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따라서

파란선인장 2010. 1. 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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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겐 요즘이 여행철이다. 작년 이맘때도 친구들이랑 울진까지 갔었고, 기억에 남는 다른 여행도 이맘때였다. 한 해 동안 해오던 일들이 마무리가 되고, 다시 뭔가를 시작해야하는 시기라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때쯤이면 떠났던 경험들이 기억에 남아서 습관처럼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때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과는 달리 올해는 어디로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여행기를 몇 권 읽기로 했다. 타인의 경험을 통해 대리만족이나마 할까 싶어서.[각주:1] 뭘 읽을까 하다가 배용준이 쓴 여행기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라길래, 한번 빌려보았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는 제목이 일단 마음에 들었다. 여행이라는 것이 미지의 공간으로 떠난다는 점에서, 해외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해외의 명소보다는 어쩌면 국내의 '미지의 공간'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나중에 여유가 되어 여행을 가게 되더라도 해외보다는 국내 여행을 더 많이 할 것 같은 내 앞날에 대한 준비로써의 의도도 컸음을 밝힌다.

 책 시작부분에 배용준이 쓴 서문을 보면 이 책의 제작 의도가 나온다. 한국의 관광 명소를 추천해 달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에서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더 알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런 책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은 여행기라기보다는 우리 나라의 전통 문화에 대한 수필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김치를 비롯한 우리의 음식, 한복과 한글, 칠예(옻칠공예), 불교문화, 차(茶), 도자기, 전통주, 한옥 등등 우리의 전통 문화를 이루고 있는 이런 요소들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가서 함께 만들기도 하고, 배우기도 하고, 장인들과 대화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차분하게 적어놓고 있다. 글을 읽다 보면 배용준의 은근히 세심한 관찰력과 전통에 대한 그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가 직접 찍은 사진들에서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연예인이 써서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는 이런 류의 책들을 사실 나는 아주 싫어한다. 그건 책의 내용이 베스트셀러감이라기 보다는 그들의 열정적인 팬의 수가 그만큼 많다는 사실의 증명일 뿐이기 때문이다. 또 돈을 벌기 위해서 책을 내는 태도도 마음에 안 들었고, 대필작가가 쓴 책을 자신들이 쓴 척하면서 이미지 메이킹하려는 수작도 눈에 뻔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 이 책에 대해서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읽다 보니 그런 마음이 없어져 버렸다. 생각해보면 배용준 정도의 위치라면 돈을 벌기 위해서 책을 냈을 리는 없었을 테고,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에도 배용준의 이미지는 이미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책을 읽어 보면 배용준이라는 어느정도 느낄 수 있다. 아주 성실해서 어떨 때는 완벽주의적인 모습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책의 내용을 직접 적고 사진을 직접 골라 구성했다고 하는 데서도 그의 이런 면모를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앞서 말한 출판 의도를 더 진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각주:2]

 며칠에 걸쳐 책을 읽고 나니까 책에 나온 장소들을 따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력해졌다.[각주:3] 물론 배용준만큼의 환대는 받지 못하겠지만, 그곳에서 전통문화를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 편으로 다시 한번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었다. 한옥이라든지 한글, 차, 도자기, 칠예, 전통주 등은 평소에서 관심이 많은 분야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분야들은 현대 사회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전통 문화의 단절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 중에 하나가 일제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많은 문화유산이나 전통의 단절에 미친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해 언급이 있었으면 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뭐, 반일감정까지는 아니어도 사실에 대한 아쉬움 정도는 표현해줬으면 했는데, 사실에 대한 기술만 있어서 그렇게 느껴졌다. 또 책 속에 나오는 '효재 선생님'이라는 분이 만든 저고리의 이름이 '욘사마'라는 점, 출간을 축하하는 글에서도 배용준의 이번 여행길을 '욘사마 길'이라고 한 점은 또 다른 아쉬운 점이 아닐까 싶다. 배용준 효과로 작년 해외관광객이 780만이 넘게 우리나라를 방문했다는데, 이 여행의 기록이 우리 나라를 찾는 많은 해외 관광객들에게[각주:4] 우리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 본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반가사유상이 적절하다는 그의 말에 나도 크게 공감했다. 숭례문이 타고 없어진 마당에 이만한 건 없을듯.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 6점
배용준 지음/시드페이퍼
  1. 과연 대리만족으로 그칠수 있을까. [본문으로]
  2. 어디까지나 그가 썼다는 가정하에 말하는 거지만(책을 읽어 보면 그렇게 믿을 수 있다.) 여행 내용에 맞게 글을 쓰고 그 글을 통해 해당 전통문화에 대한 정보와 느낌을 쓰고 그에 맞는 사진을 골라서 적당한 위치에 배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힘든 작업이었을 것이다. [본문으로]
  3. 이것 봐... 역시...-_-;; [본문으로]
  4. 특히 욘사마의 팬들에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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