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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밖의 다툼

2015년 4월 11일 오전 8시 30분

  어제와 달리 오늘은 날씨가 화창했다. 오늘은 그래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아침부터 신이 나기 시작했다. 조금 더 침대에서 뒤척이고도 싶었지만 이내 박차고 일어났다. 오늘은 교토에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 미처 다 못 가 본 오사카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닐까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교토가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오사카는 포기하기로 했다. 어제 사놓은 스시 도시락으로 아침을 때우고, 얼른 씻고 짐을 정리해서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부터 마지막 날까지 2박 3일간은 도톤보리 근처에 위치한 숙소를 예약해 놓은 상태라 난바로 이동하여, 일단 숙소에 짐을 맡긴 후, 식사를 해결한 뒤에 교토로 이동하기로 했다.

아침으로 먹은 스시도시락. 꽤 맛있었다.


  혹시나 빠진 것이 없는지 단단히 확인을 하고, 체크아웃을 하고 JR신이마미야역으로 향했다. 신이마미야 역에서 JR난바역까지 한 정거장 밖에 되지 않아 접근성이 좋았다. 캐리어를 끌고 2층 매표소로 올라와서 표를 끊으려고 했다. 우리는 전체 현금을 반씩 나누어 각자 가지고 있고, 비상시 쓸 카드를 동생이 가지고 있었다. 난바까지 이동하는 표는 동생이 계산하기로 했는데, 이 아이가 빨리 표를 사지 않고 당황한 듯 하면서 가방을 이리 저리 뒤지는 게 아닌가. 표를 사기 싫어 저러나? 혹시? 에이 설마. 이런 패턴은 너무 뻔하잖아. 그런 건 영화나 예능에서나 나오는 거 아니야? 이건 현실인데. 잘 찾아보면 나오겠지. 쟤가 또 지갑을 아무데나 넣어 뒀구만. 찾기만 하면 다시 한 번 따끔하게 지갑과 여권은 단단히 챙겨 넣으라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까지도 지갑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동생 입에서 지갑을 놔두고 온 것 같다며, 아닌데 분명히 챙겼는데, 마지막으로 봤을 때 방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길에 떨어뜨렸나 하며 멘탈이 파쇄되는 중임을 증명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일단 침참하자 싶어서 내가 가방을 다시 찾아 볼 테니 온 길을 다시 살피면서 돌아가자고 했다. 양손에 캐리어를 끌고 한쪽 어깨에 동생의 가방을 메고 역에서 다시 나와 왔던 길을 되짚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나는 길바닥을 보면서 되짚어갔고, 동생은 뛰어서 숙소로 향하는데, 그 아이도 정신이 없었는지 숙소를 지나쳐서 한 100m쯤 뛰다가 뒤를 돌아보는 모습을 보자니, 짠하기도 하고 안쓰러워 되려 짜증이 나는 복잡한 기분이었다. 동생이 로비 직원에게 지갑을 놔두고 온 것 같다고 설명하는 동안 나는 다시 동생의 백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생도 동생이지만 나도 엄청 당황하고 머리가 하얘져서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이전의 글을 읽었다면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여행자 보험도 들지 않은 채로 왔다. 거기다 지갑에는 우리 경비의 반과 비상용 카드까지 들어있었다. 당장 교토를 가야 하는 건지, 앞으로의 여행 일정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 건지부터, 지갑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카드 회사에는 어떻게 연락하나, 한국대사관이 어디였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식은땀이 흐르고 눈 앞이 아득해져 갈 때 손에 익숙한 질감의 것이 잡혔다. 동생의 지갑이었다. 애초에 가방에 있었다. 근데 왜 우리는 이 난리를 친 걸까. 로비에서 뻘뻘거리며 애쓰고 있는 동생을 다시 불렀다. 다행히 지갑은 찾았다. 동생도 다행이라고 했다. 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짜증이 났다. 동생이 평소에 넣어두는 주머니에 지갑이 없고 반대쪽 주머니에 지갑을 넣어 둔 것이다. 이걸 왜 못 찾았냐 하면 늘 넣어두는 방향의 주머니 외에 반대쪽에도 주머니가 있다는 사실을, 즉 가방의 양쪽에 주머니가 있는지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자기 가방인데. 나로선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래도 찾았으니, 또 좋은 데 여행 와서 괜히 감정상하고 그러면 안 좋으니까 조금만 더 투덜거리고 말아야지 했다. 그런데 이 상황을 단순히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여기는, 찾았으니 됐다는 듯한 동생의 가벼움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상황을 무겁게 생각한 나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결국 감정이 틀어지고 말았다. 나로선 동생의 이런 무신경함이나 꼼꼼하지 못한 점을 평소에도 걱정을 많이 했었다. 이 아이의 미래계획 등을 들어보면 꼼꼼하게 챙기는 습관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늘 생각했는데, 항상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모습을 봐 왔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이 쌓여있다가 이번을 계기로 터진 것 같았다. 형의 입장으로 변명을 하자면 일종의 걱정을 기반으로 한 투덜거림, '그렇게 말했는데도 여전히 이렇냐'하는 충고를 가장한 꼰대질이었던 것 같다. 동생의 입장에서는 물론 자기가 잘못한 점이 있지만 형의 반응은 너무 과한 듯 하며, 계속된 짜증에 자신도 감정이 상한 것이리라. 좋은 곳에 여행 와서 이래야 되나 싶어서 그냥 풀자 싶다가도 아까 너무 놀라고 눈 앞이 깜깜했던 것과 동생의 태도를 생각하면 또 짜증이 나는 것이었다. 우리가 이렇게 감정을 상하며 싸운 게 얼마만인지. 마지막으로 싸웠던 게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평소에는 서로 부딪힐 일도 없고, 웬만하면 서로를 이해하는 나름 의 좋은 형제였는데, 함께 여행을 와서는 결국 우리도 싸우게 되는구나. 나름 이번 여행이 우리가 함께한 첫 번째 여행인데.이대로 서로 말 없이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그냥 풀자고 마음 먹었을 때, 고맙게도 나보다 먼저 동생이 사과를 해주었다. 역시 나보다 낫다. 먼저 사과를 할 줄 모른 형은 되려 부끄러워져 더욱 미안해졌다. 그렇게 이번 여행 중에 가장 큰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떠난 신이마미야호텔의 입구

