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부탁으로 서울에 올라왔다가 며칠 쉬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평일 오전과 오후는 온전히 홀로 지내야 해서 뭘 할지 고민이 있었고, 고민의 결과는 이것저것 보러 다니자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한 번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 박물관에 가기로 했고, 생각보다 늦은 시간에 도착해서 본관 관람은 내일로 미루고, 일단 폼페이 특별전을 관람하기로 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전경


  평일 오후인데도 관람객으로 전시장은 붐볐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3000원이었다. 시간이 맞으면 큐레이터의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일단은 그냥 오디오 안내기기를 빌렸다. 이 기기를 빌리려면 대여비 3000원을 내고 신분증을 맡기면 된다. 폼페이 도시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유적에서 발견된 유물, 건축물 등을 전시해서 그 당시의 생활모습과 로마 제국의 휴양지로서의 폼페이의 모습 등을 관람할 수 있었다. 유료 전시회라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폼페이 특별전 입구


  폼페이 유적에서 발견된 벽화, 장식품, 일상용품, 귀금속 등의 장신구, 음식, 벽의 낙서 의료도구 등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생활 모습을 보여 주는 유물들에서 일반 평민들의 삶의 모습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유물들까지 그 당시의 생활 모습을 담은 것들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로 인해 박제된 듯 시간이 멈춰진 채로 오늘날에 발굴이 된 폼페이는, 언젠가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이번 전시회로 폼페이를 일부나마 보고 느끼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어서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뱀포양 팔찌. 안쪽 면에 적힌 글귀는 아마 귀족이 매춘녀에에 선물로 줬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로마의 대표적인 휴양지답게 귀족들의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생활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인상이 깊었다. 어떤 여성 시체에서 발견된 뱀모양 팔찌와 저택을 장식했었을 정교한 조각상들 등이 있었다. 그중 저택의 벽에 정원의 모습을 그려 넣은 벽화가 인상이 깊었다. 실내의 벽에 정원의 모습을 그려넣음으로서 답답함을 없애고자 한 것인데, 당시 꽤 유행했던 문화라고 한다. 각종 새와 나무, 꽃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 넣은 것이었는데, 미술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유물일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닥 감흥이 없었다. 자연 속에 어우러져 지어졌던 우리 문화의 옛 건축물들에 대한 경험 때문인지, 당시 폼페이 사람들이 조금 미련하게 느껴졌다. 그냥 직접 나무를 심어서 가꾸기가 귀찮고, 희귀한 새들을 정원에만 가둬두고 키우기도 힘들고, 만약 그렇게 했더라도 자주 볼 수 없어서 그림으로 그려 넣은 것일까? 그냥 너무 돈이 넘쳐서 할 수 있었던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폼페이 정원 벽화. 전시회에서 사진은 찍을 수 없었지만, 구글 검색으로 다 찾아 볼 수 있는 것 같다.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전체적으로 가옥 구조는 낯설지 않았는데, 아마도 로마시대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 등을 봤던 경험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폼페이 사람들은 실내 장식으로 연극에 쓰인 가면을 벽에 그려 두었는데, 천장에 매달아 놓은 형태로 그렸거나, 기둥 모양의 받침대 위에 올려 놓은 모습으로 그려 놓아서 장식을 했다. 그러한 그림들은 마치 교수형 당한 머리를 매달아 놓은 것 같아서 이게 과연 어떤 장식으로서의 효과가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만 남았던 것 같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으로 폼페이 사람들이 잠을 잘 때 쓰는 침대 외에도 침대가 하나 더 있었는데, 이는 식사할 때 쓴다는 침대였다. 여기에 비스듬하게 누워서 하인들이 가져다 주는 음식을 먹었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상상해 보니 과연 사치스럽고 또 거만한 귀족들의 생활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폼페이의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모습은 음식 문화에서 잘 드러났는데, 음식을 화려하게 차려 놓되, 반 정도만 먹고 나머지는 무조건 버린다고 했다. 그리고 더 많이 먹기 위해서 일부러 토하고, 다시 먹고, 그러면서 반 이상을 바닥에 버리는 행동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과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집의 바닥 타일에는 먹다 버려진 과일, 생선 등의 그림이 새겨져 있기도 했다. 이렇게 부유하게 사치스럽게 살다가 하루 아침에 화산재에 묻혀 버린 도시가 폼페이였다.


  뭐니 뭐니 해도 폼페이하면 화산재에 묻힌 사람들의 형상을 복원한 모습이 떠오르는데, 이를 '캐스트'라고 한다. 이 전시회에서도 단연 이 '캐스트'들이 백미였다. 화산재 속에서 죽어간 개의 뒤틀린 형상이 화산재에 묻혀 죽어간 개의 고통을 느낄 수 있어다. 또 다른 캐스트는 치마를 올려 입을 가리고 있는 모습의 여성이었는데, 그 옷의 결까지 남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 캐스트는 화산재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사체가 부패되고 난 후 생긴 빈 공간에 석고를 채워 복원한 것이다. 이천 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내 앞에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복원한 이 석고 덩어리 앞에서 신기해 해야 할지, 갑작스런 자연 재해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죽어간 그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있다는 사실에 슬퍼해야 할지, 복잡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옷으로 얼굴을 가린 여자 캐스트 (출처:구글 이미지 검색)


  그 밖에도 다양한 유물들을 통해 당시의 생활 모습을 살펴 볼 수 있었다. 바커스와 비너스를 숭배했던 그들의 종교관, 기원전의 것이라고 하기엔 뛰어났던 의학기술 수준, 음식 문화, 경제 활동 등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유물들을 보는데에는 대략 두 시간 정도 걸렸다. 나는 매우 천천히 봤기 때문에 관람시간은 이보다 더 짧아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전시관 한 쪽 구석에 따로 비밀스런 공간에 자리하고 있던 폼페이 사람들의 성생활을 보여주는 전시장으로 들어가봤다. 물론, 당연하게도, 엄청난 기대를 하고 들어갔다. 그렇게 사치스럽고 부유하고 쾌락을 추구했던 로마의 귀족들. 특히나 폼페이는 그들의 휴양지였기 때문에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도시인 폼페이의 성생활이라니! 입구에는 18세 미만의 관람객은 보호자의 동반이 없이는 입장이 불가능하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두 시간동안 걸어다니며 관람하는 것은 꽤 피곤한 일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피로도 잊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입장을 하게 되고, 폼페이 사람들의 성생활을 두 눈으로 목격하게 되는데...



  본 전시는 2015년 4월 5일까지 진행된다고 한다.


전시회장 입구


이렇게라도 사진 못 찍은 아쉬움을 달랬다.


괜히 아련돋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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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동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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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데자뷰 2015.02.22 12:44

    이보시오 블로그주인장,
    제일 중요한 부분이 어디간게요 ㅠㅜ

    perm. |  mod/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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