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스캔을 맡겼는데, 문제가 생겨서 다시 사진관으로 향했다. 그때 시각이 밤 9시 30분을 넘겼던 걸로 기억한다. 사진관은 대형 마트 안에 위치해 있었다. 밤이었지만, 대형마트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불경기라는 말은 뉴스에서나 떠드는 말이었던가. 분명 나에게도 해당됐는데, 이곳은 그 모든 현상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듯 하다. 카트를 끄는 부부들,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아이들, 사이 좋은 모녀와 인자한 아버지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그 곳에서 나는 외려 외로웠다. 어떤 거대한 소외가 나와 그들 사이에 끝이 없는 낭떠러지를 만들고만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들떠 있었다. 오늘부터 시작된 축제로 분위기에 휩싸인 그들은 너도나도 '행복해'라는 세글자를 얼굴에 적어 놓고 다녔다.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