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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나케 떠난 오사카 여행 – 07 기요미즈데라

파란선인장 2015. 7. 9.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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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넨자카, 산넨자카

2015년 4월 11일 오후 2시 35분

카페에서 쉰 다음 이동한 경로

  카페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근처 지도를 확인한 후, 기요미즈데라까지 네넨자카와 산넨자카라는 길을 통해 가기로 했다. 네넨자카와 산넨자카는 기요미즈데라로 향하는 참배길로, 관광이 활성화된 이후에는 다양하고 특색 있는 상점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그 자체로도 볼거리가 많은 거리였다. 호칸지라고 하는 탑처럼 높은 건물을 지나자 거리에서 교토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수제로 만든 듯한 지갑과 파우치 등을 파는 가게부터 녹차를 이용한 먹을 거리를 파는 가게도 있었다. 그 중에서 우리의 눈길을 끈 곳은 수공으로 시계를 만드는 가게였다. 창가에 앉아서 작업을 하는 시계공은 그 자체로 장인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게 안에는 다양한 종류의 시계가 있었다. 각 시계는 디자인이 특이해서 매우 매력적이었다. 여러 가지 금속 재료를 덧대어 만든 디자인은 고급스럽진 않았지만, 골동품 같은 분위기에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기념으로 하나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만만치는 않았다. 시계 외에도 가게만의 분위기가 담긴 다른 제품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팔찌나 반지, 아이폰 케이스도 있었지만, 시계에 비해서는 매력적인 제품이 없어서 아쉬웠다.

호칸지

인상깊었던 시계공의 가게

진열된 시계들

가게 내부에 진열된 제품들

아이폰케이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시아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과, 오사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서양의 관광객들도 꽤 많이 보였다. 그리고 유카타를 입고 온 남녀 일본인 관광객들로 거리는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관광지 특유의 활기로 가득했다. 사람들 구경 하면서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곤약비누'나 일본식 말린 양념 가게 등 처음 보고 특이한 문물을 접하면서 사람들의 흐름에 몸을 맡기니 어느새 기요미즈데라의 입구에 도착하게 되었다.

곤약비누로 손을 씻어 보았다. 이름처럼 물컹하다.

산넨자카 혹은 네넨자카일거라 생각되는 길을 올라가 보았다.

기요미즈데라

오후 3시 15분

  일본식 사찰 특유의 주황빛 목재로 지어진 건물들이 보였다. 우리의 사찰과 구조가 좀 달라서 이게 하나의 큰 사찰 안에 포함되는 건물인 건지, 따로 따로 다른 건물인 건지 모를 정도로 개방적으로 건물들이 위치해 있었다. 어떤 경계를 느낄 수 없어서 여기서부터 시작인 건가 어리둥절해 하면서 계단을 올라갔다. 인터넷과 가이드북에서 봤던 그 본당이 안보여서 두리번거리다 보니 입장권을 사야 본격적인 관람이 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근처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한 후 흐름에 몸을 맡겨 입장을 했다. 입장하니 바로 본당이었다. 본당의 내부는 어두웠고 몇몇 참배자들이 절을 올리고 있었다. 일본의 사찰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불상이 밖에서 안보이게 법당 내부 깊숙한 곳에 안치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밖에서는 잘 안보이고 본당 입구에 서서 자세히 보니까 멀리 어두컴컴한 곳에 불상이 있는 것이 보였다. 기요미즈데라에는 참배객보다는 방문객이 더 많았기에 본당 외부는 매우 혼잡했다. 본당 외부는 마루라고 부르는데, 이곳 난간에서 아래를 바라보면 얼마나 높은 곳에 이 건물이 지어져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단, 이 난간에 자리잡고 서는 것이 만만치 않아서 많은 인파 속에서 기회를 잘 잡아야 했다. 이 곳으로 오기 전 강가에 핀 벚꽃을 보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졌지만, 기요미즈데라에는 이미 벚꽃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도 갓 돋아난 잎들의 반짝이는 밝은 초록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더불어 멀리 보이는 교토 시내의 풍경도 가슴이 확 트이는 듯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입장권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법당 내부가 어두운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난간에서 바라본 교토 시내

어렵게 온 난간에 기대어 셀카를 찍어보았다.

소원을 적어서 걸어 놓은 것 같았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본당 마루

  법당을 빠져나와 지슈신사로 올라가는 길을 지나, 산길을 따라 가면 키요미즈데라의 익숙한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사실 이 장면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어서 은근히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던 건지 그 길에서 많이들 기념 사진을 찍고 있었다. 둥그스름하고 거대한 지붕의 본당 건물 자체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이었는데, 그것이 사실은 산 허리에 반쯤 걸친 채로 나무로 만든 구조물 위에 받쳐지고 있다는 사실과 오래된 건물에서 풍기는 고색창연함이 어우러져 보통의 사찰에서는 느낄 수 없는 경외감 같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지슈신사로 가는 척하며 사진을 찍어보았다.

