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어버이날 선물

파란선인장 2010. 5. 8.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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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 이브(?)를 맞이해서 피곤에 찌들은 몸뚱이를 이끌고 효도 한번 해 볼거라고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옷가게를 돌아다녔다. 예쁜 옷들이 많지만 능력부족으로 못 사는 현실에 서글펐고, 부모님 사이즈를 모른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좀 부끄러워 많이 반성한 하루였다. 오랜 고민과 아우와의 열띤 토론 과정을 거친 후, 요즘 유행이라는 너무 똑같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커플룩으로 맞춰 입었구나 싶은 반팔 티셔츠를 착한 가격에 구입했다. 혹시나 백수 아들이 없는 돈에 싸구려 샀다고 생각하실까봐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악어상표의 옷가게에서 사는 정성을 보여드렸다.
  집으로 돌아오니 12시였는데 다들 바빠서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 주무시는 분들을 깨워서 선물을 전달해드리고 선물 착용 행사도 해보았다. 고마움을 표현하시는 동시에 색깔에 대한 불평을 하셨지만[각주:1], 입어보니까 너무 잘 어울리고 사이즈도 딱 맞았다. 이어지는 나와 동생의 침이 닳는 칭찬을 들으시고서야 흡족하신듯 잘 입겠노라고, 마침 결혼식에 갈 때 입을 티셔츠가 필요했노라고 하셨다.

  어머니: "돈도 없을 텐데 이런 건 뭐하로 샀노."
  동생: "돈이 없어서 이것 밖에 못 샀다."
  나: "그러게, 없는 살림에......"

 
  어머니: "돈 많이 벌면 더 좋은 거 사도."
  동생: "알겠다.ㅎㅎ"
  나: "응?"

오랜만에 훈훈한 밤이었다.



p.s. 마트 돌아다니면서 2~3살된 아기들을 보면 어찌나 그렇게 다들 귀여운지, 동생이 형도 이제 갈 때가 되었다고 하는데, 정말 장가가서 내 새끼를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1. 경상도 부모님 특유의 솔직하지 못한 감정 표현이라고 이해했다. 감동을 투정으로 승화시키는 고도로 함축적인 감정표현이라 생각하면 마음 편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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