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이명박 정부의 교육은 거꾸로 간다.

파란선인장 2009. 3. 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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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자 주요 뉴스중에 수능 성적 자료를 시군구 단위로 공개한다는 것을 봤다.(기사보기)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나리께서 연구를 위해 필요하다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한 것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오늘 공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연구 목적이라니, 하라는 일은 안하고 싸움만 하던 의원나리들께서 간만에 일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해보려고도 해봤지만, 영 납득이 가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려고?

 혹자는 이런 의문을 억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혹은 너무 무조건 까는 것 아니냐, 어쩌면 너는 모를 수도 있는 연구를 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물론 희박하겠지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 연구를 하겠다는 의원나리에 대한 정보를 살짝 확인해본 결과 나의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다음백과사전에서 찾아본 결과(그 기반은 위키백과사전) 이분은 고려대학교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하셨으며,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까지 받으신 훌륭한 분이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후로 경제관련 활동은 접으신 채, 뉴라이트에 가담하시고 그때부터 '자유...머시기'라는 곳에서 교육관련에 몸을 담으신 것이다.(백과사전보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분께서는 이제까지의 일생중에서 교육에 대해 배우신 적(공식적인 학문으로써)도 없으신 것 같고, 교육현장에 계신 적도 (공교육 현장에 한 한다면) 고등학교 졸업이후로는 없으신 것이다. 1960년 생이시니까 늦어도 80년대 이후로는 대한민국 공교육과는 무관하게 살아오신 분이라는 이야기다.

 그래도 교육에 대해서 연구할 수도 있다. 후에 갑자기 교육에 관심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어떤 위대한 연구를 계획하시고 있길래 수능 성적 자료까지 원하시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내가 알기로는 현재의 학업성취도 평가로도 충분히 연구자료를 확보하실 수 있으실 것 같은데. 왜냐하면 종래의 3%표집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국적인 학업성취도의 정확한 파악'을 목적으로 현재의 전집평가로 바꾼 것이 조의원나리께서 속하신 한나라당이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3%표집검사로도 충분히 해오던 '파악'을 자신들도 왜 전집으로 해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도 없이 바꾸셨으면 이제 그 평가로 뭔가를 보여줘야 할텐데, 자신들이 제안한 거지만 종전의 평가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으신 건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이유가 또 있으신건지 이제는 수능 성적 자료까지 공개를 요청하신 것이다. 이러니 그냥 받아들일 수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다. 뭐 지역별로만 공개하고 학교 정보라든지 수험생 정보는 일체 공개도 안한다는데, 너무 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고. 까놓고 말해보자. 대한민국에서 수능성적이 가장 높은 지역이 어디일까? 이건 초등학생들도 알 수 있는 문제이다. 바로 서울의 어느 남쪽 지역일 것이다. 물론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공개대상을 '의원'으로만 한정한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자칭 '의원'이라는 분들은 다들 한번씩 볼 수 있다는 것인데, 과연 이것이 그들사이에서만의 비밀로 남을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지켜질 수 있다고 믿을 수 있는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신데? 거기다 어떤이는 지역별로 공개한다면 그것에서 각 학교별 성적까지 유추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안그래도 중앙집중화가 기형적일만큼 심한 우리나라이다. 옛말에 '사람은 나면 서울로 가야한다'라고는 하지만, 그건 정말 옛 말일 뿐이다. 그렇게 서울로만 모인다면 밖으로 보이는 국가의 수준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나 경제와 같은 면에서. 하지만 그뿐이다. 속을 들여다 보면 서울말고는 다른 지방은 아사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발전일까. 물론 이것은 지금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무리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다시금 '이촌향도'를 겪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이지방 향서울'이라고 해야하나? 현재도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상이 서울 경기 지방에 모여있는데, 이걸 더 심화시키려는 건지. 무슨 도시국가를 만들려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아마도 태백산맥이 없었다면 서울 경기 지역은 벌써 서해에 가라 앉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 뭐라해도 교육의 주체는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이다. 근데 우리나라 교육은 어찌된 일인지 가장 중요한 주체가 대통령과 여당의원들이고 그 밑으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부터 시작되는 피라미드 구조의 가장 아랫부분에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만약 조의원나리께서 어떤 연구를 해서 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날에는(물론 그 발표결과속에 그런 결과를 이끌어낸 근거로써 지역별 수능 성적 자료가 쓰일 것이다.) 그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부터 밑바닥까지 소위 말하는 '내리까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내리까시'란 '내리까다'에서 나온 말인듯 한데, 이렇게 위에서부터 차례차례 공격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군대에서 병장이 상병을 혼내면 상병이 일병을 기합주고 일병이 이등병을 때리는 현상과도 같다. 즉 이런 내리까시를 가장 혹독하게 당하는 것은 우리 교육의 가장 중요한 주체인 '학생'들 인 것이다. 전국적인 줄세우기까지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고작 수능 성적 따위로 어떤 지역은 우수한 지역이고 어떤 지역은 열등한 지역으로 낙인찍히고 그런 낙인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채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어떤 패배의식, 열등감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태는 그 지역을 벗어나기 전에는 사라지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결국 다 '우수한 지역'에서 살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며 살 것이다.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약간 음모론적이긴 하지만, 전국민을 한줄로 세워놓고 자기줄이 줄어들기만을 바라도록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비유하자면 어떤 화장실에 좌변기란 좌변기는 자신들이 다 차지해놓고, 국민들은 초조하게 어서빨리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볼 수 있기를 기다리게 만들어 놓으려 하는 것 같다. 급하면 언제 내 차례가 되나 하는 생각밖에 안드니까,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도록.

 더러운 것들을 생각하니까 비유까지도 더러워졌다. 제발 대통령할아버지와 그 일당께서는 망하고 나서 후회하지 마시고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나라를 위해서 일해주시기를 바란다. 더이상은 수박씨발라먹는 소리나 수정과 잣 같은 짓은 자제해주시기를.


바라는 건 또 혼자만의 욕심이려나.

 

(사진첨부)4월15일 지역별 수능성적이 공개되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입시지옥행 급행열차를 타게 될 것이다. 수능성적공개일지-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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