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리나케 떠난 오사카 여행 – 02 입국

2015.06.2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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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해탄을 건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평소 익숙한 곳을 색다른 시각에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부산을 빠져나가 동해상에 들어서면서 비행기는 고도를 계속 올렸다. 비행기도 작은데 날개 옆자리라 엔진 소음이 상당히 컸다. 그래도 마냥 신나는 마음을 어쩔 수는 없었다. 눈 아래의 바다가, 구름이, 그 위의 파란 하늘이 자꾸만 설레게 했다. 그리고 아름다운 승무원께서 직접 주신 샌드위치와 음료까지 맛있어서 기분은 더욱 더 좋아졌다.

보기보다 맛있었던 기내식

  기내식을 먹고, 입국신고서와 세관신고서를 작성하니 금방 시간이 지나갔다. 누군가 승무원에게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오른 과자봉지를 맡기는 걸 보니 현재 우리가 얼마나 높이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사카에 가까워지자 비행기는 점차 고도를 낮췄다. 고도가 낮아지면서 기압차 때문에 귀가 멍멍해졌는데, 나는 특히 증상이 심해서 나중에는 귀가 심하게 아팠다. 나는 괴로워서 열심히 코와 입을 막고 공기를 귀로 내보내려 애쓰는데 동생은 낄낄거리며 굴욕샷만 찍어댔다. 그러는 사이 비행기는 구름 아래로 내려가 일본 열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일본이로구나.

  가깝다 가깝다 했지만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역시나 빠른 것은 비행기인 건지, 아니면 내가 너무 신난 상태였기 때문이었는지. 오사카까지 정말 금방 온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차창에 빗물이 떨어지는 걸 보니 역시나 좀 아쉬웠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 또 비가 왔다.

비 내리는 간사이 공항에 무사히 착륙!


간사이 국제 공항 도착

2015년 4월 10일 오후 12시 30분

  궂은 날씨에도 우리는 무사히 간사이 국제공항에 착륙을 했다. 가장 먼저 본 일본인은 공항 활주로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막 도착한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반겨주는 모습이 왠지 귀엽고 정감이 있었다. 간사이 국제공항이 간사이 지역 제1의 관문이라더니, 확실히 크고 또 컸다. 비행기 출구에서 공항 건물로 바로 연결된 통로를 따라 나가면 다시 트램 같은 걸 타고 이동해야 입국장이 있는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 밟아 본 일본 땅

  우리 비행기가 나름 빨리 도착한 편이었는지 입국장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비행 내내 참았던 신진대사를 해결하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 갔는데, 확실히 외국인들의 배설물이라서 그런지 찌릉내(오줌냄새의 경상도 사투리)가 강하게 났다. 동생은 나보다 더 큰 일을 본다고 5분 더 정도 소요되었는데, 그새 입국장엔 사람들이 가득 차서 우리는 가장 마지막으로 입국심사를 받게 되었다. 화장실에 안 갔다면 길어도 한 10분이면 통과할 수 있었는데, 결국 1시간이 넘어서야 입국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입국심사는 긴장한 것에 비하면 수월케 통과했다. 입국신고서를 제출하고 지문 등록하고 사진 찍고 여권을 보여준 후, 간단히 여행 목적을 말하는 것이 다였다. 1시간이 넘는 기다림 끝에 입국 심사를 하고 나와서 수하물 찾는 곳에 가니까, 우리 짐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우리 짐을 찾는 수고 없이 공항 직원이 바로 건네줬다는 점이 좋았다면 좋은 점이었달까.

  마찬가지로 세관심사도 그다지 어려움 없이 통과할 수 있었다. 세관 심사의 경우 가족 동반일 경우에는 가족 중 한 명만 쓰면 되는 것이라, 동생이 대표로 써서 제출했다. 나는 그냥 가족이라고 말하면 되는데, 이게 은근히 '가족이란 걸 안 믿어주면 어쩌지'하는 마음에 초조했다. 그런 나의 걱정과는 달리 가족이라니까 여권 확인 후, 그냥 가라고 해서 드디어 우리는 합법적으로 일본에 입국을 하게 되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단다

오후 2시

  공항 로비에 들어서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와이파이에 접속하는 것이었다. 로밍 없이 일본으로 온 우리는 와이파이를 연결해야만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는 메시지라도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설정에서 로밍을 비활성화 했는데 로밍 요금이 발생했다는 문자와, 간사이 공항에 그 많은 와이파이 중에서 우리 폰으로 연결되는 와이파이가 하나도 없다는 점, 기껏 설치해온 일본 여행자를 위한 무료 와이파이 앱은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을 받기 위해선 네트워크에 연결이 되야 한다는 점 등의 문제 상황에 우리는 초조•불안•멘붕 상태가 될 것 같았다. 일단 폰은 비행기모드에서 와이파이만 활성화 시켜두고(아이폰의 경우 설정에서 데이터 로밍을 비활성화해도 로밍데이터가 나간다고 한다. 로밍데이터를 발생시키지 않으려면 데이터를 비활성화 시키고 차례대로 로밍도 비활성화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냥 통신사 상담원에게 전화해서 데이터로밍을 차단해달라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와이파이는 다른 장소로 이동 후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열차를 탈 수 있는 간사이 공항역으로 이동하는 2층 육교

