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 부리나케 떠난 오사카 여행 – 01 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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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 3번가

2015년 4월 11일 오후 7시

  아쉬웠던 교토를 뒤로 하고 오사카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올 때와 달리 객차 내부는 양 옆으로 길게 좌석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특급도 아니었는지, 오사카 도착까지 1시간 정도 걸렸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덕분에 아픈 다리를 좀 쉬게 할 수 있었다. 우메다역에 도착한 후,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앞에서 말한 적이 있는데, 한큐투어리스트패스를 사면 쿠폰북을 두 권 준다. 거기에 있는 쿠폰을 쓸 수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까 하고 살펴 봤지만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서 그냥 우메다역 주변을 헤매기로 했다.

  우메다역과 연결되어 있는 한큐 3번가 지하에 식당가가 있었다. 우메다역 근처에는 여러 상점가와 백화점 등이 있었지만, 그걸 다 둘러보는 것은 현재 우리 상태로는 무리였고, 쇼핑가라고 해봤자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서 우메다역과 가깝고 동선에 걸쳐지는 한큐 3번가로 온 것이다. 한큐 3번가 식당가에서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저녁은 돈까스로 정했다. 가까운 곳에 돈까스집이 있었는데, 뭘 먹을지 고민하다 보니 대기줄이 생겨서 더 늦기 전에 우리도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렸다. KYK돈까스라는 가게였는데, 은근 유명한 곳인지, 일본어뿐만 아니라 한국어로 된 메뉴판도 있었고, 가게 안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게다가 우리 테이블 근처에 한국인 여성 관광객 그룹이 있어서 '아, 여긴 맛집이구나' 하고 안심할 수 있었다. 이는 이후에도 식당을 고르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두툼한 고기가 일품이었다.

  KYK돈까스에서 히레까스와 로스까스를 주문한 후 반반씩 나눠 먹었다. 여행객이 많이 오는 식당답게 종업원이 영어가 가능했는데, 서로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게 함정이었다. 주문까지는 무사히 마쳤으나, 음식을 주면서 뭐라고 하는데 내가 못 알아들어서 작은 문제가 있었다. 그릇을 놓으면서 내 쪽 테이블의 오른쪽을 가리키며 뭐라고 했는데 잘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물어봤지만, 이해에 실패해서 그냥 알겠다고 했는데, 종업원 눈치가 뭔가 말끔히 해결되지 않은 듯했다. 종업원이 가고 나서 동생과 무슨 말이었을까에 대해 상의해 봤는데, 동생은 그냥 그릇을 그쪽에 두라는 말 같다고 했다. 나도 그런가 했지만, 그렇게 간단한 말을 그렇게 진지하게 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과 마지막의 그 석연치 않은 종업원의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테이블을 살피던 중, 테이블 우측에 소금이나 후추 같은 양념이 있길래 혹시 이걸 뿌리라는 말인가 싶어서 그 중 라면 스프를 밥에 뿌리는 기행을 벌이게 되었다. 조금 어색했지만 일본에선 돈까스를 이렇게 먹는건가 싶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건 한 숟갈 떠 먹자 마자였고, 뭔가 국에 타 먹는 걸 밥에다 뿌린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참극이 일어난 현장

  식사를 마치고 미도스지선 우메다역으로 향했다. 이동하는 길에는 상점가가 계속 이어져 있어서, 배도 부르겠다 여기까지 온 김에 우메다 지역도 한 번 돌아다녀볼까 싶었지만, 겉으로 봤을 때 거의 다 일반적인 상점처럼 보인 데다가, 다리도 너무 아파서 역시나 무리일 것 같았다. 그리고 우리는 난바에서 볼일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남은 체력은 난바에 쏟아 붓기로 했다.

난바 돈키호테에 가다

난바 도톤보리

오후 8시 20분

  난바에 도착해서는 난바 지역에서 안 가본 곳으로 돌아다녔다. 킨류라멘 쪽으로 가서, 더 구석진 곳을 돌아다녔다. 뭔가 킨류라멘이 심리적인 경계선처럼 여겨졌었는데, 그 곳을 경계로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어떤 음식점들이 있고, 사람들은 어디에 가는지 등을 구경했다. 도톤보리를 중심으로 양 쪽의 큰 길가 외에도 골목골목 구석구석에 참 많은 가게들이 있었다.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잠자코 구경만 했지만, 사전 조사를 좀 하고 온다면 진짜 '먹어서 망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도톤보리의 명물이라는 북치는 인형. 왜 명물인지는 모르겠다.

