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 도량에 간 총각들 망양정에서 불영사까지는 꽤 거리가 있었다. 역시나 졸음이 쏟아졌다. 그렇다고 잘 수는 없었다. 그냥 자기에는 헌에게 좀 미안했다. 그는 운전때문에 잘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안한 마음 반, 생명을 유지하고픈 맘 반으로 힘겹게 졸음과 싸웠다. "원은 자네." "안 잔다." 분명히 졸고 있는 것 같았는데, 원은 끝내 부인했다. 원의 머리엔 무안하게 까치집이 지어져 있었다. 헌은 우리보고 잠오면 자라고 속에도 없는 말을 했다. 우린 잠들지 않기 위해 뭔가 이야기를 해야 했다. 하지만 어젯밤 이미 웬만한 이야기들은 다 했고, 또 너무 많이 웃고 떠든 바람에 목상태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난 목을 쥐어짜냈다. 그야말로 투혼의 수다. 헌은 운전하기에 바빴고, 원과 찬은 그저 듣다가 맞장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