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러니까 일주일 전이었다. 지금 쓰는 컴퓨터 외에 못 쓰는 게 하나 더 있었는데, 동생이 갑자기 그 컴퓨터에 있는 하드디스크를 떼서 지금 쓰는 컴퓨터에 붙이자고 했다. 평소에 메인 컴퓨터 하드의 용량부족을 불평하곤 했는데, 거기에 동생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각한 것이 일단 재활용을 하자는 것이었고, 갑작스레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급하게 일을 벌였던 것이다. 나는 메인 컴퓨터를 뜯어서 여기저기 쌓인 먼지를 털어내었고, 동생은 옛 컴퓨터에서 하드를 뜯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평화로운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적은 용량이나마 늘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우리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조립이 거의 마무리가 되었을 때, 약속이 있는 동생은 외출을 하였고, 집이 편한 형은 조립을 마친 컴퓨터를 제자리로 옮기고 다시 셋팅을 했었다. 부팅은 성공적이었고, 윈도우에서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찾았다는 메세지가 떴었다. 그러고서는 우리 컴퓨터는 정신을 놔 버렸다.
한참을 멈춰버린 윈도우 화면을 바라보다 재부팅을 했고, 부팅화면에서 새로 단 하드디스크를 인식해서 영문의 의문문이 하나 떠 있었다. CMOS 혹은 바이오스라고 불리는 모드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영어가 많이 나오는 화면에서 까딱 손가락 하나 잘못 놀리면 헤어나올 수 없는 좌절의 늪으로 빠진다고 알고 있었기에 이런저런 설정없이 조심스레 'auto'를 선택했고 1, 그렇게 난 헤어나올 수 없는 좌절의 늪으로 빠지고 말았다. 2
그 이후로 부팅이 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윈도우 모드로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안전모드로 들어간 후 시스템 복원도 했지만 허사였다. 동생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인맥 중 유일하게 컴퓨터 지식이 많은 준혁이에게 네이트온으로 말을 걸어봤지만, 준혁이도 원인을 모르겠다며 포맷후 재설치를 권유했다. 백업할 드라이브가 없기 때문에 포맷은 불가했다. 그렇다고 컴퓨터의 자료를 다 날릴 수도 없었다. 이래저래 방법이 없었다. 3
다음날은 내가 외출하고 동생이 집에 있었는데, 내가 나간 사이에 나의 소중한 자료들을 네이트온을 이용해서 자기 노트북으로 백업을 시켜놓는 작업을 해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포맷 후 윈도우 재설치를 했는데, 인터넷도 안되고, 새로 단 하드도 인식을 못해서 다시 한번 그로기 상태. 결국 우리는 치열한 합리화과정을 거친 뒤 다음날 인근 컴퓨터 수리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4
컴퓨터 수리점에 맡기고 그날 하루를 동생과 함께 방황을 했더랬다. 둘이서 손잡고 돌아다니면서, 나는 동생에게 동생은 나에게 서로 힘이 되어 주었다. 특히 더 많은 자료를 저장해 두었던 나는 정신적 공황이 더 컸었는데, 그런 나를 동생이 잘 챙겨줬다. 몇 시간을 방황한 후에 컴퓨터를 받아서 다시 켜 봤는데, 처음에는 잘 되던게 부팅하고 나니까 또 정신줄을 놔버리는 것이었다. 다음 날 동생과 나는 분노에 휩싸인 채 수리점을 다시 찾았고, 컴퓨터 수리공 아저씨는 온라인을 통해 민방위 교육을 받던 도중에 다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을 하면서 아저씨를 주시하고 있었고 5, 비닐도 뜯지 않은 짬뽕은 한 쪽에서 불어가고 있었다. 6
결국 컴퓨터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 컴퓨터에 달린 메인보드가 아수스의 'P5LD2'인데, 이 메인보드에는 IDE 방식의 디스크 드라이브 연결 부분과 확장 IDE 방식의 연결 부분, SATA 방식의 연결 부분이 있는데, 수리공 아저씨 말로는 IDE와 확장 IDE가 윈도우 상에서 충돌을 많이 일으킨다고. 그래서 이런 방식의 메인보드가 잠깐 나왔다가 없어졌다고. 아~ 우린 뭣도 모르고 연결하려다가 이 지경까지 왔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검색해보니 완전 해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 모양(P5LD2 유저라면 한번 봐둬도 좋을 듯). 아~ 어쩌다 이런 곳에 수리하러 왔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제정신 차린 컴퓨터를 보며 다 잊을 수 있었다. 어찌됐든 돌아왔으니까.
