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다. 작년 가을에 영화로도 개봉되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제목은 한번쯤은 들어봤을 소설이다. 최근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한 『눈먼 자들의 도시』를 도서관에서 운좋게 빌려볼 수 있었다. 주제 사라마구 특유의 만연체?와 환상적 리얼리즘이 돋보이는 눈먼자들의 도시는 역시 괜히 유명한게 아니었다. 


<눈먼 자들의 도시 - 알라딘 제공>



줄거리
 한 남자가 차안에서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다. 곧 있으면 파란불로 바뀔 그 빨간불을 쳐다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눈이 멀어버린다. 아니 눈이 멀었다기보단 온 세상이 하얗게만 보인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우윳빛 바다속을 유영하는' 것 같다고. 이렇게 최초로 눈이 먼 남자는 안과에 가게 되고, 안과의사와 그곳에 있던 사람들에게 옮기게 되고, 그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옮기게 되면서 도시의 모든 사람이 눈이 멀게 된다. 오직 한 명, 의사의 아내만 제외하고.

 이 소설에서 인상깊은 부분은 최초로 눈이 먼 사람들과 보균자들(눈먼 사라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정신병원에 격리 시키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이 격리소에 사람이 많아지면 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사람이기를 포기해간다. 영화에서는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은 일단 대소변부터 보기가 힘들어진다. 물론 화장실은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그들은 처음에는 정해진 곳에 정조준;;해서 일을 보려고 하지만, 점점 그것이 힘들어지고, 급한사람들의 편의에 따라 여기저기 덕지덕지 싸놓은 것들 때문에 결국 화장실은 의미가 없어진다. 처음에는 복도에, 그다음에는 정신병원의 안마당에 싸지른다. 소설을 읽으면서 흡사 내가 밟은 듯 질척거렸고, 나에게 묻은 듯 냄새나고 더러웠다. 진짜 변;;으로 샤워한 기분이랄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식량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사람들 사이에서는 굶주림이 퍼지고 그 극한의 굶주림속에서 이기심만 팽배해진다. 의사와 그 동료들은 그런 상황속에서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어쩌면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 하지만 굶주림을 극복하기에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그래서 폭력집단이 생긴다. 누군가 총을 소지한체로 격리소로 들어왔고, 폭력조직을 만들어서 격리소에 오는 식량을 장악한다. 식량의 댓가로 금품을 요구했다가 나중에는 각 방마다 여자들을 요구하기에까지 이르게 된다.

눈 멂과 눈 뜸
 소설을 읽다보면 필히 드는 한가지 의문. 왜 그들은 다 눈이 멀었을까. 그에 대한 답은 소설 어디에도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첫번째로 한 남자가 눈이 멀었고, 이후 모든이들에게 전염이 되었을 뿐. 처음에는 그들의 도덕적 결함이 그 원인이라 생각했다. 도덕적 결함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말한것도 같지만, 그들에게는 조금씩은 어떤 결함같은게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사의 아내만이 눈이 멀지 않았는데 그녀는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적인 자세를 보여줘서 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이유가 있든 없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건 모두가 눈이 멀었고, 그래서 그들의 이기적인 면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들은 눈이 멀고 난 후 타인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기자신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갑자기 눈이 멀었다는 공포때문이기도 하지만, 눈이 멀게되면서 타인의 존재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우리는 앞이 보일때는 같은 공간에 있는 타인을 인식하고 그에 맞게 행동을 취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면 그 공간에는 자기자신뿐이다. 그래서 더욱 이기심은 증폭되고, 작품에서는 수용소라는 집단적인 상황속에서 더 극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의사의 아내만 눈이 멀지 않은 걸까. 소설을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은 그녀는 관찰자이자 목격자이지 않나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모두가 눈이 먼 상황을 목격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 끔찍한 참상을 보고 동료들에게, 또 독자들에게 전달해주면서 소설의 주제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눈을 멀게함으로써 사라마구는 무얼 전달하려 한걸까. 작품의 의미는 독자에게 있다는 명제를 따를 때 내가 느낀 것은 과연 우리는 제대로 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의사의 아내를 통해서 우리는 눈이 멀게 되었을때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이기심은 어디까지인지, 인간의 잔혹함은 또 어디까지인지, 무지함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또 어디까지인지를 알게된다. 덧붙이자면 도시가 얼마나 더럽게 되는지도 알 수 있게된다. 하지만 여기서 다시 질문을 던져보자. 인간의 이기심이 어디까지인지를 눈이 멀어야만 비로소 알 수 있게 되는 걸까. 그것도 오직 하나 눈뜬 사람이 있어서? 우리는 이미 보고 있다. 다만 보고 있지 않고 있을뿐.

 당신, 정말 눈뜨고 보고 있는가. 
 

눈먼 자들의 도시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주제 사라마구 (해냄출판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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