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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가 나무에 걸려있다.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있다. 벌써 두 달이 넘었고, 물론 이미 그것은 죽었다. 그 광경은 어느 낯선 곳의 풍장(風葬)을 떠올리게 한다. 그곳의 넓은 초원과 하늘 대신에 아파트 단지 앞에 늘어선 가로수 중 한 그루에서 치러지고 있다. 그 조용한 장례의 현장 아래로 어떤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다니고 있다.
두 달 전 처음 본 순간에는 그 정체를 가늠할 수 없었다. 한참을 보고 나서야, 축 늘어져 대칭을 이루고 있는 그것이 새의 날개인 걸 알 수 있었다. 그 때는 버찌가 한창일 때였는데, 그래서 온갖 새들이 벚나무 가지에 앉아 그 열매를 먹던 때였다. 아마 저 새도 그렇게 먹이를 먹으려다 어떤 석연찮은 이유로 저 지경이 된 것이리라. 그렇게 열매처럼 매달려 온 것이리라.
두 달 동안 그것에는 햇빛이 내리쬐었고, 바람이 불었고, 비가 내렸다. 그렇게 말라갔다. 이제는 날개만이 그것이 새라는 걸 겨우 알려주고 있을 뿐, 몸뚱이는 헐렁해져서, 원치않게 날려 온 더러운 헝겊 조각처럼 걸려있을 뿐이다. 그렇게 그것의 장례는 계속 되고 있고, 그 아래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다.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고, 그 때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쳐들 갈 것이다. 결국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일도 아닌 것이 될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아무 것도 아닌 일. 결국 한 순간도 유(有)였던 적이 없었던 무(無). 그런데 왜 이 아무것도 아닐 일에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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