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야기☞ 부리나케 떠난 오사카 여행 – 01 출국

두번째 이야기☞ 부리나케 떠난 오사카 여행 – 11 먹어서 망한다? 망해도 먹는다!


일본 속의 미국

2015년 4월 12일 오후 8시

  이치란에서 라멘을 먹고 다루마에서 꼬치튀김을 먹은 후, 우리는 더 먹기 위해 소화도 시킬 겸 신사이바시스지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위치해 있는 유로파무라와 아메리카무라를 구경하기로 했다. 유로파무라와 아메리카무라는 신사이바시스지를 기준으로 동쪽에 유로파무라가, 서쪽에 아메리카무라가 위치하고 있다. 유로파무라는 유럽풍의 가게가 많아서 '유럽 마을', 아메리카무라는 미국의 분위기가 강해서 '아메리카 마을'의 일본어라고 한다. 쇼핑이나 관광지보다는 좀더 일본의 실제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그냥 여기 저기 안 가본 곳을 돌아다니면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만끽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사실 지도도 없고 스마트폰도 카메라기능 외에는 무용지물인 상태[각주:1]에서 오로지 이전에 봤던 지도의 내용을 떠올리며 찾아갈 수 밖에 없었다. 신사이바시스지에서 동쪽으로 빠져서 적당히 거리를 휘젓고 다니자, 기존의 일본의 가게와는 분위기가 다른 거리가 나왔다. 유로파무라라고 해서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고, 그냥 술집과 카페의 인테리어가 조금 더 아기자기하다든가 클래식하다든가 빈티지스러운 정도였다. 다만 9시가 넘으면 대부분 문을 닫는 일본의 상점과는 달리 몇 군데는 꽤 늦게까지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일본 기준으로 늦은 밤이어서 거리에 사람도 별로 없고 기대보다 별 게 없어서 우리는 빠르게 아메리카무라로 넘어가기로 했다.[각주:2]

신사이바시스지의 명품점 거리

  신사이바시스지의 북쪽 끝에서 서쪽으로 이동, 대로를 건너 좀더 구석진 곳으로 들어갔다. 아메리카무라 역시 기억에 의존해 대강 이쪽에 있을 것이다 했을 뿐이지 정확한 위치를 몰라 무작정 돌아다녔는데, 멀리 조명이 밝은 거리와 언뜻언뜻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보이고, 결정적으로 한 건물 위로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길래, 옳다구나 저기로구나 해서 찾을 수 있었다.

아메리카무라를 찾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유의 여신상.

  아메리카무라는 예상과 다르게 유로파무라에 비해 좀더 세련된 느낌의 가게들과 우리 나라의 홍대 앞 거리의 느낌이 섞여있는 분위기였다. 대신 확실히 아메리카무라라고 느끼게 된 것은 여기에 있는 일본인들의 모습 때문이었다. 옷차림이며 헤어스타일이 확연히 미국스러웠는데, 정확하게 말하자면 힙합 패션이었다. 이는 첫날 오사카 지하철에서 봤던 일본인들의 모습과는 완전 달라서 신선했다. 첫날 오사카성을 보고 돌아오는 지하철을 탔을 때, 그때가 퇴근 시간이었던지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이 많이 탔었는데, 그 정장 스타일이 꽤 충격적이었던 것이다. 아저씨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20대처럼 보이는 젊은 사람들도 우리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의 사진 속에서 봤던 그런 정장 — 통이 되게 크고 직사각형 핏이라고 불러야 할 그런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한 두 명이 그랬다면 그냥 지나쳤을 수도 있었는데, 이건 뭐 타는 사람마다 모두 그렇게 있고 있으니 흡사 시간여행으로 과거로 돌아온 것 같았다. 오히려 말쑥하게 입은 사람이 지나가다 한 두 명 볼 정도였다.

  그 때에 비하면 아메리카무라에 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매우 개성적이었기 때문에, 뭔가 양극단의 일본 젊은이들의 패션을 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사람 구경, 거리 구경을 하다가 작은 공원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동생에 의하면, 인터넷에서 봤는데 아메리카무라에 있는 공원에서 공연도 한다고 했다. 앉아 있으면서 기다리면 뭘 하든 하겠지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그냥 캔커피나 마시면서 공원에 있는일본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아메리카무라 거리에 있던 독특한 형상의 가로등

