늘 뜬 해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도 없으며..

드디어 크리스마스인가요?

엠넷의 director's cut 이란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최근에 했던 방송에서는 시즌이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캐롤을 만들었는데 노래도 좋고 가사도 좋고 출연자도 좋아서 재밌게 봤었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줄지도 모르니 울면 안된다는 노래나, 이제는 지구 온난화로 일어날 확률이 점점 낮아지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는 것이나, 사람을 마냥 들뜨게 해서 뭔가 하지않으면 아주 쓸쓸하게 만들어 버리는 노래들 보다는 현실적이면서도 뭔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런 노래가 좋다기 보다는... 아, 크리스마스 ㅠㅠ

별 헤매는 밤

추석이 다가오던 밤이었던 것 같다. 자정이 넘어 시골 마을에 도착해 졸린 눈을 비비며 할머니댁으로 걸어가던 중이었다. 매년 겪는 일상적인 일이었던 경험이 십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은 무심코 올려다 본 밤하늘의 별빛들 때문인 것 같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었고,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 하나에 꿈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희망과, 별 하나에 순수와……. 마치 수많은 LED를 박아놓은 것처럼 빼곡히 반짝이고 있어 밤하늘의 어둠마저 사라져버린 듯 했다. 수많은 반짝임들과 함께 개구리 소리인지 풀벌레 소리인지 모를 소리들이 합쳐져, 마치 별들이 와글거렸던 밤이었던 것 같다. 공원 벤치에 앉아 다시 쳐다 본 하늘에는 별이 없었..

쿨하게 혼자 영화보기.

간편하지만 심플한 멋이 있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는다. 헤어스타일은 꽤 괜찮지만, 굳이 멋을 위해 모자를 쓴다. 그 위에 쓴 헤드폰에서는 얼마 전에 구입한 서태지 8집의 노래가 나오고 있다. 씨디플레이어와 핸드폰, 지갑을 넣은 작은 가방을 옆으로 메고 집을 나선다. 한낮의 후덥지근함이 사라진 여름밤의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적시며 지나간다. 오늘 밤 난 쿨하게 혼자 영화를 보러 간다. 영화 '마더'가 너무 보고싶었다. 하지만 시간상의 문제도 있었고, 사람의 문제도 있었다. 그렇다고 같이 영화볼 사람 한 명 없을 정도로 내 인맥이 형편없지는 않다. 아니, 사실 좀 형편없는 편이긴 하지만 아직 바닥을 친 건 아니란 말이다. 같이 보러 갈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타인과 함께 봤거나 취향이 달라 관람불가의지를 확고..

이렇게 더워지다간

내일부터 장마라더니 공기중에 수분이 가득찼던 하루였다. 그 수분들 덕에 내 피부가 촉촉해지기는 개뿔, 수분과 어우러진 땀으로 찐득거리는 피부는 나를 개초사이언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조금만 건드리면 짜증이 화산 폭발하듯이 터져나왔고, 괜히 신경질이 나고 화나고... 누가 날 건드리면 죽자고 붙고 싶을 정도. 중요한건 아직 6월이라는 거. 7월, 8월(아악!!), 9월과 10월의 늦더위까지. 너무나 긴 여름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뉴스는 볼수록 짜증을 뻥튀겨주니... 보니깐 안양교도소에 노무현 독방까지 만들어 놨다던데. 게다가 저작권법 스트레스까지.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떡열사'같은 소식에 훈훈해지기도. 진짜 이렇게 더워지다간, 온난화가 계속 되어서 지구의 온도가 계속 상승한다면, 해수면 상승이니 뭐..

29년전은 어땠을까.

요즘 경찰들 하고 있는 꼬라지를 보니까 오래동안 품고있던 궁금증이 풀릴 것 같다. 29년전 금남로에서 있었던 일들. 사진도 봤고, 관련 다큐멘터리도 봤었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들었었다. 물론 그 믿기지 않는 일들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에 어렸을때는 분노와 공포를 느끼기도 했었다. 암튼 난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었기에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알고는 있어도 피부로 와닿지는 않았다. 현실감을 느낄 수 없었다고 해야하나. 불과 30년도 안 된 일임에도 나는 어떤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거리감이 요즘 점점 좁혀져서 이젠 피부로 느껴질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이 쇠파이프로 방패로 시민을 때리는 걸 보는데 이정도의 감정이라면, 29년전 그 날에 광주시민들은 어땠을까. 분노와 공..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아서 스스로 고백하는 근황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3,4권을 읽었다. 처음에 '신'을 읽었을 때는 1,2권으로 완결인 줄 알았는데, 1부 끝이라기에 '이거 뭐야' 했었다. 도입부라 그런지 스토리는 지지부진하고 약간 해리포터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하긴 '신'이라는 제목으로 신들의 세상에 대해서 쓴다는 소설이 2권분량으로 끝이 나면 그것도 좀 그런것 같다. 이왕 본 거 마무리 짓고 싶어서 3,4권도 봤는데 확실히 중반부라 그런지 꽤 재미있었다. 베르베르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도 재밌고, 각종 신화들을 차용한 이야기들, 성경속 이야기와 사해문서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Y게임도 재밌고. 특히 기독교에 대한 나름대로의 해석도 재밌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나의 흥미를 끄는 건 이 'Y'게임이다. 이 게임이 내가 꿈꾸는(?) 게임과..

▶◀ 이제 당신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야 난 적은 길을 걸어서 참어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든 옛 맹서는 차디찬 띠끌이 되야서, 한숨의 미풍에 날어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쓰'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러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골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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