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IT

오큘러스 퀘스트2 구입 후 3주 사용기-대중적으로 사용가능한 VR기기

파란선인장 2021. 5. 31. 10:00
반응형

구매 이유

IT나 게임 관련 인터넷 기사나 블로그에서 종종 관련 글을 본 적이 있다. 성능이 너무 좋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뛰어나서 좋다고. SKT에서 판매를 하는데 제품이 들어올 때마다 매진이라서 항상 물량이 모자란다는 이야기들. 그리고 즐겨보는 IT유튜버의 극찬에 물건에 대한 호감이 대폭 커졌다.
VR기기는 많이 접해보지는 못했었다. 몇 년 전 VR게임방이 생겨서 친구들과 호기심에 한 번 가봤던 정도의 경험. 그 때의 느낌은 재밌긴 한데, 무겁고 불편하며 화질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내가 지금 VR로 화면을 보고 있구나'하는 감각이 살아있어서 실감이 덜 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집에서 하기에는 불편하겠구나 했다.
그렇다고 VR에 대해서 완전히 무관심한 건 아니었고, 그란투리스모 같은 레이싱게임을 VR을 쓰고 레이싱 휠로 즐기는, 진짜 레이싱하는 느낌으로 해보고 싶다는 소망은 있었다. 이런 점들이 아마도, 구매가능하다는 페이지를 보고 있던 나를 덥석 구입하게 만든 어떤 원인들이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이거는 왠지 아내에게 쉽게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허락보다 훨씬 더.


개봉기

새 기기를 개봉할 때는 언제나 설렌다

SKT에서 구입을 했다. 입고 알림 문자를 신청해놨고, 3번째 받았을 때 구입이 가능했다. 기기 용량은 두 종류였는데, 64GB도 충분하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64GB로 구입했다. SKT에서 사면 좋은 점이 최대 24개월까지 무이자할부가 가능하고 1년간 기기에 대한 A/S를 제공한다고 한다.

정갈하게 들어있었다

기기의 외부적인 만듦새는 좀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는데, 아마도 플라스틱으로 마감처리 돼 있어서 그런것 같다. 개봉은 아내의 감시하에 같이 했는데, 아내도 약간 이런 쪽으로 관심이 있어서 은근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걸 뜯으면서 기기가 얼마나 구하기 힘든지, 그래서 중고가격이 방어가 잘 되고 있다는 사실과 그래서 좀 써보고 별로면 팔 수 있다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아내의 화를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충전기와 보증안내서

USB-C타입의 충전기가 구성품으로 들어가 있었고, 그 외에 다른 구성품은 없었다.

햇빛에 직접 노출되면 안되고 액체 같은 걸로 닦으면 안된다는 경고 문구

원래 장착 되어 있는 스펀지를 분해한 뒤에 안경을 쓰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같은 걸 장착하고 스트랩을 자신의 두상에 맞게 조정하면 사용하기 위한 준비는 끝이다. 정품 구성품으로 사용할 경우, 코 부분의 빛샘과 광대 압박이 심하다는 평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신나서 쓴다고 잘 몰랐는데, 쓰다 보니까 그러해서 인터넷에서 좀 더 편한 스트랩과 빛샘이 차단되는 부품을 사서 교체 한 후 잘 쓰고 있다.


3주간의 사용 후기

일단 이건 신세계이며 미래다. 어느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처럼,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를 뿐이지. VR을 쓰기 전에는.
일단 화면이 자글거림이 없어서 현실감이 매우 높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처음 사용하면 'First Step'이라고 VR을 활용한 다양한 경험과 상호작용을 체험해보는 앱이 있는데, 이건 진짜 가상 현실 속으로 들어 온 느낌이었다. 화면 주사율도 얼마전 업데이트로 120Hz까지 지원해서 화면의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거기다 사운드도 나름 귀 바로 위에서 나와서 그런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가상 환경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줬다.

