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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gcasting/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98

오늘은 5·18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고, 알았는데 깜빡한 사람도 있고, 알지만 별 의미를 두지 않는 사람도 있을텐데, 어쨌든 오늘은 5월 18일, 5·18 민주화 운동이 있었던 날이다. 올해로 30년. 나처럼 젊은 세대는 그 때의 기억이 없기 때문에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느낄수도 있고, 우리 윗 세대라 할 지라도 당시에는 언론 보도도 안 되었고, 광주 또한 통제된 상태로 국내인의 접촉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그저 그런 일이 있었더랬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이는 이 사건을 그저 광주라는 지역에 국한시켜 해석하기도 하던데, 당시의 불법적인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 의식은 전국적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광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 제발 좌빨 빨갱이들이 벌인 짓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수많은 피가..

어버이날 선물

어버이날 이브(?)를 맞이해서 피곤에 찌들은 몸뚱이를 이끌고 효도 한번 해 볼거라고 홈플러스에 입점해 있는 옷가게를 돌아다녔다. 예쁜 옷들이 많지만 능력부족으로 못 사는 현실에 서글펐고, 부모님 사이즈를 모른다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 좀 부끄러워 많이 반성한 하루였다. 오랜 고민과 아우와의 열띤 토론 과정을 거친 후, 요즘 유행이라는 너무 똑같지는 않지만 누가 봐도 커플룩으로 맞춰 입었구나 싶은 반팔 티셔츠를 착한 가격에 구입했다. 혹시나 백수 아들이 없는 돈에 싸구려 샀다고 생각하실까봐 어른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는 악어상표의 옷가게에서 사는 정성을 보여드렸다. 집으로 돌아오니 12시였는데 다들 바빠서 지금 아니면 안되겠다 싶어 주무시는 분들을 깨워서 선물을 전달해드리고 선물 착용 행사도 해보았다. ..

컴퓨터 포맷한 이야기

그러니까 일주일 전이었다. 지금 쓰는 컴퓨터 외에 못 쓰는 게 하나 더 있었는데, 동생이 갑자기 그 컴퓨터에 있는 하드디스크를 떼서 지금 쓰는 컴퓨터에 붙이자고 했다. 평소에 메인 컴퓨터 하드의 용량부족을 불평하곤 했는데, 거기에 동생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각한 것이 일단 재활용을 하자는 것이었고, 갑작스레 비는 시간을 이용해서 급하게 일을 벌였던 것이다. 나는 메인 컴퓨터를 뜯어서 여기저기 쌓인 먼지를 털어내었고, 동생은 옛 컴퓨터에서 하드를 뜯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평화로운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적은 용량이나마 늘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우리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조립이 거의 마무리가 되었을 때, 약속이 있는 동생은 외출을 하였고, 집이 편한 형은 조립을 마친 컴퓨터를 제..

영락공원에서

흐린 하늘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바람이 귓가에 와 윙윙거렸다. 버스를 기다리는 노인들의 입에서는 오지 않는 버스와 언젠가는 올 것에 대한 기다림이 바람이 되어 밀도 높은 대기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젖은 듯 메마른 눈동자속에서는 나무들이 무거운 대기를 휘젓고 있었다. 삶과 죽음이 빛과 그림자처럼 각자의 반대편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것 같다고, 그림자도 생기지 않은 흐릿한 공간속에서 생각해 보았다.

여긴 어디? 우린 누구?

버스타면 30분이면 가는 곳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여자 아이가 물탱크 속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같은 혐의로 전과가 있는 용의자는 경찰의 수사망을 요리조리 피하며 아직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그 아이의 질액에서 용의자의 DNA가 검출되었고 경찰은 용의자를 피의자로 확정하였고 실제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오늘도 시사란의 뉴스에는 친딸을 성폭행한 뉴스가 있었고, 어제도 비슷한 뉴스가 있었고 그제도 있었으며 한달 전에도 일년 전에도 여전히 존재해왔고, 지금까지도 계속 배설되어 왔다. 갈수록 범행은 잔인해지고 사람들의 역치도 높아만 가, 웬만한 사건은 헤드라인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짐승들의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소중한 생명이 소비되는 것만 같다. 그 아이의 삶과 꿈과 미래는 한낱 순간적인 욕망을 위해 소비..

사랑니

몇 주 전부터 잇몸이 붓고 피가 나더니 음식을 씹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었다. 덕분에 설날 그 많던 진수성찬을 맛만 봐야 하기도 했다. 이 고통의 원인은 늦게서야 나고 있는 사랑니 때문이었다. 사랑니로 고통을 받는 건 거의 4년만이라 이 아픔이 누구나 겪는 정도의 것인지 나에게만 유별나게 아픈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 아팠기 때문에, 주위에서 들었던 대로 이번 사랑니는 옆으로 나서 다른 어금니의 신경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건 뽑아야 한다길래 시간 날 때 뽑기로 마음을 먹었었지만, 결국 뽑지 않았다. 병원에 가기 전, 나를 살핀 동생의 소견에 의하면 사랑니는 바로 나고 있었고, 통증은 사랑니가 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었고 나의 엄살만 다시 한번 확인한 꼴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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