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에필로그.

2009.03.10 22:04

 쥐어짜낸 끝부분 이야기

 고속도로에서도 어김없이 우린 100Km를 넘지 않았다. 야간 운전이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결과 부산에는 밤 11시가 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먼저 찬을 버스 정류장에 내려준 후, 갑작스런 헌의 급출발에 사고가 날 뻔 했고, 원의 외침에 다행히도 사고는 면했다. 하마터면 다 와서 망칠뻔 했다. 그리고 당시 난 집에 가는 버스가 일반일지 심야일지를 고민해야 하는 나름 긴박한 상황이었다. 11시가 넘어가고 얼마 뒤부터 심야 요금을 받는 버스를 타야 집에 갈 수 있었다. 그런 순간에 헌과 원은 아까의 위험했던 상황으로 인해 적잖이 긴장을 했는지, 유턴후 우회전을 해서 도로로 나가야 하는 순간에 너무 일찍 우회전을 해버려 대형마트 주차장으로 올라가 버렸다. 미칠 것 같았지만,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었다. 이래저래 하다가 예상 시간보다 늦어져 심야버스비를 내야 할 것 같아서 원에게 이백원인가를 빌렸다. 그때 나는 딱 일반요금만큼의 돈만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하나 둘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난 아직 버스도 못 탔는데, 그들은 벌써 이번 여행을 정리하며 집에 도착한 것이다. 그래서 약간 서러웠던 것 같다.
 구룡포에서 산 과메기는 그 후 몇 주간 내 입맛이 떨어질 때쯤에 꺼내먹었다. 직접 사온거라 그런지 더 맛있고 고소한 맛이라 생각했다. 찬의 어머니는 과메기를 잘 드시지 않으시는데, 요 과메기는 맛있게 잘 드셨다는 말도 들었다. 


 글쓴후기

 나름 측근들과 여행갔던 기억이 언제였냐면, 대학교 입학 전 미친듯이 놀 때였다. 그 때도 1,2월쯤이었을 것이다. 우린 그때 기차를 타고 춘천에 갔었다. 그 뒤로 부산 근처로 MT비슷하게는 몇번 갔지만, 나름 여행느낌 나는 여행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렇게 친다면, 우리는 그 후로 오랫동안 한번도 여행을 가지 않다가, 이제서야 두 번째 여행을 갔다 온 것이다. 물론 그때보다 인원은 좀 줄었지만.

 뒤늦게 불어닥친 질풍노도의 혼란기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중에 여행이라니,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사치로 보일 수도 있었다. 여행갈 시간에 한 자라도 더 봐야 마땅하게 보일테니까. 그래서 많이 망설였지만, 역시 갔다오고 나니 후회는 없다. 잘 놀았고, 잘 먹었고, 잘 쉬었다. 재밌었고, 구경도 잘 했고, 추억도 생겼으며, 또 많은 것들을 비우고 왔다. 

 글을 쓰면서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사실 약간의 삘도 받은 상태였고, 여행중에 들은 말 하나하나가 아직은 기억이 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급격히 힘들어졌다. 사실 여행중에는 막연히 블로그에 써야겠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메모는 하나도 하지 않았다. 사실 답사나 견학도 아니고, 친구들과 다니면서 뭔가를 적고 있기엔 아직 그런 행동이 나에겐 너무나 낯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 이틀이 지날수록 희미해지는 기억과의 싸움은 아무도 응원해주지 않는 싸움이며, 상대방조차 명확하지 않은 싸움이어서 갈수록 힘들었고, 그래서 글도 쓰기 힘들어졌다. 만약에 혹시라도 다음에 이와 같은 여행을 떠나게 된다면, 그땐 메모를 하든가, 녹음을 하든가, 녹화를 해야 할 듯. 하지만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나름 재밌게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처음에 생각했던 것만큼은 잘 안 되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기보다는 뭔가 소설을 읽는 듯한 여행기를 쓰고 싶었는데, 결국은 좀 어설프게 되어 버린 듯. 뭐, 처음치곤 잘했다고 위로하며 다음을 기대하는 수 밖에.
 
 누군가는 나에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네가 떠나서 알게 된 너는 뭐냐. 글쎄, 확실하게 이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무엇이든 알게 된 것이 있음에는 분명하다. 그것이 궁금하다면, 내가 해 줄수 있는 말은, 글쎄, 너도 떠나보면 알게 될꺼야.

라고 하면 욕할려나.


혹시나 이 글을 읽기 전에 다른 글들을 한 번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00. 프롤로그
01. 출발
02. 후포항
03. 월송정(越松亭)
04. 성류굴
05. 민박집
06. 망양정
07. 불영사
08. 영덕해맞이공원
09. 영덕풍력발전단지
10. 구룡포와 호미곶해맞이공원



 스페샬 땡스 투...란 걸 해도 되려나.

 같이 떠나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글의 소재가 되어 준 원(재밌는 댓글들과 총무일 한거에 감사), 찬(철저한 사전 여행 정보수집 감사), 헌(차량제공에 감사)에게 고맙. 그리고 꼬박꼬박 챙겨봤을 내 동생과 준혁, fotog yoo에게도 고맙. 그리고 부족한 글 읽고 댓글달아주신 임쏭님, 벙어리냉가슴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재미없는 글을 봐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더불어 추천 눌러주신 분들께서는 만수무강하시길. 모두 행복하세요.ㅋㅋㅋㅋ

Comments

  1. BlogIcon Chano 2009.03.10 23:41 신고

    이렇게 끝이 나는군.ㅋ 나름 잼있었디~ㅋㅋㅋ계속해서 형의 숨통으로 블로그에 파란선인장이 건강하게 피어있었으면 좋겠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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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자뷰 2009.03.10 23:43

    서럽드나 ㅋㅋㅋㅋ
    구룡포 과메기는 확실히 질이 틀리더라, 비리지도 않고.
    니가 쓴 글들 읽으면서 즐거웠던 여행을 다시 회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언제 새글 올라오나 컴터 킬때마다 들어왔다능. 마치 네이버처럼 흐흐흐
    글이야 원래 재밌게 잘 쓴다는거 알고 있었지만 너의 섬세한 기억력에는 적잖이 놀랐다.
    처음 쓰는거 치곤 짜임새있고 좋았다.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ㅋㅋ
    쓴다고 고생많았겠네. 피고름 대본에 버금가나ㅋㅋ
    저렇게 나열해놓으니 꽤 많네. 있어보이고 좋다.
    진짜 재밌게 읽었으~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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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파란선인장 2009.03.10 23:48 신고

      훗, 계속되는 칭찬에 엉덩이가 들썩거리는군.ㅋㅋㅋㅋ
      암튼 재밌게 읽어줬다니 고맙다는.ㅋㅋ
      내년쯤에 한번더?ㅋㅋㅋ

    • 데자뷰 2009.03.12 19:38

      좋지좋아~ㅋㅋ

  3. BlogIcon 준혁 2009.03.11 07:40

    지리산 갔던건 여행에 안끼워주는거가?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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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파란선인장 2009.03.11 10:03 신고

      그건 여행으로 간게 아니라 극기훈련삼아 갔던거였다.ㅋㅋ
      여행이 그렇게 힘들고 고될 수는 없는 거잖아;;;
      (물론 나에게는...ㅋ)

  4. 2009.03.12 22:42

    이렇게 끝나네. 고생하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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