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의 언행을 보면 약간 의아스러운 점이 있다. 항상 스스로 2인자라고 하면서 1인자가 되기 위해 진행 욕심, 원샷 욕심을 내던 그가 정작은 1인자에 대한 욕심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냥 2인자에 머물면서 2인자가 할 수 있는 소재로 꾸준히 개그를 하려는 것 같아 보인다. 얼마전 TEO PD가 언론에 말한 것처럼 무한도전 멤버들의 '매너리즘'이 심해져서 그런 것일까. 그냥 늘 하던대로 하면서 자신의 캐릭터 내에서 머물면서 불같은 애드립이나 몇 번 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에 박명수가 실제로 1인자에 대한 욕심이 없고, 다만 그것을 이용해서 자신의 캐릭터를 지키고 개그에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별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실상 보여지는 모습은 그게 아닌 것 같아 팬으로써 몇 자 적어 보려 한다.
지난 주 인생극장 특집 때도 그렇고, 그 전의 '지못미'특집에서도 느낀 거지만, 박명수는 스스로 유재석이라는 그늘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정형돈과 정준하와 함께 '워낭소리'분장을 하고 다녔던 '지못미'특집에서도 그들과 한 팀이 된 것이 영 못마땅해 하는 눈치를 보여줬었다. 그래서 방송에 별 의욕도 없어 보였고, 그냥 그렇게 평소의 자신의 캐릭터를 살려서 방송분량을 메우려는 것 같아 보였다. 이 때만 해도 좀 아쉬웠지만, 뭐 그러려니 했다. 나름 소싸움도 시키고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 주 방송에서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박명수가 웃겼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가 과연 '1인자', 즉 '메인 MC'에 대한 욕심이 있는가, 자질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물론 박명수는 이번 방송에서도 충분히 웃겼다. 특히 마빡을 맞을 때는 이번 방송 중의 빅재미 중 하나였다고 인정할 만 하다. 문제는 중간중간 팀이 나눠졌을 때, 박명수는 자신의 진행능력을 충분히 시험해보고자 하는 노력조차 없었다는 것이다. 처음 리무진을 타고 이동할 때, 노홍철, 전진과 함께 이동했지만, 실상 그가 보여준 것은 별로 없었다. 축하의 건배를 한 번 하고는 뻗어버렸다. 게다가 그 축하의 건배도 전진이 먼저 제안한 것을 박명수가 이어 받았을 뿐이다.
박명수가 메인에 앉아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전진이 제안한 축배였다.
이런 모습은 '짬뽕'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도 볼 수 있었다. 정준하와 같은 버스를 탄 박명수는 방송 분량 안 나온다고 짜증만 내면서 침묵을 지켰다. 정준하의 같지도 않은 애드리브에는 짜증만 냈을 뿐이다. 뭔가 할려고 하는 듯한 모습도 있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시청자로서의 느낌은 '명수형은 아무것도 준비를 안하나?'였다.
명수형, 칠득이와 삼식이라도 했어야지~
이런 그들을 구해준 것이 유재석이었다. '짜장'버스에 탔던 유재석은 자신의 버스 상황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짬뽕'버스의 상황까지 걱정하며 '대화 중재'에 나섰던 것이다. 유재석의 전화를 받자 그제서야 '짬뽕'버스의 분위기도 활기가 넘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장면이 국민MC와 2인자의 차이를 단연 보여준 것이 아닐까 싶다.
옆 버스 상황까지 걱정하는 유반장.
물론 박명수가 정준하와 함께 있어서 다운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어떻게 받아 줄 방법도 없는 애드리브때문에 진행을 못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재석은 정준하와 정형돈이라는 편집사단과 함께 오픈카를 타면서도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해 냈다. 물론 '오픈카'라는 공간이 많은 도움을 줬겠지만, 유재석은 쉴 새없이 이런 저런 말을 하면서(비록 의미없는 말일지라도) 상황을 연출해 내려는 노력을 했다. 이런 점을 볼때 앞서의 박명수의 행동은 아쉽기 그지없다.
아, 명수형도 이런 프로 정신을 배워야 할텐데...
박명수는 평소에는 진행욕심을 보였음에도 막상 그 기회가 오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 팬으로서 실망감을 느끼게 했다. 유재석과 갈라져 따로 팀을 이룬 상황이야 말로 자신이 늘 원했던 단독진행을 할 수 있고 많은 원샷을 받을 수 있는 기회였음을 몰랐을까. 그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실력을 보여줘서 유재석이 없어도 나름대로 말끔하면서도 재미있게 진행시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단계씩 성장해야 할텐데 말이다. 감히 말해보건데, 누가 자신의 캐릭터를 받아 주길 기다리지 말고,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해 상대방의 캐릭터를 이끌어 내고 아울러 상황을 진행시켜 나간다면 1인자의 자리도 멀지 않을 것이다. 더이상 '실력은 없는데 욕심만 많다'는 소리를 듣지 않게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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