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 나온 서태지의 두번째 싱글을 소장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충성도는 높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은 서태지매니아인데, 인터파크에서 '서태지 싱글앨범 예약발매'란 문자를 받은 순간부터 알라딘에서 계속 새로고침한 후에 예약앨범을 구매하였다. 이런걸 보면 좀 매니아스러운데, 공연에는 한번도 간 적이 없다. 이건 뭐 사실 지방에 살거니와, 경제적으로도 그리 여유롭지도 못하고, 예매에 성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다 나는 서태지닷컴에 가입조차 되어있지 않다. 예전에 가입할려고 보니 유료여서 안 했던 것 같다. (지금 다시 확인해보니 가입은 무료라 해버렸다.)
'JULIET'뮤직비디오 촬영때 찍은 사진이라고. 서태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 '왜 안 늙을까?'
아무튼 어찌보면 난리도 아니게 구매한 이 앨범은 배송일자가 늦춰졌다가(상담원의 실수로 배송일자가 늦어져버렸다고 생각중-_-;) 기껏 받았더니, 겉을 둘러싸고 있는 종이케이스는 구겨져있고, 씨디를 고정시키는 톱니처럼 생긴 플라스틱부분은 다 부러져서 짤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씨디가 케이스 안 이곳저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물론 노래는 잘 나왔지만, 앞으로의 보관을 생각해 교환을 신청했고, 다음날 도착할거라던 교환품은 하루가 더 걸려서 나에게 전달이 되었다. 앨범발매한지 5일만에 나는 이번 앨범을 가질 수 있었다.
이미 며칠을 늦어버렸기에, 살짝 김이 빠져있었다. 그래도 그동안 여러 유혹을 뿌리친 채, 이번 싱글 노래를 한 곡도 듣지 않고 있었기에 살짝 기대도 되었다. 조용히 씨디플레이어에 씨디를 넣고 헤드폰을 쓰고 들었다. 전체 4곡에 마지막 곡은 어김없이 리믹스 곡이었다. 돈 생각이 안났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4년만에 나온 반가움과, 내가 지불한 그 돈으로 서태지가 하고싶은 활동을 맘껏 할 수 있다면……, 나 그 돈, 아깝지 않다.
이번 싱글 자켓. 과연 비밀(SECRET)은 뭘까.
첫 곡은 'BERMUDA [TRIANGLE]'이었다. 이 곡은 이미 공개된 노래다. 나도 두 번째 싱글을 기다리며 수백 번은 들었던 노래다. 곡 자체는 참 좋으나 이 시점에서 신선하다고는 못 하겠다. 그래도 이번 싱글에서는 가장 즐거운 곡이다. 가장 밝고 신나기 때문에 그리 나쁘지는 않다. 신선하지는 않지만 곡이 좋아서 들을만 하달까. 차라리 중간에 공개를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에 있어 서태지의 마케팅이 좀 아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두번째 곡은 'JULIET'으로, 상당히 괜찮은 곡이다. 템포는 빠른데 멜로디는 약간 처지는 느낌이 있어서 버뮤다보다는 좀 덜 신나는 노래이다. 약간 신비로운 느낌도 들고, 감성적인 곡이기도 하다. 곡을 들으면서 든 생각은 노래가 뭔가 떠오른다 싶으면 다시 착 가라앉는 느낌이랄까. 가사때문인지 뭔가 슬프기도 하고 쓸쓸한 느낌도 드는데 또 한없이 쳐지지는 않는, 약간은 오묘한 분위기의 노래다. 들으면 들을수록 더 오묘해진다. 더 부연하자면 미래적이면서도 약간은 슬픈 느낌? 곡 가사에 '언어로는 결코 전해질 수 없는 너와 나의 저 웜홀에'라는 가사가 있는데, 딱 지금 내 심정이다.
세번째 곡은 'COMA'인데, 개인적으로 이번 싱글에서 제일 좋아하는 곡이다. 숭례문 화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뉴스를 봤는데, 그래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회의적인 분위기가 강한 곡이다. 비극적이면서도 웅장하지만 약간은 무기력한 정서가 주를 이루는 것 같다. 8집 전체를 봐서도 'MOAI'와 더불어 명곡으로 뽑을만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싱글의 타이틀은 'JULIET'이지만 'JULIET'은 에피타이저같고, 'COMA'가 이번 앨범의 메인인것 같다.
네번째 곡 제목은 'BERMUDA [TRIANGLE] RMX'이다. 말 그대로 리믹스 버전인데, 'MOAI'때와 같이 원곡의 그림자같은 곡이다. 약간은 어둡게 리믹스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냥 그림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싱글 포스터. 저 아이가 쥴리엣?
한 곡만 더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상 버뮤다 트라이앵글과 리믹스 버전을 제외하면 신곡은 두 곡인데, 이 부분이 좀 아쉽다. 하지만 애초에 이렇게 기획이 되었을테니. 그래서 중간에 버뮤다를 공개한게 더 아쉽기도. 만약 공개안하고 있다가 이번 싱글에서 처음 공개하는 거였다면 아마 더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도 'JULIET'이나 'COMA'같은 곡이 있으니, 앨범 듣는 맛이 난다고 해야하나. 다시 되짚어 생각해 봐도 'COMA'는 정말 명곡인듯.
이번 싱글앨범에 담기 노래 가사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가사가 쓰여졌다고 하는데, 워낙에 난해해서 금방 '아, 이런 뜻이구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아무튼 열심히 들어서 서태지가 우리에게 거는 이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 역시나 음악적 전문 지식없이 앨범 리뷰를 쓰는 것은 힘이 들군요. 그래도 최대한 제가 느낀 점을 언어로써 표현하고자 노력해 봤습니다. 부족하다 생각하시더라도 부디 넗은 아량을~^^;;; 정말 우리 사이에 웜홀이 있다면 좋겠네요.ㅎㅎ
|
반응형
'Review >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루비살롱 전국투어 LIVE in DA INTERPLAY on 2009.06.06 (10) | 2009.06.11 |
---|---|
UMC가 UW를 달고 돌아왔다.「ONE/ONLY」 (8) | 2009.04.04 |
국카스텐(Guckkasten)의 거울 - 싸이키델릭한 음악이란 이런 건가. (10) | 2009.03.07 |
'브로콜리 너마저' 이렇게 좋을 줄이야. (4) | 2009.01.08 |
대한민국 인디밴드, 힘내요!! (4) | 2008.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