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전시,공연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 대림미술관

파란선인장 2015. 3. 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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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올라 온 후 뭘 구경하고 다닐지 고민하던 내게 친구가 자꾸 추천해 준 것이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런게 있는가보다 라고 했는데, 표를 직접 사서라도 나를 보내려는 친구의 의지에 감복?해서 찾게 되었다. 카카오톡 쇼핑에서 사진전 관람에 커피 한 잔 제공되는 티켓을 구매한 뒤 대림미술관을 찾았다.


폴과 두 자녀를 찍은 린다의 유명한 사진 중 하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린 후 지도앱을 보며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대림미술관이 보였다. 내가 찾았을 때는 금요일 오후 2시쯤이었다. 평일 오후였고, 사진전이라고 해서 사진에 관련 있는 사람들이나 그쪽 업계 종사자들이나 찾겠지 싶었는데, 웬걸, 생각지도 못한 대기줄에 깜짝 놀랬었다. 상당히 추운 날이었는데, 그 추위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만든 줄이 미술관 건물을 돌아 길게 이어져 있었다. 나야 어차피 온 것이고, 혼자…왔고, 다른 계획도 없었기에 투덜대면서도 일단 줄을 섰지만, 사진전을 찾은 사람 중에는 대기줄을 보고 돌아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인파에 한 번 놀랐고, 또 사진전을 찾은 사람들의 유형?을 보고 다시 놀랐다. 이렇게까지 여성들만 찾아올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의 성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여성이 일방적으로 많았고, 커플끼리 온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리고 사진에 관심이 있거나 종사자로 보이는 남성 방문객 무리가 있었고, 당시에 사진전을 찾은 사람들 중에서, 아마도, 남성 혼자 온 사람은 나 혼자 뿐이었던 것 같았다. 기다리는 내내 앞뒤로 젊은 여성들뿐이어서 있어서는 안되는 곳에 나 혼자 서 있는 것 같아 당황스러워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도 같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추울까 미술관에서 설치해 놓은 난로도 따뜻했고, 막상 사진전을 볼 생각을 하니, 얼마 만에 찾은 사진전인가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왠지 내 뒤에 서있는 여성분도 혼자인 것도 같은 것이 마음 한 곳이 괜스레 따스해지기도 했다. 


가족들을 담은 사진들에서 린다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드디어 입장할 순서가 되었다. 한 무리가 들어가면 어느 정도 시간적 간격을 뒀다가 또 한 무리를 입장시키고 있었는데, 내 앞에서 잘릴 것 같던 순서가 혼자 왔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하니까, 어쩐지 나까지 입장시켜 주었다. 뭔가 직원분의 애잔한 눈빛이 느껴졌지만, 아마 기분 탓이었을 것이다. 1층은 티케팅과 기념품을 파는 공간이었고, 본격적인 전시는 2층부터 시작되었다. 기다리면서 받아 놓은 대림미술관 앱을 통해 사진에 대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그리고 큐레이터가 직접 설명해주는 그룹이 나타난걸로 보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직접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로 북적여서 거기에 끼지는 못하고 동냥귀로 그럭저럭 설명을 들으며 앱으로 듣고 하면서 사진을 감상했다.


그녀의 남편과 직장동료들.


유명한 사진인 '애비로드'앨범 표지 사진을 찍기 전 비틀즈의 모습을 린다가 찍은 사진. 이 대형 사진 앞에서 하나같이 똑같은 포즈로 기념사진들을 찍더랬다. 어찌나 다들 똑같던지...나도...그렇게...찍고싶...


  그녀의 일상 속에서 담은 가족들의 사진들부터 시작해서 그녀가 사진작가로 본격적으로 유명해지게 된 시기의 사진들, 그 후 비틀즈나 롤링스톤즈, 지미 핸드릭스와 같은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을 찍은 사진들, 후기에 자연을 대상으로 하거나, 실험적인 기법으로 촬영한 사진들까지 연대별, 주제별로 4층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일상 사진들에는 특별한 건 없지만 관찰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좋았고, 세계 최고의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낼 수 있었던 그녀의 인간적인 매력도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린다가 폴 매카트니라는 당대 최고의 밴드 '비틀즈'의 멤버와 만나고 결혼했기 때문에 유명한 셀럽들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사진작가로서 성공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의 사진을 보면 볼수록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후기에 작업한 작품들이 좋았는데, 자연을 담은 사진에서도 린다라는 사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람을 마치고 대림미술관 옆에 있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하나 받아서 조금 앉아있다 보니 폐점 시간이라고 해서 그곳을 나왔다. 사진전을 보고 나니 나도 다시―라고 말하기도 뭣하지만―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다의 유명한 사진 중 일부분 발췌(?). 폴 표정이 너무 재밌어서 소장욕구가 샘솟았던 것 같다.

패키지로 구매한 아이스아메리카노와 기념으로 산 엽서 3장.


대림미술관. 나오니 어둑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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