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운명이란?

파란선인장 2009. 3. 2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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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does it take to find a lost love?


 말은 인도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인 퀴즈쇼에 출연해서 천만 루피라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확보하고 마지막 도전을 남겨둔 상태이다. 하지만 그는 경찰서에 잡혀있다. 빈민가 출신에 정규교육은 단 한번도 받지 않은 그이기에 '사기죄'로 신고되었기 때문이다.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는 자말을 심문하는 경찰관은 퀴즈쇼에서 자말이 맞춘 문제마다에 얽힌 그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니 보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는 아카데미 8개 부문에서 수상한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이다. 봐야지 봐야지 하고 있는 차에 위드블로그에서 리뷰 캠페인이 진행되었고, 운좋게 리뷰어로 선정이 되어 이번 주말에 극장에서 볼 수 있었다. 영화 초반은 약간 정신이 없을 정도로 장면 변화가 빠른데, 그 덕분인지 좀 더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경찰서에서 고문을 당하는 자말에서 시작해서 퀴즈쇼, 어릴적 빈민가의 모습이 빠르게 바뀌면서 전개되는 중에 질문까지 나와 살짝 정신이 없었지만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특히 초반 자말과 살힘(자말의 형)이 경찰에게 쫓기는 장면은 이영화의 영상미를 잘 보여준 장면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후에 진행되는 줄거리를 통해 경찰관의 질문에 대답하는 자말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인생을 엿볼수 있었으며, 그가 어떻게 퀴즈쇼의 마지막 라운드까지 진출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가 인상이 깊었던 것은 영화속에 비친 인도의 모습이었다. 자말이 살았던 곳은 인도의 빈민가(Slum)였는데, 그 곳의 모습을 통해 인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는 이런 점 때문에 '대니 보일'이라는 서구의 감독이 연출해서 인도라는 나라를 못살고 더러운 나라로 묘사했다고도 한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있지만 다르게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빈민가라는 곳은 세상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는 곳이다. 그곳은 성장과 발전에서 필연적으로 소외되고 희생된 자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인 미국에도 있으며, 일본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역시 존재한다. 빈민가는 그 사회의 어두운 일면이며 시대의 상처이다. 그곳의 모습만 보고 그 사회 전체를 정의내리는 것은 잘못이겠지만, 그 사회의 모습을 알기 위해선 반드시 알아야 할 모습중에 하나인 것이다. 이런 슬럼의 모습을 자말의 어린 시절을 통해 비춰줌으로써 인도 사회의 중요한 문제 거리를 다루었다고 본다.

 이 영화의 이런 고발성은 영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린 자말 형제들에게 가장 큰 시련이었던 사건을 통해서 인도 내부의 종교적인 갈등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으며, 슬럼이었던 그의 동네가 어느새 고층 빌딩들이 들어선 모습을 통해서 급속도로 진행된 개발속에서 잊혀지고 버려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묻고 있는 듯 했다. 그런 개발을 통해 한 사람이 배부를 동안 거기에 살던 수많은 목숨들은 어디로 갔는지 알 길조차 없어져 버린다. 이런 장면은 우리에게 그렇게 낯설지도 않은 장면이다.

 그리고 영화속의 인도 사람들은 자말이 출연한 퀴즈쇼에 열광하는데, 이 또한 인도 사회의 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한다.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그 퀴즈쇼에서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챙겨보며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산다. 이 또한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도가 겪고 있는 문제중에 하나가 아닐까. 그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원한다는 사실은 그만큼 '황금만능주의' 혹은 '천민자본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것이니까. 이 또한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불과 몇 년전에는 이런 퀴즈쇼가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으니까. 물론 지금도 유효한 사실이긴 하다.


 런 세상에서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배운 것도 없는 자말의 삶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고난을 겪더라도 그것을 이겨내고 살아가야한다라는 당위의 명제를 만들어 주는 이유는 우리의 인생에서 그리 흔치 않다. 그 중에서도 자말은 '사랑'을 자신의 삶의 이유로 삼는다. 어릴 적 만났던 '라띠까'와의 만남과 헤어짐 속에서 자말은 결코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자말은 그녀를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만나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말이 마지막으로 선택했던 수단이 퀴즈쇼에 출연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라띠까가 그 퀴즈쇼를 좋아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퀴즈쇼에 나가면 어디서든 그녀가 자신을 볼 거란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가난했던 한 소년의 '사랑'과 '기적에 가까운 성공'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영화는 '개연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핀다면, 어쩌면 저질에 가까운 영화일 수도 있다. 그 힘든 상황에서 누구하나 죽지 않고, 특히나 자말이 출연한 퀴즈쇼의 문제가 어찌 그렇게 모두가 그의 경험에 연관이 되는가에 의문을 품는다면 이 영화는 말도 안되는 영화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글쎄. 이 영화에서 건네는 메세지가 과연 그런 것일까. 물론 아닐 것이다. 퀴즈쇼는 어쩌면 영화적 장치일 뿐일 수도 있다. 문제를 맞추고 틀리고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한 소년의 성공이 아니라 그의 삶이며, 퀴즈쇼는 그 인생의 순간순간들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며, 그렇게 보여진 자말의 삶을 통해 어떤 메세지를(그것이 삶에 관한 것이든, 사회에 관한 것이든) 전하고자 함은 아닐까.


  글의 첫부분에 적혀있던 질문이 기억이 나는가. 영화에서 제시한 답은 'destiny' 즉 그것이 운명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운명이란 무엇일까. 나면서 부터 주어진 것일까, 혹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일까. 이 식상하고도 단순한 질문에 대한 정답을 자말을 통해서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슬럼의 보잘 것 없는 소년'(slumdog)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 나간 것처럼, 운명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아니 어쩌면 질문같은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말을 통해서 운명이란 포기하지 않는 자만이 이룰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자신만의 삶이라고 말하고 있는 걸지도.

 판단은 영화를 본 각자의 몫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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