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기회가 되면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던 곳이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이미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본 것들을 굳이 직접 찾아가 볼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학교에서 배우고 책에서 본 것들이기에 직접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그 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처럼,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박물관도 여행 온 것처럼 한 번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것이라 생각했다. 한 편으로는 좀더 젊은 시절이었다면 이렇게 박물관을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 나이를 먹어 감에 따라 취향이나 가치가 변화한 영향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 내리면 지하도를 이용해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쉽게 찾아 갈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총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층은 선사시대부터 개화기까지의 우리 나라의 유물들을 시대별로 전시해 놓았고, 2층에는 기증관과 서화관이 자리하고 있었고, 3층에는 공예·자기관과 아시아관이 있었다. 이미 다녀간 지인들에게 전시관을 다 보려면 하루는 부족하고, 넉넉잡아 3일 계획으로 관람해야 한다고 들었기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갔지만, 실제 본 박물관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박물관의 가치를 규모로만 따질 수는 없는 것이지만, 이 정도면 세계 어느 박물관이도 어깨를 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소장하고 있는 유물들의 가치도 말 할 나위 없는 것이다.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도 꾸미기를 좋아했음을 보여주는 빗살무늬토기
일단 우리 나라의 역사를 따라가며 유물을 관람하기로 했다. 구석기 시대부터 이땅에 살기 시작한 인류―우리의 조상들이 사용한 유물들과 그 발굴 장소들, 특히 내가 살고 있거나 살았던 곳, 혹은 자주 방문하는 곳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몇 천 년 전의 그들의 삶이 어렴풋이 느껴지기도 했고, 또 그 긴 시간 동안 이 땅에서 우리는 살아왔구나 하는 당연하면서도 놀라운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청동기, 고조선 시대 | 귀족들의 | 필수 아이템 |
고구려의 뛰어난 세공기술을 보여주는 허리띠 고리 유물
고구려 벽화 사신도 중 현무. 전시실의 사면을 실제 벽화가 그려진 환경과 유사하게 꾸며서 인상깊었던 것 중에 하나.
각 전시관이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관람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어느 정도 우리 역사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다면 혼자 자유롭게 관람하는 것도 괜찮지만, 시간에 맞춰서 전문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다. 관람 도중 큐레이터가 이끄는 그룹을 만났는데, 얼핏 들어보니 꽤나 흥미진진한 설명이어서, 다음에는 시간에 맞추거나 미리 예약을 하는 방법들을 알아봐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별 전시실에서 전시 중이었던 신라의 금관.
고조선 시대부터 삼국 시대까지의 유물들을 보니까 새삼 조상들의 문화 수준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전날 폼페이 특별전을 봐서 그런지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폼페이 특별전에서 여러 장신구들을 봤을 때는 '정교하다', '화려하다' 등의 느낌을 받았지만, 그래도 삼국의 귀족들이 썼던 유물들에 비교될 바가 아니었다. 여러 가지 변수가 있고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비교해서 이게 더 훌륭하고 저건 못하다 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삼국시대 당시의 사람들이 금속을 다루는 실력은 감탄을 자아낼 만큼 세밀하고 아름다웠다.
금으로 세밀하게 만들어진 목걸이
서역에서 건너 온 유리병
고려 시대에는 역시 청자가 중심이었고, 조선 시대에는 성리학에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서적들이 주요 전시품목이었다. 이후 개화기까지 역사의 흐름에 따라 중요한 유물들을 관람하다보니 정말 한국사 개론 서적 한 권을 읽은 기분이었다. 오히려 책으로 읽은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각 지역에 있는 박물관, 예를 들면 국립부여박물관 같은 곳 등을 다녀보는 것도 우리 역사를 더 알고 직접 느낄 수 있는 유익한 경험이 될 것 같다. 1
고려시대 금속활자
가난한 사람이 스스로를 노비로 판 조선시대의 문서. 마음이 짠했던 문화재.
개화기 시대에 이미 존재했던 입체사진. 쌍안경처럼 생긴 장치로 보면 나름 입체적인 사진을 볼 수 있다.
호랑이따위 한낱 뒷산 사는 길냥이였던 시절.
- 이제와 생각해보니 학창시절 왜그렇게 학교에서 곳곳의 박물관을 돌아다녔던 것인지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본문으로]
'Review > 전시,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 대림미술관 (3) | 2015.03.01 |
---|---|
국립중앙박물관 - 2.반가사유상의 미소 (0) | 2015.03.01 |
국립한글박물관을 아시나요? (0) | 2015.02.16 |
폼페이 특별전(국립중앙박물관) -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 (2) | 2015.02.14 |
2012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아이유 콘서트 (4) | 2013.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