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파란선인장 2009. 2. 2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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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젊어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지금,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까?


 그런 소망을 가진 시계공이 있었다. 그의 아들은 전쟁에 나가서 전사했다. 그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자신의 아들이 살아돌아올 수 있을텐데하고 생각한다. 어느 기차역이 완공된 날, 그가 만든 시계가 기차역에 걸리게 된다. 그리고 공개된 그의 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시간이 되돌아가서 죽은 아들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시계.

 거대한 허리케인이 몰려오고 있는 어느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는 마지막을 준비하며 딸에게 가방속에 든 다이어리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딸에게 다이어리를 읽어 달라고 한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 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아이를 부탁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아이의 아버지는 아내의 부탁이 있었지만, 끝내 아이를 버리고 만다. 아이를 버린 곳은 죽음을 앞둔 노인들이 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그곳의 주인 '퀴니'는 그 아이를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하고 각별히 기르게 된다. 태어나자마자 80세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 의사에게 얼마 못 살거란 판정을 받은 벤자민을.


 1. 그가 본 삶들
 약간은 특별하게 태어난 벤자민은 그 후로 몇 년 동안을 휠체어에 의존해서 생활하게 된다. 평화로운 그 집에서 노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라는 벤자민은 어릴 때부터 죽음을 가까이에서 겪으며 자란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어느 정도 자란 후(혹은 젊어진 후)부터는 스스로 일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도 알아가게 된다.



 벤자민의 특별한 점, 즉 노인의 외모에 아이같은 순진함이 여러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인생을 접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를 통해서 여러 인생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정 많은 퀴니(벤자민의 엄마)와 그의 남편. 그리고 그 집에서 같이 살았던 노인들의 삶 속에서 느껴졌던 여유로움과 달관. 벤자민에게 처음으로 바깥 세상을 보여준 모험심이 강한 티지. 티지 덕분에 벤자민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피아노를 가르쳐 준 멋쟁이 할머니. 본업은 예인선 선장인 자칭 예술가 마이크. 러시아에서 만난 그의 첫사랑 엘리자베스 에봇, 그리고 결국 다시 만난 단추공장 사장인 벤자민의 친부. 그리고 벤자민이 평생을 사랑한 여인 데이지.
 

2. 사랑
 어느 날 우연히 벤자민은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외모로만 보면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로 보이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아이인 둘은 곧 친해지게 된다. 그 소녀가 바로 데이지다. 그렇게 어린시절을 보내다 벤자민은 마이크 선장과 함께 배를 타고 떠나게 되고, 데이지도 뉴욕으로 가서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게 된다. 그 후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혹시 영화를 안 봤다면, 어떤 일들이 일어 났는지는 극장에가서 확인해보자.)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오랫동안 서로가 어긋나다가 결국 어느 한 순간에 이르러서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로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기차가 스치는 순간처럼, 그 둘의 나이가 비슷해지는 그 때에 뜨거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보내는 중에 데이지는 임신을 하게 되고, 벤자민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과연 딸에게 필요한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데이지에게 남편 역할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앞에서도 말했지만, 벤자민 버튼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인생은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리고 영화속의 벤자민의 인생과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인생을 통해서 우리도 인생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글의 처음에 있던 질문이 생각이 나는가. 누구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한다. 젊어지길 꿈꾸며,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고 싶어하기도 한다. 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다. 항상 후회없이 살아야지 하면서도 지나고 나면 회상속에 후회들로 가득할 때가 많다. 시간이 갈수록 젊어진다면…….
  “인간이 80세로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라고 마크 트웨인이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 피츠제럴드라는 작가가 작가적 영감에 의해 충동적으로 쓴 이야기를 영화화한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고 한다. 점점 젊어지는 삶이라는 환상적인 인생을 산 벤자민은 과연 무한히 행복했을까.
 어떤 삶을 살든 인생의 시작과 끝은 같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연약한 상태로 태어나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태어나 처음 겪는 일들에 흥분하고 즐거워하고, 그런 경험들이 각자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다시 연약한 상태로 돌아가, 결국엔 인생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누구나 이런 삶을 사는 것이다. 그 사람의 시간만 거꾸로 간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7번 벼락을 맞은 노인의 마지막 대사와 죽어가는 마이크 선장이 벤자민에게 나긴 말, 그리고 벤자민이 자신의 딸에게 남긴 말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애써 떠올려보면 이런 의미를 전했던 것 같다. 어떤 삶을 살든, 살아있음에 감사해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네 삶을 긍정해라. 어떤 누구라도 태어나고 결국엔 죽는 것이 인생이니까. 


  부끄럽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음을 고백한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가 지루하다고 한다. 물론 166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짧은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을 앉아서 볼 만한 영화임을 자신한다. 그동안 여러 영화를 봤지만 블로그에 쓰는 리뷰는 이 영화가 처음이다. 스포일러성 글이 될까봐 요리조리 간추리고 생략하며 써서 리뷰는 엉망진창이지만, 나름 자신있게 추천하는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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