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속도로 흥행기록을 깨고 있는 영화 명량. 말 그대로 국민 영화가 되어버렸다. 이미 대세가 되어버려서 나만 안 볼 수 없다는 초조함이든, 상영관 독점으로 인해 이것 말고는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어서이든, 이전 작품이 「활」이었던 감독이나 우리나라 연기 원톱 최민식을 믿고 보는 것이든,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이미 봤고, 앞으로도 볼 영화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감독과 주연배우 때문에 기대를 했고, 투자배급사의 상영관 독점에 거부감이 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보고 난 이후의 느낌은 기대보단 못하지만 거부감은 사라진 정도인 것 같다. 진중권 교수는 미학적 관점에서 '졸작'이라고 혹평을 했지만, 미학적 수준이 부족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그정도로 졸작인 것 같지는 않았다. '수작'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괜찮다고 생각한 부분은 일단 명량해전을 볼 수 있는 수준으로 스크린에 구현했다는 것이다. 물론 헐리우드급의 미친듯한 스케일은 아니었고, 또 스토리상으로도 그렇게 의도한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당시의 해상 전투를 어느 정도 현실감 있게 연출한 점은 나쁘지 않았다. 역사책으로만 배웠던 기적과도 같은 승리였던 명량해전을 스크린을 통해서 보는 것에서 어느 정도 감동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역시 배우 최민식의 연기는 그가 얼마나 이순신이라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 노력했는지, 그리고 그의 연기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뭐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순신이라는 장군을 연기하기에는 좀 왜소하지 않았나 싶었다. 이순신 장군의 이미지가 섬세하고 신중하면서도 무인으로서의 기개가 흐르는 모습인데 그런 면에서 좀 부족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과연 저만큼 이순신을 표현할 사람이 국내에 있을까 싶기도 했다. 1
하지만 실망스러운 점도 많았다. 우선 플롯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임진왜란―정확히는 정유재란이지만― 일본이 처들어왔고 이순신 장군이 적은 수로도 무찔렀다는 사실은 초등학생 이상의 대다수의 국민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점을 감독도 의식했는지, 휘하 장수의 배신이라든지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의 희생 등을 통해서 극복해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참히 실패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플롯의 약점은 등장하는 인물의 캐릭터로라도 극복해야 했지만, 이순신 장군을 제외한 다른 조연들의 비중이 거의 '병사12'정도의 수준이었다. 이 영화가 3부작으로 제작되는 시리즈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인물들이 후속작에서 비중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의문이 남는 부분이었다. 조연들의 연출을 생각했을때는 차라리 한산도부터 순서대로 제작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거기에 더해 나름 잘 나가는 두 배우 류승룡과 조진웅도 조금 아쉽게 소비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비중이 너무나 높기 때문에 이런 점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활」을 연출했던 감독의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다분히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순신이라는 위인이 차지하는 무게감이 영화 흥행의 큰 축이 되었지만, 그 무게감에 영화가 눌린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2
'Review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미테이션게임 - 다름에 대한 사회적 폭력에 관한 영화 (3) | 2015.03.17 |
---|---|
인터스텔라 - 너를 향해 작용하는 중력 (2) | 2014.12.26 |
영화 '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후기 (0) | 2014.08.18 |
영화 '노아' - 신의 대리자이자 심판의 대상, 인간 노아 (0) | 2014.03.25 |
‘더 테러 라이브’ 짧은 후기 – 더 하정우 라이브 (2) | 2013.08.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