1. 유튜브 VR영상

유튜브 VR 앱을 실행하고 다양한 VR 영상을 경험해봤다. 가장 먼저 본 게 롤로코스터 영상이었는데, 기대하고 봤지만 멀미가 너무 심하게 나서 끝까지 다 보진 못했다. 이게 내 몸음 가만히 있는데 시각으로 격렬히 움직이는 정보들이 들어오니까 그 격차만큼 멀미가 났다. 개인적으로 편안하게 VR을 즐길 수 있었던 건 우주 영상이었다.
그리고 꼭 봐야할 추천하는 영상은 아이돌 그룹의 무대 영상이다. 평소에는 그냥 노래하고 춤추는 영상이었던 것들이 VR로 보면 실제 가수들이 내 앞에서 노래하고 춤을 추고 눈을 맞추는 경험으로 바뀐다. 그리고 VR이 실물을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에 가수들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는 충격도 느낄 수 있다. 연예인들 실물로 보면 쩐다고 하는 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서 이건 좀 아닌데 하는 간격만큼 그들은 아름답게 나왔고 그런 그들이 하는 무대를 완전 앞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었다.

2. 게임

오큘러스 퀘스트2로 가장 많이 할 수 있는 것은 단연코 게임이다. 기존의 손가락이나 팔만 움직이는 게임과 달리 온몸을 써서 하는 VR 게임은 그 경험부터 색다르고 재미가 있다. 내가 즐겨하는 게임은 현재 3개다. 하지만 이 3개만 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 거기다 꽤 운동도 된다.
비트세이버: 이건 무조건 사야된다. 음악에 맞춰 날아오는 큐브를 화살표 방향대로 자르는 리듬게임인데, 단순할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까 너무 재미있다. 쉬운 난이도에서는 조금 덜 하지만 난이도를 높일 수록 은근 운동이 꽤 된다. 나는 BTS뮤직팩을 구입해서 거의 방탄 노래만 하는데 아는 노래들이라 그런지 하고 있으면 엄청 신난다. 물론 그런 내 모습을 아내는 되게 한심하게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래서 언젠가 한번 아내에게도 경험을 시켜줬는데, 역시나 신나했다. '비트세이버 꽤 재밌네' 하면서.
일레븐 테이블 테니스: 탁구 게임이다. 우리나라 스토어에선 구입할 수가 없어서 대부분 캐나다로 IP를 우회해서 구입한다.
IP우회방법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오큘러스 퀘스트2를 실행하면서 동기화시킨 기기(대부분은 스마트폰일 것이다)에 VPN 어플을 깔아서(구글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검색하면 엄청 많이 있다. 그중에서 무료로 사용가능한-물론 광고는 봐야함- 것을 찾으면 된다) 실행시킨 다음 캐나다 IP로 접속한다음 스마트폰에 깔린 오큘러스 어플을 완전히 새로 시작하면 캐나다 스토어로 접속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실행을 하면 되는데, 이 게임은 실제로 탁구를 오랜 친 사람들도 극찬을 할 만큼 실제 탁구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기 자체의 시야각이 좁고, 실내에서 발을 크게 움직일 수가 없어서 제약은 있지만, 실제 탁구와 유사한 경험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이 게임을 잘 하기 위해서 실제로 탁구를 조금 배웠고 그 배운 것을 이 게임에서 쓰면서 게임실력도 늘고 실제 탁구 실력도 늘고 있다.
더 스릴 오브 더 파이트: 권투 게임이다. 이것 역시 국내 스토어에는 없기 때문에 캐나다로 우회해서 구입했다. 실제 권투와 같은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되며, 샌드백 등 훈련도구도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뭘 치는 게 아니라 내 팔 동작만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거라 '뭐 크게 실감나거나 힘들겠나'라고 생각했는데, 한 경기 하고 나서 거실 바닥에 쓰러져서 '어쩌다 이렇게까지 체력이 저질이 된 걸까'하고 반성하고 있는 내가 있었고, 그걸 또 한심하게 보는 아내가 있었다. 내가 약해서 그런거겠지만 게임 속 상대방(게임 속 AI?)이 가면 갈수록 쓰러지질 않고 쓰러져도 또 일어나고 해서, 불과 3라운드밖에 안되는데 그것도 겨우 해서 호흡이 딸리고 죽을 것 같은 상황이 되곤 한다. 이거 한 경기하면 진짜 무슨 타바타 운동한 것처럼 헉헉대며 땀이 난다.


지난 3주간 시간이 될 때마다 오큘러스 퀘스트2를 가지고 놀았다. 내가 땀을 뻘뻘흘리는 걸 보고 아내는 적당히 하라고 하지만, 아내의 6개월 헬스장 등록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겁게 운동하는 점은 내가 그래도 아내 앞에서 당당히 가상세계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명분이 돼 주고 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