다시 프로그램을 깔고, 백업한 자료를 옮기고 나니까 예전의 모습을 많이 되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시스템 속도도 빨라져서 '컴퓨터는 한번씩 포맷을 해야 좋다'라는 말이 와 닿았었다. 다만 그동안 알차게 등록해놨던 즐겨찾기 목록이 날아간게 좀 아쉬울 뿐. 처음 컴퓨터가 문제를 일으켜서 회생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는 정말 극도로 우울하고, 뭔가 내 영혼이 소실된 느낌이고, 삶이 뭔가, 인생무상 하는 생각에 하루종일 우울했었는데(악몽도 꿨...), 다시 살아난 컴퓨터가 쌩쌩 잘돌아가고 소실된 자료도 별로 없고 하니까 또 새 컴퓨터를 얻은 듯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보니 이건 뭔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기계 하나에 이렇게 내 기분이 크게 좌우되나, 그만큼 우리 삶에 컴퓨터라는 건 이미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어 버렸나 하는 생각도. 또 한편으론 이렇게 기억을 깨끗이 지웠다가 다시 온전히 살리는 기계가 부럽다는 생각도. 말그래도 '기계적인' 기계군 했다.
한편, 이렇게 한바탕 뜯고 조립하고 설치하고 지우고 하다보니 불현듯 강림하신 지름신님에 의한 벅차오름.
적은 용량이나마 늘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우리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조립이 거의 마무리가 되었을 때, 약속이 있는 동생은 외출을 하였고, 집이 편한 형은 조립을 마친 컴퓨터를 제자리로 옮기고 다시 셋팅을 했었다. 부팅은 성공적이었고, 윈도우에서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찾았다는 메세지가 떴었다. 그러고서는 우리 컴퓨터는 정신을 놔 버렸다.
한참을 멈춰버린 윈도우 화면을 바라보다 재부팅을 했고, 부팅화면에서 새로 단 하드디스크를 인식해서 영문의 의문문이 하나 떠 있었다. CMOS 혹은 바이오스라고 불리는 모드였던 것 같은데, 이렇게 영어가 많이 나오는 화면에서 까딱 손가락 하나 잘못 놀리면 헤어나올 수 없는 좌절의 늪으로 빠진다고 알고 있었기에 이런저런 설정없이 조심스레 'auto'를 선택했고 1, 그렇게 난 헤어나올 수 없는 좌절의 늪으로 빠지고 말았다. 2
아아악~
그 이후로 부팅이 되지 않았다. 정상적인 윈도우 모드로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안전모드로 들어간 후 시스템 복원도 했지만 허사였다. 동생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인맥 중 유일하게 컴퓨터 지식이 많은 준혁이에게 네이트온으로 말을 걸어봤지만, 준혁이도 원인을 모르겠다며 포맷후 재설치를 권유했다. 백업할 드라이브가 없기 때문에 포맷은 불가했다. 그렇다고 컴퓨터의 자료를 다 날릴 수도 없었다. 이래저래 방법이 없었다. 3
다음날은 내가 외출하고 동생이 집에 있었는데, 내가 나간 사이에 나의 소중한 자료들을 네이트온을 이용해서 자기 노트북으로 백업을 시켜놓는 작업을 해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포맷 후 윈도우 재설치를 했는데, 인터넷도 안되고, 새로 단 하드도 인식을 못해서 다시 한번 그로기 상태. 결국 우리는 치열한 합리화과정을 거친 뒤 다음날 인근 컴퓨터 수리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4
