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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2

크리스마스, 남자 셋 떠돎기

1. 송정 12시가 조금 지난 크리스마스의 정오. 동래의 어느 후미진 골목길에서 남자 셋이 모여있다. C와 H가 먼저 와 있었고, K가 마지막으로 도착을 했다. 그들은 간단히 인사를 하고 C의 차를 타고 송정으로 향했다. 그들은 고등학교 동창이다. H는 서울에서 일을 하다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부산으로 내려왔다. 크리스마스에 남자 셋이서 만나서 청승맞게 바닷가를 간다기 보다는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와 바람을 쐬러 가는 것일 뿐이라고, K는 생각했다. 전날 '만나서 어디가서 무얼하나'라는 카톡 대화 중에 부산에서 갈 만한 곳을 리스트로 제시했던 K였다. K는 단순 나열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이동의 순서로 이해를 했다. 그 리스트의 가장 위에 제시되었던 곳이 송정이었고, 다음이 해운대였을 뿐이었다..

겨울의 바다

겨울의 바다에 가 보았다. 같이 늙어가 그런건지,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내가 어떤 상황이든 함께 앉아서 바다를 볼 수 있고, 웃을 수 있는 이들. 배고프면 함께 밥을 먹고 목이 마르면 함께 술도 마시고. 그러다 문득 위로의 말들도 건네주는 이들. 여전히 인생은 고달프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어디로 가야하나 혼란스럽고, 지난 날의 실수들이 무겁게 짓누르지만, 아, 그래도 헛산 건 아니구나, 라고 깨닫게 해준 고마운 사람들이 함께 있었다. 나의 지나간 시간들이 가치있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사람들과 해가 지는 겨울 바다에 있었다. 무의미하게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파도는 한 번도 같은 모습으로 부서진 적이 없었다. 모래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었고, 단단한 바위를 깎아내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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