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나에겐 위로이자 격려였다.

2009.02.11 21:18



읽은 지가 벌써 꽤 되었다. 이런저런 일들의 처리와 여행, 그리고 나의 게으름까지 더해져 리뷰를 이제서야 쓰게되었다. 그래서 뭘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 아니, 쓸 내용이 풍부하지 못하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제일 처음에 썼던 책 리뷰가 황석영의 『심청』(지금은 『심청, 연꽃의 길』으로 제목이 바껴서 출판되고 있다.)이었다. 그때 밝혔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처음에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게 황석영 소설부터 다 읽어보자는 것이었다. 새로나오는 신간들을 접하면서 속력이 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중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황석영님의 최신간 『개밥바라기별』.

 네이버 블로그에서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얼마전 무릎팍 도사 출연으로 더 유명해진 소설이기도 하다. 책 출판으로 인터넷으로 연재되었던 『개밥바라기 별』을 한동안 볼 수 없었는데, 이제는 다시 볼 수 있다고. 황석영님의 블로그 에 가면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볼 수 있다. 책이랑은 편집부분에서 조금 다르다는 것 같은데, 내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듯. 오히려 연재 분량마다 달려있는 댓글들을 읽는게 더 큰 재미를 줄듯하다. 시간있거나 관심있는 사람은 가보는 걸 추천해본다. 


<개밥바라기별 - 이미지:알라딘>
  
 
 소설은 60년대 (아마도 4·19 전후이지 않을까 싶다.) '준'이라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베트남으로 파병결정이 난 준은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 집에 잠시 들린다. 그리고 기억 저편으로 팽개쳐 놓았던 방황했던 젊은날을 되짚어본다.

 준은 어쩌면 엘리트코스를 밟아서 번듯하게 성공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런 짜여진 길을 따라 자신의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을 거부했다. 학교에 머무르지 않고 산으로 다녔으며, 교과서를 보는 대신 교양서(라고 해야하나?;; 내 어휘력의 한계인듯)나 원서를 본다. 담배피고 술도 마시지만, 방황하는 젊음이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그 침전물을 배출하기 위함이었다.(나는 이렇게 생각;;)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남으로서 어머니의 희망이자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그는 자기에 대한 탐색과 방황을 멈추지 않았다. 그냥 정해진 궤도에 올라타고 있었다면 모든것이 무난했을테지만, 그건 진정으로 사는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설악산의 어느 동굴에서 여름을 보내고, 학교를 그만두고, 여자를 만난다. 그래도 준은 확실한게 하나도 없다. 아직 해답이 내려진게 하나도 없었다. 장대위를 따라 공사판을 떠돌아 다녔지만, 이내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 다시 집을 나와 절에도 갔지만 어머니와 함께 다시 돌아온다. 감히 따라하기도 힘든 이런 방황(이라고 해야할지 고행이라고 해야할지)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모든것은 안개 저편에 놓인 듯 하다. 세상일은 시들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아직 정의내리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준은 약을 먹고 자살을 기도한다.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젊음이다. 나도 아직 젊기에 이런말을 하는게 참 어색하고 누가 보면 웃을 일이지만, 참으로 파란만장하다. 정말 따라할 엄두도 안날 정도로 방황에 방황을 거듭한다. 한번 궤도에서 이탈하자 그 무방향성의 암흑속에서 이리저리 헤매기만 했다. 근데 이 모든 에피소드들은 실상은 작가 황석영 그의 젊은 날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무릎팍도사를 본 사람들은 아마 짐작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글쓰기는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라고 했다. 잘은 몰라도 아마 이 젊은 날의 기억들은 황석영 자신에게 상처였지 않았을까 싶다. 추억이라해도 아픈 추억이라 하겠다. 그 아픔을 꺼내어 소설로 지어 독자들과 만났다. 무릎팍도사에서 황석영이 그랬다. 자신의 작품에 젊은 독자들이 있는 것을 알고 놀랬다고. 그래서 그들과 대화해보고 싶었다고. 1943년 생이니까 올해로 67세인데, 할아버지라고 하기엔 젊고, 아저씨라고 하기엔 좀 부담스러운(적어도 나에겐;;) 나이지만 젊은이들과 소통하려고 기꺼이 자신의 젊은 시절을 꺼낸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블로그를 통해서 연재된 작품이다. 블로그는 다양한 사람들과 즉각적인 반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거기다 젊은이들과 소통을 시도하기에는 더나은 곳이 없을 공간이다. 거기서 자신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며 대화를 했다. 아, 물론 그 외의 이야기들, 예를 들자면 시국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소설을 읽고 있으니 따뜻했다. 어쩌면 할아버지가, 어쩌면 아버지가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손자 혹은 자식들에게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위로처럼 들렸다. 힘내라고 하는 격려처럼 들렸다. 어쩌면 응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방황하고 힘들어하고 모든게 혼란스러운 그들에게, 젊음이란 원래 그런거라고. 하지만 그만큼 또 에너지가 넘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고. 

 작가의 말 중에 마음에 남는 부분을 인용해 본다.
나는 이 소설에서 사춘기 때부터 스물한 살 무렵까지의 길고 긴 방황에 대하여 썼다. '너희들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끊임없이 속삭이면서, 다만 자기가 작정해둔 귀한 가치들을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전제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너의 모든 것을 긍정하라고 말해 줄 것이다. 물론 삶에는 실망과 환멸이 더 많을 수도 있지만, 하고픈 일을 신나게 해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태어난 이유이기도 하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때려치운다고 해서 너를 비난하는 어른들을 두려워하지 말라는거다. 그들은 네가 다른 어떤 일을 더 잘할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입시에 시달리고, 청년들은 취업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덧 젊음에 꿈이 없고 현실만 있다. 어릴때는 누구나 가슴속에 꿈이 하나씩 반짝거렸는데. 꿈을 잊지는 말자.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자신있게 꿈을 향해 달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꿈을 간직하자고는 말할 수는 있겠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보내자고. 생각해보면, 장대위의 말처럼, 사람은 씨팔…… 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니까.



개밥바라기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황석영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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