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TV

무한도전 YOU&ME 콘서트 - 나는 벌써 태호PD가 그립다

파란선인장 2008. 12. 2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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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려는 어긋나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막무가내 방송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언론노조파업에 무한도전 제작진도 참여한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무한도전의 앞으로의 방송에 관해 많은 우려가 나왔다. 무한도전 뿐만아니라 다른 MBC의 예능프로그램도 마찬가지이고 여러 아나운서들도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어제 새벽까지 편집을 하다가 결국 제 손으로 끝내지 못하고 무한도전 CP에게 촬영본을 넘겼다는 기사와 예전처럼 재미난 편집을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말에 걱정은 되었지만, 그래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오늘 방송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아쉬웠다. 흡사 가요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 나는 오늘 유앤미 콘서트에 몰입할 수가 없었다.
  오늘 방송분에는 자막이 하나도 없었다. 멤버들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만이 바탕체의 글꼴로 화면에 나왔을 뿐이다. 정겨운 해골바가지도 없었으며, 톡톡튀는 자막 한 줄도 볼 수 없었다. 그냥 밍숭맹숭하게 진행되기만 할 뿐. 콘서트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금 하고 있는 건 어떤건지, 장면에 관한 자세한 설명, 아니 언급이라도 있었다면 좀 더 몰입할 수 있었을텐데.
  사연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통때라면 배경음악이라도 깔렸을텐데, 오늘은 그냥 사연을 읽는 목소리만 그 웅성거림속에서 흘러나왔을 뿐이었다. 거기다 자막까지 없었으니...
  내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은 멤버들때문도 있지만, 제작진의 영향도 아주 크다. 이제껏 그런 자막을 다는 프로그램은 없었고, 항상 새로움을 맛보게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왔기에 무한도전이 이만큼 사랑받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정말 나는 벌써 태호PD가 그립다. 오늘 방송은 그동안의 준비나 노력에 비해서 너무 보잘것 없었고, 그래서 아쉽고 또 슬프기까지 하다. 마치 자장없는 자장면을 먹은 듯, 맛스타없이 군생활을 한 듯, 싸이키없이 팝핀을 춘 듯 허전하고 공허하고 허탈하고...
  거기다 지난주 방송에서 보여준 악기연주와 빅뱅 뮤비 패러디하는 것은 오늘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악기 연주는 왠지 연습이 부족해서 안하기로 한 것 같은데, 빅뱅 뮤비는 왜 안나왔는지. 민두래곤의 부상투혼까지 보여줬는데 방송이 되지 않으니 아쉬울 뿐이다. 거기에 대한 해명도 하나 없으니 답답하기도 하고...




  다음 주엔 어떨지, 걱정이 된다. 오늘 방송을 보고 나와같은 반응-또는 재미없었다는 반응 및 여러 부정적인 반응이 많이 나올 것이다. 사실 그냥 다른 거 볼 거 없어서 무한도전 보는 사람들이라면 오늘 방송 정말 재미없었을 것이다. 욕도 나왔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무한도전 제작진의 마음은 어떨까. 모 인터뷰에서처럼 방송은 제작진에게는 자식이나 다름없는데, 그 마지막 편집을 자신들의 손으로 끝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맡겼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방송법 통과를 막기위해 언론노조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동안 간간히 자막으로 보여줬던 사회에 대한 시니컬한 자막들을 못 쓸수도 있는 그런 미래를 막기 위해. 그런 자막들을 보며 즐거워한 시청자들을 위해서. 언론노조파업이 얼른 끝이나야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여러 시청자들이 다시금 함박웃음을 찾을텐데. 오래산건 아니지만, 한평생 도와주는 일 없이, 아니 스트레스만 주던 그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들때문이라 생각하니 당장에라도 국회를 나메크성으로 택배보내고 싶다. 무한도전 제작진들이 언론노조파업에 참여하는 것은 어떤 이의 말대로 '제작진들의 무한도전'이기에 그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말도 안되는 법의 통과를 막고자 함이기에 오히려 마음으로나마 응원하고 있으며 또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태호PD와 무한도전 모든 제작진들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고 돌아와 그들이 원래 있던 곳에서 다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길 바란다.


※ 글을 적고 블로그뉴스에 가보니 직접 콘서트에 갔다 오신 분의 글을 읽어보니 빅뱅의 '하루하루'랑 연주 연습을 했던 Mo' Better Blues를 했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음 주 방송을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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