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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의 거리


2015년 4월 10일 오후 6시 40분

  신사이바시 역에 도착 후 지상으로 나와 보니 날은 벌써 어두워졌고, 명품점의 불빛은 더욱 눈부셔 보였다. 이번 여행 일정은 낮에는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구경하고 해가 지면 먹고 쇼핑하는 활동 위주로 계획했다. 신사이바시 역 근처에는 '신사이바시 스지'라는 상점가 거리가 있어서 식사를 해결하고 쇼핑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오사카는 상업 도시로서의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서 이 신사이바시 스지는 무려 300여년이나 유지되어 온 상점가라고 한다. 여기서 '스지'는 거리를 가리키는 단어로 남북으로 뻗은 길을 '스지'라고 하고 동서로 뻗은 길은 '보리'라고 한다고. 그래서 거리 이름만 봐두어도 대략적인 방향을 알 수 있다. 기념품 점부터 옷 가게, 카페, 100엔샵 등 가지 각각의 수많은 가게들이 거리를 따라 길게 이어져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구경만 하기가 뭐해서 없는 살림에 이것 저것 조촐하게 지르기도 했다. 왠지 일본의 다이소에는 뭔가 더 특별할 것이 많을 것 같아서 들어 갔다가 여행 올 때 안 챙겨온 칫솔세트를 구입했고, 과자를 주로 파는 가게에 들어가서는 녹차맛 킷캣을 샀다. 분명히 뭔가 더 맛있는 것이 있을 터인데, 우린 알지를 못하니…. 일본어도 읽을 줄 모르고…. 그래서 사람들이 극찬하던 녹차맛 킷캣을 산 것이다. 사실 별 기대 안 했었는데, 나중에 먹어 보고 이 녹차는 맛있다며,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으면 그때 우리 앞에 미친듯이 담아 가던 중국인을 따라서 우리도 많이 살 것을… 후회했다.

어쩐지 많이 비었더라


이날 산 킷캣은 귀국 후에 맛을 봤다.

  그 밖에 유니클로에서 일본풍 디자인의 티셔츠를 샀고 드럭스토어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했다. 거리에 가득한 관광객들과 여러 가게들을 구경한 후에 우리는 드디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생각해보면 비행기에서 기내식으로 샌드위치를 먹은 후에 처음 먹는 제대로 된 식사였다. 어딜 들어가서 식사를 해야 하는데, 도무지 어디가 괜찮은지, 뭘 파는 곳인지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맥도날드를 가자니 '여기까지 와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한 곳이 없어서 신사이바시 스지에서 옆으로 벗어나 저녁을 해결할 만한 식당을 찾아 다녔다. 식당은 많았는데, 이렇다 할 정보가 없으니 쉽게 들어갈 수가 없었다. 메뉴도 일본어로 쓰여 있어, 봐도 뭔 말인지 모르겠고, 가격도 어떻게 하는 건지 파악이 안되고, 막 들어갔다가 비싼 식당이라 요금폭탄을 맞으면 어쩌나 싶기도 해서 자꾸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렇게 돌아다니면 다닐수록 점점 지치고 배는 더 고파지고 비는 계속 내리고… 지나가다 꼬치 집을 본 동생이 이 근처에 꼬치로 유명한 거리가 있다고 꼬치를 먹자고도 했는데, 또 내가 내켜 하지 않아서 그냥 지나가 버렸다. 비도 오고 추워서 좀 더 든든하고 뜨끈한 국물 같은 걸 먹고 싶어서 다른 곳을 찾아 다녔다. 여기 저기 돌아다녔지만 주점 같은 곳만 많을 뿐 밥집처럼 보이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고, 어느 순간 자칫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에 다시 신사이바시 스지로 돌아오게 되었다.

대강 추측해본 이동경로. 물음표 부분은 어떻게 돌아다닌 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신사이바시 스지에도 마땅한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아서, 이대로 난바까지 가야 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차라리 난바에 가면 맛집이 많으니까 난바까지 갈래?라고 했지만 동생도 그리고 나도 그것이 불가능하다 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에 '하나마루'라는 우동집이 보여서 어쨌든 무얼 먹으면서 좀 쉬자 싶어서 들어 갔다. 외부에 설치된 간판에는 음식 이름이 일본어로 적혀 있어서 이걸 어떻게 주문하나 하다가 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그냥 들이밀기로 했다. 그러나 다행히 식당 내부에 들어서자 따로 한국어로도 표시된 메뉴가 있었다. 줄을 서서 직원에게 메뉴를 말하면 즉석에서 재료들을 말아주는 방식이었는데, 패스트푸드식의 시스템이었다. 주문하는 곳 앞 판매대에서 팔고 있던 튀김도 몇 개 집어서 함께 계산한 다음 빈 자리를 찾아 앉았다. 뜨끈하게 간이 된 국물과 살짝 데친? 수란과 삶은 돼지고기, 통통한 면발을 흡입하니 그제서야 추위도 좀 가시고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양도 많았고, 튀김과 유부초밥도 아주 맛있어서 매우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오사카 내의 다른 나라, 도톤보리

