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에서 본 북한의 모습

2008.11.29 00:59


  28일에 2008년 10월의 북한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추적 60분'에서 방송했다. 이른바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렸던 90년대의 최악의 빈곤기를 탈출한 후 변화된 북한의 모습을 담았다. 농사를 짓고 추수하는 모습과 올해는 그나마 작황이 좋은 모습들, 하지만 해주 지역에서는 거둔 농작물을 '조선의 심장'이라는 평양으로 보내기 위해 정작 주민들의 손에는 얼마 남지 않는 모습도 나왔다. 과거 일제시대의 소작농의 모습과 별반 다를게 없는 모습들.

  그래도 집단 농장에서나마 일을 하는 주민들은 좀 나아 보였다. 평양과 같은 도시 빈민들의 생활은 더욱 참담했는데, 90년도에 생겨나 우리에게도 충격을 줬던 이른바 '꽃제비'들은 그후 얼마간 줄어들다가 최근에 다시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방송에서 나온 인터뷰에서 그들의 사연도 다양했는데,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가 도망간 아이, 어머니가 집을 팔고 도망가 버려진 아이, 부모의 이혼 후 버려진 아이도 있었다. 현재 북한 사회에서는 이들 꽃제비들은 골치거리일 뿐 더이상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서 빈곤으로 인해 더 각박해진 북한 사회를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가족형 꽃제비도 늘어났다. 대부분은 빚때문에 보증으로 섰던 집을 뺐기고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인터뷰에서 한 북한 청년이 말했다. "누군가 죄짓고는 못 산다고 하는데, 빚 지고도 못삽니다." 라고.

  북한의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생활전선에 뛰어든다고 한다. 부모를 도와 장사를 하기도 하고 직접 물건을 받아와 내다 팔기도 한다고 했다. 그 외에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개학을 맞아 그들의 방학숙제인 '도토리 줍기'를 하기에 바빠 보였다. 6학년은 18개를 주워서 내야한다는 말에, 우스갯 소리지만 북한이나 남한이나 아이들에게 '도토리'는 중요한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북한에도 시장경제가 많이 침투해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여는 시장도 생겨났고 골목이나 마을마다 장이 선다고 한다. 심지어는 단속을 피해 야산에서 장이 열리기도 하며, 전단지로 팔 물품을 보여준 후에 창고로 가서 물건을 내온다고도 한다. 변화된 북한의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북한 당국에서도 단속이나 사상검열이 심해진다고 하는데, 북한 주민들도 더이상 순종적이지는 않았다. 단속관에게 대들기도 하고 싸우고 소리치는 모습에, 프로그램에 나온 전문가는 북한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과 회의감이 드러났기 때문에 최근들어서는 흔한 장면이라고 했다. 하긴 누구나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다른 것이 최우선이 될 수는 없으니까. 또 그만큼 북한 당국의 주민 통솔력도 많이 약해졌기 때문이리라.

  TV를 보면서 사투리를 쓰는 북한 주민이 참 친근하게 느꼈졌다. 정말 우리 민족이구나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다문화세계에서 민족이란 말은 어떻게 보면 무의미한 말일지는 모르겠으나, 이 지구상에 같은 말을 쓰고 같은 글을 쓰고 같은 정서를 가지고 있으며 같은 역사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들을 모른 척 할수야 있겠나. 나는 운이 좋아 여기에 태어나서 좋은 부모님 만나서 이 나이 먹도록 신세지며 편하게 생활하는데 저들은 북에서 태어났다는 사실때문에 음식쓰레기를 뒤져야 하고 버려진 조개껍데기에 남아있는 살을 떼서 팔아야 하고, 완장 찬 이들에게 무력하게 생계수단을 뺐겨야 하고. 특히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 4살인데 가판대에 앉아서 물건을 파는 아이, 어떤 오염물질이 있을지도 모르는 폐광에서 아무 장비없이 사금을 캐서 내다파는 것을 보면 새삼 내 팔자가 고맙다가도 안타깝고 참담함을 숨길 수가 없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개성공단도 중단하고 남북간의 육로도 막히고 경의선을 달리는 기차도 멈추었다고 한다. 군대에 가서 받았던 '정신 교육'이 생각난다. 우리의 주적은-물론 지금은 주적관이 바뀐걸로 안다-북한 주민이 아니라 북한의 노동당과 김정일이라고. 군대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어떤 누구도 북한 주민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이 마음에 안든다고 똑같이 대하지말고 '형'된 마음으로 남북간의 관계를 풀어갔으면 한다. 뭐 예전처럼 막 퍼주란 말이 아니라 '형'이 동생을 어루면서 이끌어 주듯이 현 정부가 그렇게 해결하기를.

바란다면 너무 큰 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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