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극을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다. 가끔 극본을 읽는 경우는 있지만 연극을 직접 보러 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커서 연극보다는 영화를 더 자주 봐왔다. 물론 연극도 나름 매력이 있다. 하지만 좀 유명한 배우가 나오거나 유명한 작품은 5만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으니, 대한민국 백만백수 중 1人인 나에겐 부담스러울 수 밖에. 하지만 여자친구님께서 연극을 좋아하셔서 이번에 맞이한 기념일에 연극을 보여주기로 했던 것이다. 3일간 부산에서 하는 연극들을 탐색한 결과 TV에서 본 적이 있는 '닥터 이라부'라는 연극을 알게 되었고 하루하루 마른 낙엽처럼 메마른 일상을 지내던 내게 웃음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에 예매를 했던 것이다.

 

  연극은 쉴 새없이 나를 웃게 했다. 나는정말 쉴 새 없이 웃었다. 일본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와 '인더풀'을 원작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각색한 이 연극은 '이라부'-전주 이씨다-가 있는 신경정신과 병원을 찾은 세 명의 환자들의 이야기를 3가지 에피소드로 엮어서 극을 전개해 나간다. 첫번째 환자는 '선단공포증'에 걸린 조직폭력배 '강철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선단공포증은 표쪽한 것을 극도로 무서워하는 정신질환으로 칼과 같은 흉기를 자주 다루어야 하는;;; 조직폭력배가 앓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재미나게 다루고 있다. 그 속에서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날카로움, 타인에 대한 무의식적인 공격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두번째 환자는 '자아과잉'현상을 보이는 행사도우미 '이해리'의 이야기로, 쉽게 말하면 공주병에 빠진 상태이다. 모든 남자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으로 믿고, 자신의 유일하면서 가장 강력한 무기를 외모라 믿으며, 그 때문에 알 수 없는 스토커로부터 공포를 느끼게 되고,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채 현실을 도피하려고만 하는 인물이다.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마지막 주인공은 '이선남'이라는 사람인데, 흔히 말하는 'yes man'이다. 자신의 주장을 잘 하지 못하고 남들 부탁은 다 들어주고, 언제나 '괜찮아'를 연발하는 그야말로 착한 善男이다. 그렇게 화 한번 내지 않고 무조건 다른 사람이 바라는 대로 다른 사람이 상처받을까봐 참으며 살아오던 그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음경강직증'이다. 그 남자의 그 곳이 계속 서있게 되어 버린 것이다. 즉, 그 곳이 '선 남'이 되어버린 것. 비뇨기과에 갔다가 원인이 정신적인 문제에 있다고 판단되어 이라부에게로 오게 된다.
  이런 환자들을 이라부는 특이하게 치료를 하면서 극의 재미는 더 높아만 간다. 그리고 이 연극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게 '마유미' 간호사. 난 정말 팬이 되어버렸다.ㅎㅎ 연극이 진행되는 내내, 그리고 엉뚱한 곳에서 갑자기 빅웃음을 터뜨려 버린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연극을 보시길.

  작품 소개를 끝으로 연극을 보면서 있었던 간단한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극중 '강철근'씨로 나오는 배우와 화장실을 같이 썼다는 점, 내가 본 연극은 위 사진처럼 3기 배우들이 연기를 했는데, 이 중 '강철근'역을 맡은 배우분이 만화가 고필헌씨와 닮았다는 점(물론 두 분다 잘생기셨다.), 연극 중 지적질을 당하는 영광을 받았다는ㅎㅎ 점 등이다. 참고로 '닥터 이라부'는 부산 AN 아트홀.red에서 현재 공연되고 있다. 혹시나 예매하신 분 중에 앞줄 중간으로 자리를 잡으신 분들은 목 좀 풀고 가시길.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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