오후 9시 30분

  배가 부르자 다시 돌아다닐 힘이 솟아났다. 이대로 신사이바시 스지의 남쪽 끝이자 '미나미 오사카'[각주:1]의 중심지 도톤보리까지 가기로 한다.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도톤보리에 가서 저녁을 먹지 않은 건 거리가 얼마나 멀지 몰라서였는데, 식당에서 조금만 걸으니까 바로 도톤보리였다. 그 유명한 글리코 아저씨가 오늘도 여전히 달리기를 하고 있었고, 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에비스바시라는 다리가 북적였다. 도톤보리 일대는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휘황찬란하고 과장되게 꾸며진 간판들로 거리가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까 신사이바시 스지에서 벗어나 가봤던 거리는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았는데, 거기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나라 같았다. 에비스바시 스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강이 도톤보리 강으로, 이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운하다. 예전에 도톤이라는 스님 혼자서 파기 시작한 것을 뒤에 사람들이 이어 받아 완성한 운하로, 스님의 이름을 따서 도톤보리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도톤보리를 중심으로 유명한 가게와 맛집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여행객이 즐기기엔 아주 좋은 곳이다. 그리고 오사카의 다른 지역에 비해 밤 늦은 시각까지 영업을 하는 가게가 많아 늦은 밤까지 오사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에비스바시 위에서 바라 본 도톤보리 운하

오사카에 오면 누구나 이 분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다.

  도톤보리가 이렇게 가까웠다면 아까 식당에 들어가지 말고 조금 더 참을걸 그랬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이미 배가 불렀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배가 부르기 위해서 우리는 타코야끼를 먹어보기로 했다. 여기에 그렇게 맛있는 타코야끼 가게가 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타코야끼 상자를 들고 맛나게 먹는 걸 보니까 또 허기지기 시작했다. 타코야끼를 먹는 사람들 중에 한 일본인 커플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이 타코야끼 어디서 샀냐고 물어봤는데, 그 일본인 커플이 우리 말을 못 알아 들어서 결국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돌아선 후 한동안 우리는 '아니, where이란 말도 모르냐고, 심지어 타코야끼는 일본어가 아닌가, 타코야끼를 타코야끼라고 하지 뭐라고 해야 알아 들을 것인가, 혹시 일부러 못 알아듣는 척 한 건 아닌가'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는 와중에 문어가 달린 가게 앞으로 길게 기다리는 줄이 보였고, 장사하시는 아저씨도 연세가 꽤 있어 보여 뭔가 타코야끼 장인 같은 모습이었던지라, '옳거니, 여기로구나' 싶어서 우리도 줄을 서서 타코야끼를 구입했다. 비 오는 와중에 길 한쪽 구석에 우산을 쓴 채로 집어 먹은 타코야끼는 뜨끈해서 일단 좋았고, 부드러운 반죽 안에 문어가 쫄깃하게 씹혔고, 마요네즈의 부드러움과 타코야끼 소스의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어우러져 입 안에서 녹는 느낌이었다. 허겁지겁 먹고 나서 밀려오는 만족감을 느끼며 조금 더 여유롭게 도톤보리 일대를 돌아다니는데, 가만 보니 사람들이 들고 먹는 타코야끼 상자가 우리가 사 먹은 상자와 다른 것이었다. 우리가 먹은 집은 검은색 상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흰색 상자의 타코야끼를 먹고 있었던 것! 우리가 먹은 집도 맛있긴 했지만, 뭔가 유명한 맛집의 타코야끼가 아니라 그냥 타코야끼를 사먹은 기분이랄까.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하지만 도톤보리를 돌아다니며 관찰한 결과 모든 타코야끼 가게 앞에는 줄이 길게 서있고, 저마다 제일 맛있는 가게라고 광고를 하고 있어서, 결국 거기서 거기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간사한 마음.

타코야끼 가게. 이 집도 맛있었다.

맛있었던 타코야키. 이미 두 개는 먹은 후.

신이마미야 호텔로 돌아옴

오후 10시 40분

  도톤보리는 남은 기간 동안 충분히 구경할 시간이 있기에 오늘은 대강 구경한 후 숙소인 신이마미야호텔로 돌아왔다. 역시나 난바 역에서 다이코쿠초 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온 후, 걸어서 숙소로 왔다. 일본 편의점이 또 대단하다고 해서 오는 길에 근처 편의점에 들렀지만, 이렇다 할 감동은 없었다. 자기 전에 마실 맥주와 내일 아침에 먹을 도시락과 물을 구입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한산했던 낮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들이 1층 로비에 마련된 바에서 한 잔씩 하면서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우리도 여기서 맥주 한 잔 할까 싶어 지배인에게 문의 결과, 사온 맥주도 괜찮지만 그래도 한 잔은 사먹어 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지만, 그냥 우리끼리 방에서 마셨다. 그리고 이 호텔 10층에는 남성 전용 사우나와 온천이 마련되어 있어 자기 전에 피로도 풀 겸 이용하려고 했지만, 우리 방에는 따로 샤워부스가 있었고, 이미 시간도 좀 늦고 내일 일정을 생각하면 그냥 일찍 자는 게 더 피로를 풀 수 있을 것 같아 방에서 씻고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상큼한 사과맛 맥주

동생은 무미건조한 그냥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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