여기까지 온 가장 큰 이유는 이 장면을 보기 위했던 것 같았다.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둘이서 여행을 왔으니 둘이서만 사진을 찍는 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뭔가 좀 아쉬웠다. 그래서였을까. 유카타를 입고 지나가는 일본 여성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저들과 한 번 기념사진을 찍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전날 타코야키의 안 좋은 기억이 있어서 머뭇거렸는데, 동생이 의연하게 가더니 한 무리의 유카타를 입은 일본 여성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얻어냈다. 역시 나보다 나은 듯^___^b. 그때 당시로서는 어여뻤던 일본 아가씨들과 사진을 찍고, 기요미즈데라와 그곳의 풍경을 감상하며 걸으니 어느새 세 줄기 폭포에 당도하였다.

태어나서 일본 여자 사람이랑 처음 찍어 본 사진

  세 줄기 폭포는 오토와 폭포라고 한다. 각 물줄기마다 의미가 있어서 '지혜, 연애, 장수'를 뜻하며 그 중 한 줄기의 물을 마시면 해당하는 의미를 이루어준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 줄기를 다 마시면 오히려 불운이 따르므로 두 개까지만 마셔야 한다고 한다. '기요미즈'는 한자로 '淸水'라고 쓰며 맑은 물을 뜻하는 만큼, 이 폭포의 물도 마시는 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명성에 걸맞게 이 물을 마시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도 마시고 가기로 했다. 일본에서 온 사람들과 아시아 각국에서 온 사람들, 서양에서 온 사람들이 폭포수를 받아 마시며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마침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적외선 살균기에서 긴 국자를 꺼내 한 줄기 받아 마셨다. 먹고 나니 과연 세 줄기 중 어떤 줄기가 건강이나 사랑인지 알지 못했다는 자책과, 내가 마신 물줄기는 셋 중 무엇이었나 하는 궁금증을 안고 기요미즈데라를 떠나왔다.

폭포라고 불리지만 실상은 그냥 약숫물

폭포수를 먹기 전 올려다 본 기요미즈데라 건물

이대로 떠나기엔 아쉬운 교토

오후 4시 10분

  키요미즈데라를 나와 산넨자카와 네넨자카로 다시 내려왔다. 우리가 나올 때가 오후 4시가 늦은 시각이었는데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요미즈데라로 향하고 있었다. 내려오면서도 기요미즈데라 부근의 가게들을 구경했다. 근처 기념품점에서 기요미즈데라의 모습이 찍힌 엽서를 샀다. 우리는 어제 오사카성에서 여행지마다 그곳의 모습을 담은 엽서를 기념품으로 사기로 했었다. 그러다 키요미즈데라 본당에서 나와서 걷던 산길에서 한 할아버지를 봤는데, 이 할아버지는 손수 그린 그림엽서를 팔고 있었다. 우리도 한 장씩 구매하려고 했지만, 이미 다 팔렸다는 것이었는지, 어쨌든 결국 구매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념품 가게에서 사진 엽서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이고 그 할아버지가 영어를 못해서 그랬겠지만 뭔가 문전박대 당하는 느낌이어서 당시에는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다. 그 전에도 산넨자카의 어떤 가게에서 시식용으로 나눠주는 음식을 우리 앞사람들에게는 줬지만, 우리를 보고는 모른 척 딴청을 피운 사람을 만나서 생긴 일도 있었서 뭔가 사람을 쪼잔하게 만들고 치사하게 만드는 것 같은 기분에 썩 좋지 않았던 경험이었다. 거슬러 올라가 전날 타코야키 커플에게 받은 상처까지 더하면, 친절하다고 소문난 일본인에게 꽤나 내상을 입은 우리였다. 어쩌면 일본인은 친절하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무뚝뚝함에도 더 크게 상처받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려오는 길에 먹었던 빵? 같은 거;;;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길래 하나 사서 먹어보았다.

맛을 음미하며 먹고 있는 형과 그 옆에서 잘생긴 척하며 셀카를 찍는 동생이다.

기요미즈데라 기념엽서

곳곳에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교토는 참 매력적인 도시였다.


  기요미즈데라 근처를 구경한 후, 다시 가와라마치역이 있는 번화가로 이동했다. 시간이 어중간했고, 다리도 너무 아팠지만, 교토는 볼 것이 너무 많아서 이대로 돌아가기는 조금 아쉬웠다. 가이드북에서 금각사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이곳으로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가이드 북에 안내된 대로 금각사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찾아 다녔는데,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어서 많이 헤매고 다녔다. 금각사로 가는 번호의 버스를 발견하면 정류장을 못 찾고, 정류장을 찾으면 이곳이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각주:1] 그러다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관광안내소를 발견해 어디서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물어봤다. 자세한 답변과 함께, 지금 가봤자 이미 문을 닫았을 거란 말을 들었다. 그 전까지 오사카로 돌아가는 시간과 금각사에 다녀오는데 걸리는 시간 때문에 가지 말까 하는 생각과,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안 보고 가는 것은 나중에 후회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겪었던 갈등이 해소되어서 그나마 기뻤달까. 그 후 우리는 교토의 쇼핑 매장에 들어가서 세일 중이라는 상품을 구경했고, 미련 없이 다시 오사카로 돌아갔다.

가와라마치역 부근으로 가는 길

관광안내소에서 긴카쿠지에 가기엔 이미 늦었다는 말을 듣고 나와 교토의 거리를 바라 보았다.



는 사랑입니다.

공감은 힘이됩니다.

  1. 우리가 가려던 금각사 외에 은각사도 있었는데, 둘다 발음은 킨카쿠지여서 더 헷갈렸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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