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 164

경마장 가는 길

오랜만에 만난 동생은 나와 함께 하고 싶은 일로 자동차 운전 연습을 말했다. 운전 연습은 그냥 학원가서 하는 것이 나도 좋고 동생도 좋은 일이겠지만 결과적으로는 기사노릇을 동생과 분담할 수 있을 것이고, 기분 전환 겸 바람쐬고 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그러자 했다. 다행히도 생각보다는 운전을 잘 해줘서 초반의 초조와 긴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져갔다. 우리의 목적지는 가덕도에 있는 등대까지 가는 것이었다. 시간상 한 시간 정도? 시내를 빠져나가면 그나마 차가 많이 다니지 않을 것 같았다. 원래는 거제도까지 가는 것이 목표였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너무 먼 것 같아서 가는 길목인 가덕도까지만 가기로 한 것이다. 가덕도에 들어설 때만 해도 상쾌한 기분이었다. 동생은 생각보다 운전을 잘해주었고, 바다와 부..

김해건설공고 매화

와룡매화로 유명한 김해 건설공고의 매화로에서 꽃구경을 했는데 꽃샘추위 속에서 바람이 부는데도 진하게 매화향을 맡을 수 있어서 좋았다. 멀리서 구경 온다면 어쩌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이라면 매화가 한창 피는 이 시기에 한 번 다녀와 봄직도 할 듯하다. 사진찍으로도 많이 오시는 듯 했다. 이렇게 구불구불 옆으로 누워서 자란 형태때문에 와룡매화라 하는 것 같다. 바람이 불어서 폰카메라로 초점 맞추기가 힘들었다.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매화. 이번 주가 절정일 듯. 홍매화 ※ 아이폰5s 카메라. 무보정.

Blogcasting/사진 2014.03.11

나도 청소..... 아니 세탁.

오늘로 서울생활 11일. 오늘 밖을 나서는데 비가 왔다. 우산을 쓰고 장대비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폰을 방에 두고왔음을 알아차렸다. 뛰었다. 빗속을. 결국 신발은 다 젖었다. 그래서 볼 일을 다 마친 후, 집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 신발 세탁. 떡 본김에 제사지내는 뭐 그런거. 이미 젖은 신발에 비누칠만 하자는 그런 생각. 하지만, 신발 세탁은 쉽지 않았다. 세제를 푼 물에 담군 시간까지 포함하면 2시간. 땀흘리며 솔질한 시간은 1시간 조금 넘은. 처음부터 젖지않은 신발은 그냥 뒀어야 했다. 그래도 깔끔한 신발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좋다. 마르고 다시 신었을 때는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신발 세탁은 당분간...아니 어쩌면 버릴 때까지 있을..

청소

- 청소는 공부랑 비슷하다. 미루고 미루다 몰아서 하면 엄청 힘들지만 뭔가 한 티가 나서 기분은 난다. 반면에 평소에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면 별 티가 안나서 의심이 들지만 막상 보면 항상 깨끗하다. - 청소하다가 서랍에서 웬 영화티켓을 찾았다. 너무 오래전 티켓이라 인쇄된 글자가 희미해져서, 한참 후에서야 그것이 한 때 사랑했던 사람과 처음 본 영화의 티켓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이제는 알아 보기도 힘들 정도로 희미해진 글자만큼이나 먼 옛날의 일들이 소나기처럼 지나갔다. 과거의 나에게서 받은 이 예상치 못한 폭우에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 그 비가 그칠 때 즈음, 그 옛날의 나에게 미안해졌다. 과거의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를 위로해줄 수 있을까. - 몰아서 청소를 하면 할 때는 ..

[습작] 한밤의 돌담 길

우르르릉 오백 년 전 내린 큰 비에 팔공산 돌들도 마을에 내렸단다. 마을에도 마음에도 돌로 가득 찼다가 그래도 살아야지 하는 말이 돌담을 쌓았단다. 몇 번이나 눈이 녹은 후에 돌로 덮였던 길에선 새살이 돋아났고 돌담에서 얼굴에서 산수유 꽃 피어났다. 한밤의 이야기 틈틈으로 산수유 노란 달빛이 스미었고 가슴에 쌓이었던 돌이 고택에서 돌담길로 이야기 따라 돌돌돌 굴러가고 있었다. 군위 한밤마을 남천고택을 다녀와서 씀.

Blogcasting/詩發 2013.03.21

날 웃음짓게 했던 순수한 욕망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였다. 이어폰을 꽂은 채 나의 갈 길만을 묵묵히 한눈팔지 않고 빠르게 걷고 있었다. 그렇게 공원에 들어설 때쯤이었다. 초등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내가 걸어오는 쪽을 향해 입을 뻥긋뻥긋거리고 있었다. 저맘때 애들이야 워낙 자기세상이 강해서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엔 이상하다 싶은 행동들도 많이 하니까, 한참 그럴 때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지나가려고 했으나, 이윽고 그 아이의 눈이 정확하게 나를 쳐다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노랫소리가 생각보다 컸던 건지, 이 싸구려 이어폰이 의외로 방음이 잘 됐던 건지 그 아이가 하는 말을 듣기 위해서 이어폰을 빼야 했다. 언제부턴가 늘 그랬다. 그다지 무서운 인상이 아님에도 사람들은 나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