  도톤보리를 건너 난바에서도 유명한 쇼핑몰인 돈키호테에 들어가 보았다. 돈키호테는 그 이름이 서양 기사의 이름인 것과는 어울리지 않게 '에비스'라는 일본의 신을 마스코트로 삼은 쇼핑몰로,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라고 한다. 또한 돈키호테는 건물 외벽에 관람차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으로도 유명하다. 아쉽게도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돈키호테 각 층마다 상품을 분류해서 판매하고 있었는데, 생필품이나 과자나 간식 같은 것 등을 파는 층은 밤이 깊도록 사람들로 넘쳐났다. 게다가 일정 금액 이상 구입할 경우 면세가 적용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난바를 방문한 외국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일본 방문객들이 꼭 사야 한다는 제품들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중 '퍼펙트 휩'이라는 세안제가 유명하다.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제품이라고 하던데, 또 외국인들도 많이 사 가는 제품이라고 한다. 우리도 처음에 두 세 개 정도로 구입했다가, 어떤 중국인이 수십 개를 쓸어 담는 것을 보고는, 뭔가 대단한 기회를 그냥 놓치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에 한 열 개 정도 더 담아가기도 했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오사카를 다니면서 본 중국인들의 구매력은 가히 말 그대로 대륙급이어서, 제품을 도매급으로 떼가는 수준이었다. 가끔씩 일부 중국 여행객들의 몰상식한 행동으로 그들에 대해 좋지 못한 인식을 갖게 될 때도 있지만, 이정도 구매력이라면 진짜 업어서 모셔와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거 발에 붙이면 짱 좋음bb

그 유명한 퍼펙트휩. 요새는 한국에서도 구할 수 있다. 다만 가격보면 구매욕이 급감한다.

  돈키호테에는 진짜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상품을 팔고 있었다. 유명 명품 브랜드의 시계나 가방, 지갑부터[각주:1] 자질구레한 것들까지 다 팔고 있었다. 그 중 우리의 호기심을 끈 섹션이 있었다. 다른 공간과 분위기부터 분리되어 있고, 커튼으로 가려져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공간. 그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곳은 바로 성인용품을 파는 곳이었다. 일본은 소위 '성진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과 관련된 것들이 발전한 곳이 아닌가. 그런 나라의 성인용품이라니. 우리는 흡사 개화기 지식인들처럼 설렘과 두려움, 긴장과 흥분된 마음으로 입장을 했다가, 우리가 그들만큼이나 성인용품에 관해서만큼은 해박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한 채 뒤돌아 나올 수 밖에 없었다.[각주:2]

내일을 위한 마사지와 영양 공급

오사카 교자가 맛있다고 해서 줄을 서서 구입했다.

대기하면서 만두 빚는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후 10시 30분

  돈키호테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한 후, 숙소에서 먹을 교자를 구입했다. 이틀 동안 계속 걸어 다녔더니 다리가 너무 아파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발 마사지 하는 곳에 들렸다. 내일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려면 어느 정도 회복이 필요할 것 같았다. 처음 받아 본 발 마사지는 뭔가 황송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였지만, 타인에게 발을 맡긴다는 게 조금 어색했다. 하지만 어색함도 잠시, 프로의 능숙한 손놀림에 아래, 지쳤던 내 발과 다리는 상당히 회복되어 피로감이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호텔로 돌아오니 로비에서 숙박객을 위한 무료 맥주를 제공하고 있었다. 원래는 라면도 함께 제공했지만,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 소진되어 있었다. 방으로 올라가기 전, 오늘 일정을 정리해보고 내일 일정을 계획하면서 교자를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줄을 서서 산 것 치고 교자는 별 맛이 없었다.

한 입 베어문 교자



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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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품질과 가격으로 봐서는 복제품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본문으로]
  2. 이 때에는 쇼핑한다고 신경도 안 썼는데, 돈키호테 사진을 안 찍은 것이 조금 아쉽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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