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면 투표일이다.

 고대의 그리스에서 자국 남성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투표권이 오늘날과 같은 보통선거제, 즉 모두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주기까지는 수천년이 걸린 셈인데, 물론 그 과정에서의 투쟁과 혁명, 거기서 흘린 땀과 피가 거름이 되었음을 잊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짧은 근현대사 속에서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에 우리가 가진 한 표가 소중한 것이며, 우리는 우리의 이 신성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은 무슨.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된 이후로 울려대는 확성기 소리가 이제 이틀 후면 사라진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 알아듣지도 못할 괴성으로 꽥꽥되질 않나, 주구장창 노래만 틀지를 않나. 관심을 가지고 어떤 내용인지 들어 보면 그냥 '무조건 ㅇㅇㅇ당이야~♬' 혹은 '아들아~ ㅇㅇㅇ 뽑아줘야지~♪' 라는 둥의 개사한 노래만 주구장창 틀어대고 있으니, 왜 자신들이 당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니. 그저 소음공해만 일으킬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기 위해 집으로 날라온 홍보전단지를 훑어 봤다. 나름 '메니페스토' 정치를 실현하고자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자 했다. 그런데 후보자들마다 큼직큼직한 공약들은 다 비슷했다. 여기서 본 공약이 저기도 있고, 이슈가 되는 공약들-이를 테면 무상 급식같은 건데-은 모두가 자신이 먼저했고, 실천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래선 병역사항만으로 후보자를 가려야 할 판.

 그렇다고 당만 보고 찍는 것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여당을 찍짜니, 나라가 개쓰레기가 될 것 같고, 민주당을 찍짜니, 너무 '노무현'이미지만 들이미니까, 또 그것도 꼴뵈기 싫고. 무소속으로 나온 사람들은 다 여당의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고. 당선되면 다시 들어갈 거 아냐? 나머지 후보들은 너무 뜬구름 같은 공약들만 내세우고 있고. 투표를 안하기도 그렇고 하자니 뽑을 사람이 없고. '눈 뜬 자들의 도시'처럼 백지투표?




 삽입한 노래는 UMC의 'bullet'이란 노랜데, 처음에 이 노래를 들을 때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가 이따위로 된 걸 너무 유권자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정치인들이 국민을 속이는데 유권자라고 별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한동안 생각해봤더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된 나라인데, 이런 나라에서 정치가 개판인건 어쩌면 국민 탓인게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가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나라는 정치빼고 다 잘해'라는 글들이 자주 보이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수준은 곧 그나라 국민 수준이라고 생각해보면, 저렇듯 당당하게 적을 수 있을까 싶기도.

 그래서 부끄러워서라도 선거에는 꼭 참여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정치판이 개판이면 그걸 바꿀 수 있는 힘은 우리의 투표권에 있다고 믿으며. 

근데 솔직히 복잡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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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데자뷰 2010.06.01 00:44

    반전 쩝니다 ㅋㅋ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요즘 이 말이 와닿는게 나 역시도 올바른 한표를 행사하려 하지만
    과연 어떤 후보가 합당한지 모르겠고, 또 그걸 알기위해 그다지 큰 노력을 하지
    않는걸 보면 참 민주주의란게 어려운거 같다.
    (홍보물을 보긴 했으나 그걸로 답이 나올리 만무.)

    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 그래서 나라꼴이 이렇구나.. 라고 깨달음을 얻었다 ㅋ

    perm. |  mod/del. |  reply.
    • BlogIcon 파란선인장 2010.06.01 23:29 신고

      누군지 몰라도 참 맞는 말했네.ㅋㅋ

      여전히 나는 개판정치가 온전히 국민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를테면 쌍방과실?

    • 데자뷰 2010.06.03 00:59

      프랑스 정치학자 토크빌이 한말이다
      쌍방과실이란 말에 동감.
      근데 이번 투표결과보니 확실히 시대가 변하면서
      국민들이 성장하는거 같다.
      개인적으로 이번 투표결과, 참으로 마음에 드오 ㅋㅋ

    • BlogIcon 파란선인장 2010.06.03 23:31 신고

      이번 선거 결과보니까 확실히 변화가 있는 듯. 역시 '아새끼'들이 투표에 참여해야 뭔가 좀 바뀌지...

      한명숙이랑 유시민이 좀 아깝.

      하지만 경남이 대박이라..괜찮..ㅎ
      경남 만세!!!ㅋㅋ

  2. BlogIcon 준혁 2010.06.01 14:12

    간단하게 집권여당이 마음에 드느냐 들지않느냐 한가지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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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파란선인장 2010.06.01 23:33 신고

      여당 대 야당(야권단일화후보)이면 좀 나을텐데,
      우리 시 시장후보를 예를 들어보면
      유력한 3인 중 한명은 한나라당 공천받고 나왔고,
      한명은 야권단일화후본데 예전에 한나라당이었으며,
      나머지 한 명은 예전 시장인데 한나라당 공천 탈락해서 무소속 출마.

      또 당도 중요한데 이번에는 인물도 중요하다 생각해서...
      특히나 교육의원이나 시`도 의원으로 가면 더 오리무중.

      거기서 거기라면 당을 보고 결정해야 하겠지 뭐.ㅎ

  3. BlogIcon 벙어리냉가슴 2010.06.01 14:40 신고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딴나라당은 찍을 필요가 없고, 민주당은 꼬라지가 말이 아니고...
    차선의 대책도 없는 차악의 선택...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투표해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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