킨류라멘

난바에서의 이동경로

오전 9시 30분

  JR난바 역에서 지하도를 따라 지하철 난바 역까지 이동한 지상에서 도톤보리 방향으로 이동을 했다. 우리의 두 번째 숙소가 도톤보리와 가까웠기 때문에 도톤보리를 기준으로 숙소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며 이동하다가 호텔 주변에서 조금 헤맨 후에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오늘부터 지낼 호텔은 '난바 도톤보리 호텔'로 도톤보리를 즐기기에 매우 좋은 위치에 있었다. 9시 30분쯤에 도착했고, 아직 오전이라 체크인이 안 될 줄 알았는데,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방에 들어가 보았다. 방은 더블 사이즈로 빡빡한 공간이었지만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이전의 호텔보다 조금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마음에 들었다. 대충 짐을 풀고 쉬면서 교토로 이동하는 방법과 조금 이르지만 점심을 해결할 맛집을 찾아보았다. 호텔의 방에는 오사카의 주요 관광지 및 난바의 추천 맛집과 상점을 알려주는 스크랩북이 있어서 맛집들의 위치와 설명을 보기 편했다. 점심은 일본 라면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라면집 중에서 유명한 '킨류(金龍)라멘'에 가서 먹기로 했다. 난바에서 두 개의 킨류라멘을 봤는데, 하나는 호텔로 오는 길에 난바 'HIPS'라는 건물이 있는 길가에 위치한 킨류라멘이었고, 다른 하나는 도톤보리 강 남쪽의 도톤보리 거리에서 유명한 꽃게집을 지나서 쭉 동쪽으로 가다 보면 용꼬리가 달린 간판이 보이는데 그곳에 또 하나의 킨류라멘이 있다. 아직 오전이라 그런지 명성에 비해 손님이 적어서 대기 없이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주문해야 하는 건지 파악한다고 조금 서성였다. 우리의 식당처럼 착석하고 종업원에게 주문하는 방식이 아니라, 입구에 있는 발권기에서 원하는 라면의 티켓을 구입한 다음 종업원에게 건네주어야 주문이 되는 방식[각주:1]이었다. 라면 종류는 싼 것과 비싼 것 딱 두 종류뿐이었다. 이왕 먹는 거 비싼 걸로 먹자 싶어서 과감히 비싼 라면을 주문한 후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렸다. 우리 나라 포장마차와 비슷한 인테리어로, 합판으로 만들었으리라 추정되는 마루에 올라 앉아 간단하게 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밑반찬으로 김치와 부추무침 같은 것도 마련되어 있었다. 킨류라멘은 돼지고기 육수에 삶은 돼지고기를 얹은 라면으로 진한 국물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국물 맛이 약간 짠 편이었기 때문에 따로 김치는 먹지 않았다. 돼지고기 양이 많은 것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가볍게 식사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으로 먹은 라면이었는데, 의외로 포만감이 컸다. 조금 싱겁게 먹는 일본 사람보다는 우리 나라나 중국인 입맛에 더 맞는 라면이라 생각되었다. 우리도 평소에 싱겁게 먹는 편이라 좀 짜긴 했지만, 일본에 와서 처음 먹어본 일본 라면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기괴한 얼굴상이 특징인 '난바 도톤보리 호텔'

