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여행

나도 떠나보니 나를 알겠더라 - 1.출발

파란선인장 2009. 2. 13.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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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 - 여행을 떠나다.

 2월 6일 아침 8시 50분. 동래지하철역에 도착했다. 나에게 배정된 임무-김밥을 사기위해 김밥나라에 가서 6줄을 샀다. 인근 편의점에서 생수 PET병을 사니 원에게 연락이 왔다.

 "어디냐? 우리 배팅연습장 앞에 있다."

 김밥봉지와 펫트병을 양손에 들고 가보니 은색 아반떼 옆에 서있는 헌과 원이 보였다. 원은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진짜 츄리닝 입고 왔네."
 "이게 짱이다."

 여행준비를 위해 채팅을 할때 이미 어떻게 입고 갈거란걸 밝힌 원이었다. 하긴 나도 그 영향을 받아 바지는 트레이닝 복으로 입고 갔었다. 어차피 차타고 가니까 편한게 제일이라는 게 원의 논리였다.

 "집에서 나올때는 괜찮았는데, 동래역에 내리니까 급 부끄럽더라."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짐을 트렁크에 싣자, 헌이 원에게 수첩을 건넨다.

 "회비 어디에 썼는지 적어라."

 원은 이번 여행에서 총무를 맡았다. 원은 타고난 총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슈퍼집 아들이자 상대를 다녔기 때문에 계산에 능했다. 우리사이에선 타고난 상인 이미지. 차를 타고 가면서 원은 계속 분해했다. 아무리 귀중한 회비이지만 자신의 자긍심, 이를테면 타고난 총무로써의 능력과 도덕적 결백에 의심을 받은 것이 아무래도 용납이 안되었나 보다.

 "내 못 믿는거가?"
 "와... 내가 이제서야 너희들 사이에서의 내 입지를 알겠다."
 
 결국 자신의 입지를 깨달은 원은 그 수첩을 받아들였다. 거의 새 수첩을 준비한 헌의 용의주도함과 치밀함에는 나도 약간 놀라긴 했지만 원의 억울함은 나머지 두 사람의 즐거움이기도 했다.
 각자 사는 곳이 멀어서 한 곳에서 모이기가 용의치 않았다. 나를 태운 아반떼는 다음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 곳에서 찬을 태우기로 한 것이다. 약속시간에서 5분정도 지나니 멀리 찬의 모습이 보였다.
 
 "왔다."

 거의 모습이 드러나자마자 알아볼 수 있었는데, 옷과 걸음걸이가 딱 그였기 때문이다. 이런 내 모습에 원은 또 한번 놀랬는가 보다.

 "무서운 놈들."

  찬을 태우고는 곧 바로 경주로 향했다. 다들 아침도 안 먹고 와서 배가 고팠다. 가는 길에 양산 휴게소에 들러서 김밥을 먹었다. 평일 오전이라 휴게소는 한산했다. 식당의 빈 테이블에 앉아 김밥을 먹으면서 행선지를 정했다. 경로는 채팅때 정한것과는 관계없이 이리저리 바꼈는데, 내일 아점으로 먹기로 한 대게를 오늘 점심으로 먹기로 결정하고 어디서 먹을지를 정하기로 했다.

- 우리는 항상 먹고나면 사진을 찍어댔다. 솔직히 사진보단 먹을게 중요하지 않은가.



- 김밥을 먹으면서 경로를 탐색중이다. 웬만하면 모자이크는 안할려고 했는데, 그러기엔 찬에게 너무 미안했다.


 

 "영덕은 비싸다더라."
 "나도 어제 블로그에서 봤는데 영덕에선 대게가 좀 비싼 듯."
 
 찬과 나의 의견에 따라 울진에서 먹기로 했다. 울진에는 죽변항과 후포항에서 대게를 먹을 수가 있는데, 후포항쪽이 좀 더 싸다는 찬의 의견에 따라 후포항으로 향하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에 경로를 탐색해보니 도착시간이 얼추 점심때였다. 매우 적절했다.
 김밥을 다 먹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경주 IC가 나왔고 경주시내를 통과해 영덕쪽으로 빠졌다. 시속80Km를 넘지 않는 헌의 운전에 불만을 제기하자 헌의 새차 길들이는 법에 대한 원칙이 나왔다.

 "RPM2000을 넘기면 안된다."
 "80Km를 넘기면 안된다."
 
 처음 차를 사면 속도를 많이 내야 엔진이 잘 길들여진다고 하는 원의 말에 헌은 속도보단 연비가 우선임을 내세운다.

 "그렇게 하면 차는 잘 나가지만, 나중에 연비가 많이 떨어져서 안 좋다."
 
 도대체 그런건 어디서 들었냐니까, 설명서에 있었다고 했다. 어쨌든 우리도 초보인 그가(그는 이 여행을 위해 운전을 연습했다. 계기판에는 300Km만 찍혀있었다.) 과하게 운전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근데 웃겼던 건 설명서를 읽은 그가 정작 자동차 오디오를 작동하는 방법은 몰랐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리저리 헤메면서 음악을 들었다.

- 엔진rpm에 대해선 예민하지만 음악재생에는 무관심한 헌. 그래도 그의 원칙때문에 우리는 안전하게 갔다올 수 있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저 파란테이프가 그의 원칙을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신나게 가다가 영덕에 접어들었고 처음 나오는 휴게소(검색해보니 화진포휴게소였다.)에 들러서 쉬기로 했다. 우리 넷은 부산에서 생활했었기 때문에 바다라면 실컷 봐왔는데도, 차에서 내리자마자 풍겨오는 짠 바닷냄새에 흥분되기 시작했다.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바닷가에서 수제비도 하면서 놀다가 다시 후포항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우리는 꿈에 그리던 대게를 먹을 것이다.
 

- 영덕에 들어서자마자 들렀던 휴게소에서 본 바다. 그다지 흐리진 않았지만 로모와 후지필름의 조화로 이런 색깔이 나왔다. 나에게 쨍한 사진은 기대하지 말자.



- 이렇게 수제비 하고 놀았다. 그나마 괜찮게 나온 사진을 올린다. 내가 찍은 원이나 찬이 찍은 내 사진을 올리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이다.



-이렇게 친한척도 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 글 쓸 때는 바탕체인데, 저장하면 굴림체로 바뀌는 게 조금 짜증이 납니다. 이거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혹시 아시는 분은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시면 복 받으실 겁니다. 글씨체 바꾸다 글을 몇 번째 다시 쓰는 건지 모를정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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