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오늘은 5·18

파란선인장 2010. 5. 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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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았는데 깜빡한 사람도 있고, 알지만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어쨌든 오늘은 5월 18일,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날이다. 올해로 30년. 나처럼 젊은 세대는 그 때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낄수도 있고[각주:1], 우리 윗 세대라 할 지라도 당시에는 언론 보도도 안 되었고, 광주 또한 통제된 상태로 국내인의 접촉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저 그런 일이 있었더랬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이는 이 사건을 그저 광주라는 지역에 국한시켜 해석하기도 하던데, 당시의 불법적인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 의식은 전국적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광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제발 좌빨 빨갱이들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수많은 피가 뿌려진 곳에서 자란 것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땅의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별볼일 없는 사람이 이렇게 말해봤자 설득력 없고, 대신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시를 한 편 소개해볼까 한다. 이 시는 이미 좀 유명한데, 2007년에 열린 5·18 민중항쟁 기념 제3회 서울 청소년백일장 대상 수상작이다. 시를 많이 읽어 본 건 아니지만, 시를 읽으면서 소름이 돋았던 몇 안되는 작품중 하나. 가끔은 사진보다 글이 더 피부에 와 닿는데, 이 시가 그런 경험을 선사해줬다. 게다가 이 시를 쓴 정민경 양은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당대를 살아보지도 못한 학생이 이런 실감나는 시를 썼다는게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고 자체 심의를 거친 사진 몇 장. 




  비도 오고 하는데, 잠시라도 그때의 그날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 


 + 이건 오늘 읽은 건데, 좀 더 사실적인 기록이랄까. ozzyz.egloos.com/4396558 

  1. 사실 알면 알수록 비현실적인 사건이 5·18이긴 하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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