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사랑니

파란선인장 2010. 2. 2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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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전부터 잇몸이 붓고 피가 나더니 음식을 씹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었다. 덕분에 설날 그 많던 진수성찬을 맛만 봐야 하기도 했다.[각주:1] 이 고통의 원인은 늦게서야 나고 있는 사랑니 때문이었다. 사랑니로 고통을 받는 건 거의 4년만이라 이 아픔이 누구나 겪는 정도의 것인지 나에게만 유별나게 아픈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 아팠기 때문에, 주위에서 들었던 대로 이번 사랑니는 옆으로 나서 다른 어금니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건 뽑아야 한다길래 시간 날 때 뽑기로 마음을 먹었었지만, 결국 뽑지 않았다. 병원에 가기 전, 나를 살핀 동생의 소견에 의하면 사랑니는 바로 나고 있었고[각주:2],  통증은 사랑니가 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고 나의 엄살만 다시 한번 확인한 꼴이 되어 버렸다.
  그로 부터 며칠이 지난 지금, 통증은 많이 나아졌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한 통증에 마음 한켠으론 진작에 뽑았다면 시원했을까 하기도 하지만, 엄살 심하고 겁 많은 나로서는 웬만한 결심이 아니고서는 쉽게 못 뽑았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아직 좀더 참아 보고 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뽑은 뒤의 허전함도 한동안 어색할지도 모르고…. 구태여 뽑을 필요까지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다.
  사랑니가 나야 어른이 된다던데, 어른되기는 참 힘든 것 같다. 아픔 없이는 성숙할 수 없는 것일까. 굳이 사랑니가 아니더라도 난 이미 많이 아픈데.[각주:3] 일단은 나에게 머무르게 된 이 사랑니가 얼른 나서 다시 예전처럼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현재 사랑니는 많이 나아졌다.



  1. 원래는 씹을 수도 없었지만, 본능적 식탐이 만들어냈던 눈물의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ㅠㅠ [본문으로]
  2. 보이지 않던 사랑니가 이때는 반쯤 보였었다. [본문으로]
  3. 며칠 전에는 감을 잘못 먹어서(이것도 사랑니가 아파서 대충 씹어 넘기다가) 체하는 바람에 이제서야 회복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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