컴퓨터 수리점에 맡기고 그날 하루를 동생과 함께 방황을 했더랬다. 둘이서 손잡고 돌아다니면서, 나는 동생에게 동생은 나에게 서로 힘이 되어 주었다. 특히 더 많은 자료를 저장해 두었던 나는 정신적 공황이 더 컸었는데, 그런 나를 동생이 잘 챙겨줬다. 몇 시간을 방황한 후에 컴퓨터를 받아서 다시 켜 봤는데, 처음에는 잘 되던게 부팅하고 나니까 또 정신줄을 놔버리는 것이었다. 다음 날 동생과 나는 분노에 휩싸인 채 수리점을 다시 찾았고, 컴퓨터 수리공 아저씨는 온라인을 통해 민방위 교육을 받던 도중에 다시 컴퓨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을 하면서 아저씨를 주시하고 있었고 5, 비닐도 뜯지 않은 짬뽕은 한 쪽에서 불어가고 있었다. 6
결국 컴퓨터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이 컴퓨터에 달린 메인보드가 아수스의 'P5LD2'인데, 이 메인보드에는 IDE 방식의 디스크 드라이브 연결 부분과 확장 IDE 방식의 연결 부분, SATA 방식의 연결 부분이 있는데, 수리공 아저씨 말로는 IDE와 확장 IDE가 윈도우 상에서 충돌을 많이 일으킨다고. 그래서 이런 방식의 메인보드가 잠깐 나왔다가 없어졌다고. 아~ 우린 뭣도 모르고 연결하려다가 이 지경까지 왔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검색해보니 완전 해결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 모양(P5LD2 유저라면 한번 봐둬도 좋을 듯). 아~ 어쩌다 이런 곳에 수리하러 왔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제정신 차린 컴퓨터를 보며 다 잊을 수 있었다. 어찌됐든 돌아왔으니까.
다시 프로그램을 깔고, 백업한 자료를 옮기고 나니까 예전의 모습을 많이 되찾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시스템 속도도 빨라져서 '컴퓨터는 한번씩 포맷을 해야 좋다'라는 말이 와 닿았었다. 다만 그동안 알차게 등록해놨던 즐겨찾기 목록이 날아간게 좀 아쉬울 뿐. 처음 컴퓨터가 문제를 일으켜서 회생가능성이 없어 보일 때는 정말 극도로 우울하고, 뭔가 내 영혼이 소실된 느낌이고, 삶이 뭔가, 인생무상 하는 생각에 하루종일 우울했었는데(악몽도 꿨...), 다시 살아난 컴퓨터가 쌩쌩 잘돌아가고 소실된 자료도 별로 없고 하니까 또 새 컴퓨터를 얻은 듯 기분이 좋아지는 나를 보니 이건 뭔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 기계 하나에 이렇게 내 기분이 크게 좌우되나, 그만큼 우리 삶에 컴퓨터라는 건 이미 뗄 수 없는 필수품이 되어 버렸나 하는 생각도. 또 한편으론 이렇게 기억을 깨끗이 지웠다가 다시 온전히 살리는 기계가 부럽다는 생각도. 말그래도 '기계적인' 기계군 했다.
한편, 이렇게 한바탕 뜯고 조립하고 설치하고 지우고 하다보니 불현듯 강림하신 지름신님에 의한 벅차오름.
반응형
'Blogcasting > 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은 5·18 (2) | 2010.05.18 |
---|---|
어버이날 선물 (4) | 2010.05.08 |
영락공원에서 (0) | 2010.03.21 |
밥 먹기 귀찮아 (4) | 2010.03.20 |
여긴 어디? 우린 누구? (2) | 2010.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