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토론 "미네르바 구속 파문"을 보고

2009.01.16 19:23

 어제 100분 토론에서는 현재 가장 큰 이슈라 할 수 있는 미네르바에 대해 토론을 했다. 사실 나는 미네르바에 대해 듣기만 했지, 그의 글을 본적은 거의 없다. 경제, 특히 금융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좀 버거워서 모르는 부분도 많았고, 주식에 투자를 하거나 펀드에 가입한 적도 없기에 풍문에 이름을 들었던 적 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 논객의 구속이란 점에서 미네르바 사건은 나에게도 중요한 사건이 되었고, 그래서 이번 100분 토론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100분 토론- '미네르바' 구속 파문



 어제 토론은 크게 네가지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진행되었다. 법원의 구속적부심 기각판결에 대해서, 과연 미네르바의 글(정부에서 달러매수금지 공문을 내렸다는 그 글)이 공익을 해할 목적이었는가, 또 그것이 허위사실인가에 대해서 서로의 의견을 교환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사이버 모욕죄'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내는 것으로 토론이 진행되었다. 

 토론을 보며 이 부분들에 대해서 생각해본 점을 간략히 적어보자면 구속영장기각신청은 좀 아니지 않나 생각된다. 물론 전원책 변호사의 말대로 사법부의 독립성은 존중해야 하겠지만, 사법부가 독립적으로 일을 잘 하는지 아닌지 국민이 감시하고 질책할 수는 있는 일 아닌가. 그리고 미네르바의 구속심사 이유로 밝힌 '도주 가능성'과 '증거 인멸 우려'는 약간 억지가 아닌가. 이미 언론에 의해 '30대 무직자, 전문대 졸업한 박 모씨'라고 다 밝혀졌는데, 도대체 어디로 도주 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이미 검찰에서 미네르바가 쓴 글을 다 확보해놨을 건데, 증거를 인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너무 근심걱정이 많으신 판사분이신듯. 게다가 미네르바가 그렇게 중죄인인가? 이부분은 솔직히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그리고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의 법조항으로 구속된 미네르바가 과연 그 법조항에 해당하는 일을 했느냐도 주 토론거리였다. 즉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는지, 그 목적을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는지가 논쟁거리였는데, 어제 김성수 교수가 말했듯이 이 조항은 많은 법조인이 그 의미가 모호하고 '공익을 해할 목적'이 과연 어떤 목적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부분에 대해 전원택 변호사는 반대의 의견을 내며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나도 여러 블로그에서, 그리고 어제 방송으로도 이 조항을 봤는데, 볼때마다 이런 느낌이 든다. '나쁜 짓하면 혼난다.' 과연 그 나쁜 짓이 어떤 짓인지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 지는 판사에게 맡겨야 하겠지만, 이런 법을 만들었을 그 국회의원들이 더 한심스럽다.
 이 공익을 해할 목적에 대해 전원택 변호사는 '미필적 의도'라고 했나? 이를테면 누가 독약이 든 음료수를 아무 곳에나 두었다, 이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누군가 그 음료수를 마시게 되고 사람이 죽는다면 처벌받아 마땅하다, 이런게 미필적 의도(혹은 고의?)이다. 물론 그경우야 당연히 처벌을 받겠지. 독약을 먹으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독약을 치우지 않고 방치했으니까. 근데 이게 미네르바가 글을 쓴것에도 해당이 되려나. 그 분들 말씀으로는 미네르바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을 스스로 알면서도 그런 공문형식의 글을 썼다는 것은 미필적 의도를 가진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그런 영향력은 누가 줬으며 어떤 근거로 그런 의도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쉽게 납득이 안간다. 미네르바를 경제 대통령으로 만든것, 그에게 그런 영향력을 준 것은 과연 누구일까? 언론아니였나? 50대의 금융권에 일한다고 알고있다고 한 그 장관 나부랭이였던것 같기도 한데. 아니지, 경제적으로 엄청난 무능력을 과시해서 전 국민이 그 일개 '점쟁이'에게 환호하게 만든 그 '리만 브라더스'아니었나? 그리고 미네르바가 그 영향력으로 국가신용도를 떨어뜨리고 20억 달러라는 피해를 입혔다는 것 자체가 우습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 아니었던가? 
 그리고 공익이라는 것이 공공의 이익, 즉 어떤 공통성을 지니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로움이라 생각한다면, 또 미네르바가 그런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고 또 그랬다고 치자. 그래서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치자. 그렇다면 미네르바 다음으로는 전 국민에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끼쳐서 공공의 이익을 해친 장관과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할 것인가? 그때는 또 주어가 없었다, 해외경제의 여파였다, 국내 여론이 정부 정책을 막았다며 떼쓸껀가.
 뭐, 독립적으로 판결을 한다는 우리 사법부에서 공명정대하게 판결을 내려주시겠지. 

