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영화

이미테이션게임 - 다름에 대한 사회적 폭력에 관한 영화

파란선인장 2015. 3. 1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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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의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은 첨단 과학 기술의 집약체이자 실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늘날 인공지능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작년에 '유진 구스트만'이라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30명의 전문가중 10명에게 인간이라는 판단을 갖게 하여 이른바 '튜링테스트'를 통과해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튜링테스트는 질문에 대답하는 존재가 인간인지 기계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최근의 인공지능의 수준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 테스트를 고안한 사람이자, '튜링 머신'을 개발하여 오늘날의 컴퓨터 개발에 지대한 공을 세운 사람이 '앨런 튜링'이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이다.



이미테이션 게임 (2015)

The Imitation Game 
8.4
감독
모튼 틸덤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이라 나이틀리, 매튜 구드, 알렌 리치, 매튜 비어드
정보
드라마, 스릴러 | 영국, 미국 | 114 분 | 2015-02-17
글쓴이 평점  


  2차 세계대전 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은 독일군과의 전쟁에서 열세에 처해있었다. 전세를 뒤집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독일군의 암호인 '에니그마(Enigma)'를 해독하기 위한 전담 팀을 꾸리게 되고 튜링은 거기에 지원한다. 튜링은 천재 수학자로 암호문 해독을 일종의 게임으로 여기며 그런 게임을 푸는 것을 좋아했고,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하는 것도 일종의 게임이라 생각하고 지원한 것이다. 독일군의 암호를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푸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튜링은 에니그마라는 기계의 언어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기계의 언어를 풀 수 있는 기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토퍼'라고 명명된 그 기계를 완성하기까지 여러 오해와 어려움을 겪게 되는 과정과 이후의 이야기들을 영화에서는 다루고 있다.


베네틱트 컴버배치의 연기은 역시 만족스러웠다. 자 이제 셜록으로 돌아와야지?


  튜링은 천재였고, 많은 천재들이 그렇듯, 그는 괴짜였다. 즉, 그는 남들과 달랐다. 녹색인 콩과 주황색인 당근을 분리해서 접시에 담아야 했고, 사람들의 말 속에 담긴 의미-말에 드러난 직접적 의미가 아닌 그 이면에 가려져 전달되는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서툰 사람이었다.[각주:1] 이런 성격 탓에 학창시절 심각한 학교 폭력을 당했고, 그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친구를 사랑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당하고, 암호를 해독하던 때에는 동료와 상관에게 따돌림과 오해를 받게 된다. 그리고 그가 사랑하는 성별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화학적 거세를 당하고 자살에까지 이르게 된다.


  튜링은 결국 '크리스토퍼'를 통하여 '에니그마'를 해독하여 전쟁의 승리에 기여하지만, 그가 구해낸 사회로부터는 거대한 폭력을 당하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영화에서 '키이라 나이틀리'가 분한 '조안'은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능력에 의심을 받고, 자신의 삶이 부모와 같은 전통적인 권력에 의해 지배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튜링이 받는 폭력과 대비되어 하나의 성찰을 가져오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조안이 당하는 성차별이 구태의 악습과 같은, 오늘날의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취급을 받고 있는 반면에, 튜링의 경우와 같은 성소수자들이 당하는 차별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조안 클라크'. 여러 의미에서 조금 아쉬웠던 캐릭터였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성소수자의 인권에 국한해서 감상하는 것은 그 의미를 너무 좁게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회에 만연한, 우리가 평범하고 일반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치에서 벗어난 것들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폭력을 휘두르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앨런 튜링이라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이고 평범한 것에서 벗어난 이 천재 과학자가 어쩌면 존재하지도 못했을 생명들과 사회를 구한 것을 생각해보면,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야 말로 인류의 진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영화는 주장하고 있는 것 같다. 1부터 10까지 이루어진 자연수 집합의 평균은 5.5이지만, 그 수는 그 집합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평균적인 것의 강요가 얼마나 폭력적이고 허망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실상 이 세상은 다양성을 기초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을 통해 발전해가고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각주:2] 그가 튜링테스트를 고안한 것은, 어쩌면 그 역시 기계가 아닌, 당신과 조금 다를 뿐인 한 명의 인간이었음을 증명하기 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1. 사람의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그가, 어떤 규칙에 의해 의미가 숨겨진 암호문을 해석하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본문으로]
  2. 심지어 유전자마저도 다양한 유전자와의 결합을 통해서 번식하고 발전해가고 있지 않은가.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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