  출구 근처에 하나투어 부스가 있어서 일단 거기에 가서 숙소로 이동할 티켓을 사기로 했다. 이 때가 2시 정도였는데, 원래 일정은 도착 당일 점심 먹고 오사카를 둘러보는 것이었는데, 입국심사에서 시간을 너무 많이 소모해 버렸고, 숙소까지 이동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비도 꽤나 내리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기에는 무리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 주유패스 난카이 확장판'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이런 이유로 주유패스 구매는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대신에 인터넷에서 봤던 '오사카 요소코 티켓'을 하나투어에서 구입했다. 그리고 문의 결과 이 근처에는 와이파이가 원래 잘 안 터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그냥 데이터를 써서 부모님께 잘 도착했다고 메시지 보내고, 우리는 하나투어에서 구입한 요소코 오사카 티켓을 라피트 승차권과 오사카 1일 승차권으로 교환하기 위해 난카이 간사이역으로 이동했다.

열차 '라피트(Rapid)'를 타고 신이마미야역으로

건너편에 보이는 주황색의 티켓창구에서 요소코티켓을 구입할 수 있다.

오후 2시 20분

  난카이 간사이역으로 이동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간사이 공항에 한글로 안내가 다 되어 있기 때문이다. 출국장에서 나와서 맞은 편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육교를 통해 난카이 역과 연결이 되어있다. 아니면 버스터미널과 여객터미널 쪽으로 이동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면 난카이 역이 보이므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거기서 파란색의 라피트 열차가 그려진 티켓 창구로 가서 좀 전에 구매한 요소코 티켓을 라피트 탑승권과 오사카 1일 승차권으로 교환했다. 우리를 담당한 직원은 할아버지였는데, 그분은 영어를 못하고 우리는 일본어를 못해서 "Today?" "Yes."와 같은 간단한 단어와 몸짓으로 어떤 표를 어떻게 쓰는지를 대충 알 수 있었다. 물론 그 뒤 진행된 나와 동생의 2차 회의를 거친 후에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오사카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난바역'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중에서 '라피트'는 조금은 고급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많이 이용하는 공항 급행 열차보다 가격도 비싸고 외양도 무슨 철인 28호처럼 생긴 특별함이 있고, 좌석도 지정 좌석에 공간도 넓고 빠르기도 한 열차였다. 가격은 더 나갔지만 이왕 온 거 이런 것도 타보자 싶었고, 또 요소코 티켓으로 구입하면 오사카 1일 승차권도 주기 때문에 일본의 대중교통비를 생각하면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 14시 40분 정도에 이 고급진 '라피트'열차를 타고 우리의 숙소가 있는 '신이마미야역'으로 출발했다.

14시 35분 출발하는 라피트 열차

자동으로 의자가 돌아가는 라피트 열차


흡사 철인 28호처럼 생긴 모습

  열차에 승객이 적어 객실은 조용한 편이었다. 차창 밖으로 일본의 주택과 거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 나라의 도시와 비슷하지만 어딘가 다른 집들의 모습과 일본어로 쓰여진 간판들을 보자니, 내가 정말 일본 땅에 와있다는 실감이 났다. 우리나라와 달리 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간혹 보이는 아파트는 연립주택 같은 느낌이랄까, 우리 나라에서는 옛날에 지어진 아파트와 같은 형태였다. 일본 만화나 영화 등에서 자주 봐왔던 것이었지만, 실제로 보니 진짜 우리가 일본에 왔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듣던 대로 자동차도 경차가 많아서 역시 일본이구나 싶기도 했다. 집집마다 주차된 차는 거의 모두 다 경차들이었고 그 종류도 꽤 많아 보였다. 오래된 도시의 주택가라고나 할까. 오사카의 첫 인상은 그런 느낌이었다.

열차 내에서 셀카를 찍어보았다.


드디어 숙소 도착


오후 3시 10분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라피트'는 난바까지 운행하는데, 우리는 그 전에 '신이마미야'역에서 하차했다. 우리의 첫날 숙소는 이 역 바로 옆에 있는 '신이마미야 호텔'이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숙소를 예약하면서 예약 페이지에 있는 지도상의 위치를 확인하고, 또 혹시나 싶어서 구글어스로도 위치를 확인한 기억을 떠올리며 더듬더듬 숙소를 찾아갔다. 폰에 설치된 여행자용 무료 와이파이 앱은 여전히 인증을 못 받은 상태였고, 역 근처에 공개 와이파이도 없어서 오로지 우리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숙소를 찾아야 했다. 숙소가 역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찾는데 생각만큼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호텔 프런트 직원은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알아서 순조롭게 예약확인을 하고 결제를 하려는데, 직원이 대뜸

"We have a problem…"

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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