아메리카무라 거리 모습


의문의 여성

  공원에 처음 들어섰을 때 앉아있을 만한 자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나를 동생이 자연스레 이끌어서 어느 가로등 밑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어느 일본 여성 두 명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 놈이 의도적으로 여기로 이끈 것인지, 아니면 거기가 가장 앉기 편하고 좋은 자리였던 것인지 의문스러웠지만, 나로서도 뭐 나쁘지 않았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본인 여자는 대개 못생겼다는 말이 많았는데, 실제 오사카에 와서 본 바로는 그렇게 말할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화장을 잘 해서인지 모르겠는데, 상당히 잘 꾸미고 다녔고 꽤 괜찮은 미모의 여성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오사카의 남자들과 여자들의 외모나 옷차림의 간격이 매우 컸기에 더욱 예뻐 보인 것일 수도 있지만, 오사카에 있을 때 동안은 확실히 일본 여자들도 예쁘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힐끔 본 우리 옆에 앉은 여자들은 그 급을 달리했다. 완전 연예인급의 미모를 가지고 있었다. 뭔가 막, 갑자기 동생이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대견해서 무릎에 앉히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 명은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일본 드라마 같은 데서 나오는 귀엽고 당차고 활발한 이미지였고, 다른 한 명은 작고 마른 몸매로 숏커트에 눈이 상당히 크고 매력적으로, 일본 드라마 같은 데서 나오는 예쁜데 약간 선머슴 스타일로, 눈치가 없어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자신만 모르는 그런 캐릭터에 어울릴 법한 외모였다. 아무튼 너무 미인들이라 차마 어떻게 할 수 없고 옆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두근두근한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런 상황을 차분히 즐기면서 있었는데,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을 기준으로 공원 맞은 편 길가에 사람들이 모이더니 북적이기 시작했다. 뭔가 싶어서 봤더니 뭘 촬영하는 것 같았다. 촬영 내용이 간단한 것인지, 아니면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나 드라마를 찍는 것인지, 촬영진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그렇게 유명한 촬영이 아닌 건지 일본인들 성격이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를 촬영하면 호기심이 나서 그 쪽을 쳐다본다든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든가 하는 반응들이 없었다. 너무나 남의 일처럼 무관심들 하길래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우리도 무슨 작품인 건지 물어봐야겠다는 생각도 접은 채 그냥 모른 척 잠자코 있어야 했다.

  한참을 촬영 준비를 하다가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 갔는데, 남자 두 명이 대화하며 길을 걸어가는 장면이었다.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 있던 그 미모의 여성들이 그 남자들을 보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하게 자리를 떠서 도망을 가버리는 것이었다. 흡사 만나서는 안될 사람을 본 것처럼 후다닥 도망가길래, 우왕 뭐지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여자들도 이 촬영에 속해있는 배우들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너무 예쁘다 했다. 안되면 이 여자들한테라도 이게 무슨 촬영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더욱 가까이할 수 없게 돼 버리고 말았다.

뜻 밖의 촬영 구경

  이후로도 역시나 잠자코 촬영을 구경했는데, 제일 처음 놀랬을 때가 정말 대박으로 연기를 잘했었는데, 그 이후에는 연기란 걸 알고 봐서 그런지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과장된 액션이 눈에 띄게 보였다. 촬영 내용은 남자 두 명이 길을 걸어가며 대화를 하다가, 한 남자가 손짓으로 신호를 주면 양갈래 머리의 여자가 숏커트를 데리고 도망을 가는데, 역시나 쇼커트는 왜 도망가는지 모르고 끌려가는 내용인 듯 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촬영에 대해 무덤덤한 일본인들이 더욱 신기할 따름이었다. 진짜로 유명한 작품이 아니라도 이 정도로 예쁜 여자들을 보면 힐끔거리기라도 할 텐데.

(촬영장면을 몰래 찍어봤다. 역시나 크게 봐도 잘 안보이네;;;)

캡처해도 모르겠네;;;;

  아무튼 촬영 내용을 알고 나자 카메라 각도가 보였고, 우리는 한동안 카메라 각도 안에 있었던 것이 부담스러워 좀더 구석진 곳으로 옮겨서 구경을 했는데, 그 여배우들도 우리가 서 있는 구석 쪽으로 와서 도망가는 장면을 다시 찍는 바람에 다시 앵글 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아니 감독 양반, 이럴거면 정식으로 섭외를 하라고! 그래도 자리를 옮긴 덕분에 그녀들을 마음 놓고 볼 수 있는 것은 참 좋았다. 내가 너무 쳐다본 건지 숏커트도 나를 가끔 힐끗거리며 쳐다봤다. 이렇게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시신경은 자율신경으로 바뀐 지 오래였다. 그렇게 이 곳에서의 촬영이 끝났고,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기는 것 같았다. 촬영 스텝과 출연 배우들이 이동을 하자 공원에 있던 일본인의 3분의 2정도가 빠져나가 갑자기 공원이 텅 비어 버렸다. 그들과 함께 우리도 따라 가고 싶었지만, 내일 떠나는 마당에 맛있는 것이나 더 먹자 싶어서 도톤보리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 일본 여배우가 생각이 나서 기억에만 의존해서 누군지 찾아보려고 했는데, 워낙 가진 정보도 없고 물어볼 사람도 없어서 결국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게 되어 여행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우리의 이동경로



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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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는 로밍을 해가지 않았다 [본문으로]
  2. 혹은 우리가 엉뚱한 곳에서 유로파무라라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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