 허위사실유포에 관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정부가 달러매수금지를 공문으로 보냈다는 그 글이 문제가 되었는데, 얼마전 재정경제부에서 그런 공문을 보낸적은 없지만 달러매수자제요청은 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이건뭐, 동네 깡패가 '돈을 내놔라'고 협박은 안했지만, '돈을 줄수 없겠냐?'라고 요청은 했다고 말하는 거랑 뭐가 다른건지. 윤창현 교수는 미네르바가 쓴 글이 마치 공문형식으로 썼기때문에 그 영향이 더 컸다고 까지 말했다. 게시판에 글을 쓰는 거는 편지형식으로 쓸수도 있고, 일기형식으로 쓸수도 있고, 시처럼 쓸수도 있는 거지, 그 형식까지 조심해야 한다는 건지. 아무튼 이부분을 허위사실이라고 하기엔 속속 드러나는 사실들이 무척 흡사한데. 검찰에서 이 꼬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진다면, 방어하기 좀 힘들듯. 논리적으로 힘들다기 보다는, 마치 떼쓰는 초딩한테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때 느끼는 그 어려움과 비슷하다고 할까.

 '사이버모욕죄'는 미네르바에게 모욕을 당했다는 윤창현 교수빼고는 다들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윤창현 교수는 미네르바에게 심한 모욕을 당해서 사이버모욕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과연 검찰이 윤창현 교수님에 대한 글들을 찾으면서 모욕적인 글을 직접찾아서 벌을 줄지 어떨지. 혹시 그래서 찬성하는 건가? 아무튼 경제학자로써 전문대 나온 30대 백수에게 모욕을 당하지 않으려면, 먼저 학자의 양심을 걸고 자신의 입장이나 주장을 펴시길.
 정부 여당에서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이번 사건은 궁극적으로 '사이버모욕죄'의 입법에 그 목적이 있다고 본다.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렸다, 20억 달러라는 엄청난 피해를 냈다는 등의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막 갖다붙여서 콩밥먹이겠다는 거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시범케이스인거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자기들 욕하면 다 잡아넣겠다, 너네때문에 촛불집회니 뭐니 해서 우리가 얼마나 힘들었는줄 아나, 10년만에 권력 잡았는데 인터넷 여론때문에 1년간 제대로 챙긴게 하나도 없다, 일단 눈엣가시인 것들 입부터 다 막아야겠다, 라는 생각때문에 '사이버모욕죄' 입법을 위한 과정을 밟기 위한 여론 조성 및 명분 쌓기인 것이다. 100분토론 막판 뜨거운 화제였던 '짐바브웨'에서도 2005년에 위헌 판결을 받고, 중국에서만 비슷한게 존재한다는 그 법. 우린 그런 법 필요없다. 도대체 시대를 얼마나 거꾸로 돌리려는 것인지.


 다른 포스트에서도 말했듯, 스스로 권력을 잡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제발 그 권력이 어디서 생긴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그리고 누가 미네르바를 진짜 여신으로 만들었는지도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한다.


덧. 전원책 변호사는 한때 전거성으로 날리시더니 요즘은 왜이리 토론 분위기를 해치시는지. 가끔 100분 토론에 나오는걸 보면 자신의 입장은 아주 뚜렷하고 분명한 것 같은데, 나는 이상하게 그 입장을 뚜렷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튼 다른 사람 말할 때 기다려주고 들어주는 태도가 좀 필요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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