킨류라멘의 용꼬리 간판

꽤나 맛있었던 킨류라멘


라면을 먹고 있다.

라면을 먹고 쌍따봉을 치켜올리고 있다.


우메다역

오전 11시

  교토로 가는 방법은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JR을 이용하는 것으로 난바에서 바로 교토역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다른 방법은 지하철을 타고 오사카 역으로 이동한 후 걸어서 한큐 우메다 역으로 가서 한큐선을 타고 교토의 '가와라마치역'으로 가는 것이다. 편하기는 JR을 타는 것이 편할 것 같은데, 가격적인 면에서 JR을 이용하는 것이 한큐선을 이용하는 것과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알지 못한 상황이었다.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결국 발품을 팔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우메다역에서 교토의 가와라마치역까지는 얼마인지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JR난바역에서 요금을 확인하러 가면서 그냥 우메다역으로 바로 가면 안되나 싶었고, JR난바역에 도착해서는 여기까지 온 거 그냥 JR타고 가면 안되나 싶었지만, 결국 다시 발걸음을 돌려 우메다역으로 이동하였다.

우메다역에서의 이동경로

  우메다역에 도착한 후 '한큐 투어리스트 센터'를 찾아다녔다. 정식 명칭이 '한큐 투어리스트 센터'였는데, 정식 명칭은 기억하지 못하고 대충 여행자 안내소 같은 곳이겠지 하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관광안내소에 들어갔다가 여기가 아니라는 안내를 받고, 다시 제대로 된 위치를 파악한 후 도착할 수 있었다. 투어리스트 센터는 생각보다 쾌적하고 깔끔했다. 우리를 비롯한 몇 명의 여행자들이 인터넷을 하거나 직원에게 이것 저것을 묻고 있었다. 우리도 차례를 기다린 후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를 살 수 있었다.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는 한큐선으로 탈 수 있는 전철을 1일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우메다에서 가와라마치역까지 왕복 운임료보다 1일 패스가 더 싸기 때문에 오사카에서 교토에 갔다 올 계획이라면 무조건 구입하는 것이 매우 경제적이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추천하고 또 구입하는 것이다. 투어리스트 센터에는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쉽게도 그 직원과 얘기할 수 없었고, 대신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일본인 직원이 패스를 구입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어디서 내려야 하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얼마나 걸리는지, 어디서 타야 하는지 등 계속되는 우리의 질문에도 그녀는 친절히 대답을 해 주었다.

한큐 투어리스트 패스와 쿠폰북


오전 11시 40분

  직원의 안내대로 1번 플랫폼에서 기다리니 아이보리 지붕을 얹은 와인 빛깔의 열차가 들어왔다. 운 좋게도 급행 열차라 교토까지 더 빨리 갈 수 있는 차편이었다. 열차가 멈춰서고 우리가 서있는 반대쪽 문이 열린 후 기존의 승객들이 하차한 후 객차 내 좌석의 방향이 덜커덩 소리와 함께 바뀐 후 우리 쪽 열차의 문이 열렸다. 우메다역이 기점이라서 승객이 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여전히 익숙한 듯 낯선 일본의 주택가들을 바라보며, 와인 빛깔 기차를 타고 우리는 교토로 향했다.

승강장으로 입장!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한큐열차


한큐열차에 몸을 실은 채 교토로 떠났다.




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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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교 때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사먹는 방식과 비슷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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