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영화

영화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내 마음대로 해석

파란선인장 2012. 6. 11. 18:01
반응형

프로메테우스

― 제우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내줌으로써 인간에게 맨 처음 문명을 가르친 장본인. 그 죄로 벌을 받은 티탄(Titan)족

―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뜻한다.

― 흙과 물로 인간을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 (2012)

Prometheus 
7.1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누미 라파스, 마이클 패스벤더, 샤를리즈 테론, 로건 마샬 그린, 가이 피어스
정보
SF, 스릴러 | 미국 | 123 분 | 2012-06-06
글쓴이 평점  

 

※ 본 리뷰는 영화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런 분들은 영화 관람을 삼가시길 바랍니다.

1. 장어, 뱀, 오징어, 문어 같은 생물을 극도로 싫어하거나, 촉수물을 혐오하시는 분.

2. 영화에서 이야기가 완결되지 않으면 영화를 본 것 같지 않고 찜찜하신 분.

3. 제왕절개 수술을 앞둔 임산부.

★ 극장에서 보실 분들은 IMAX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탐사의 시작

  인간에 대한 고찰은 그 주체와 객체의 동일함으로 인해 언제나 한계가 있었다. 거기에는 해결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고, 이룰 수 없는 욕망이 존재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란 의문은 인류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고, 창조주와 같은 절대적인 존재를 가정해야만 나름대로 의미있는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그 믿음을 과학으로 증명하려는 고고학자인 '엘리자베스 쇼'(이하 '엘리')가 인류의 고대 유적에서 동일한 형태의 별자리를 발견하면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제안에 신의 영역에 가까이 다가섰다고 믿는 '웨이랜드'의 욕망이 부응하고 그의 막대한 재력이 합쳐져 '프로메테우스'라는 이름으로 탐사가 시작된다.

 

 홍보의 일종으로 만든 웨이랜드의 ted강의. cc를 누르면 한글자막을 볼 수 있다.

 

마주친 진실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도착한 행성에서 뜻 밖의 일들을 겪으면서 위기를 겪게 된다. 그들이 마주한 진실은 인류를 창조했다고 믿었던 '엔지니어'들이 인류를 말살하려 했다는 것이고, 그들이 도착한 곳은 그것을 위한 군사기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엔지니어'들은 어떤 사고로 그 군사기지에서 몰살을 당했고, 2000여년이 지나서 인류가 도착한 것이다. 무언가에 쫓기는 모습의 홀로그램과 엔지니어들의 시체에 남겨진 상처로 봐서는 아마도 그들이 만든 생물 병기에 스스로가 당한 것이 아닐까. 때문에 인류의 멸망은 피할 수 있었지만, 창조주를 만나서 그들의 오랜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던 일행들은 허탈할 뿐이었고, 그들이 인류를 말살하려 했다는 사실 앞에 분노마저 느끼게 된다.

 

그들은 왜 인간을 말살시키려 한 것일까

  정말로 그 엔지니어들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왜 말살시키려고 한 것일까. 그 전에, 그들은 왜 인간을 창조했을까. 흔히 창조는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다. 영화에서 인류가 '데이빗'과 같은 안드로이드를 만든 이유는 필요했기 때문이다. 또 무엇의 창조는 그것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데이빗'또한 '웨이랜드'가 인간에 아주 가까운 존재를 만들 수 있으니까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경우는 그것이 우연히 창조되는 경우이다. 아마도 인류의 창조는 그런 우연의 결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의 첫 장면을 떠올려 보자. 원시의 지구로 보이는 곳에 큰 원반모양의 우주선이 떠 있고, 그것을 바라보던 수도승 차림의 '엔지니어'가 검은 물질을 마시는 것을 보여준다.[각주:1] 그 검은 물질은 '프로메테우스' 탐사대원이 지하의 군사기지에서 발견한 그 유기물질일 것이다. 그것을 마신 엔지니어의 몸은 부서지면서 폭포아래로 떨어지고, 화면엔 그의 DNA가 부숴지는 것까지 보여준다. 그렇게 부숴지던 DNA들이 물과 만나면서 다시 재생이 되고 우리에게 익숙한 붉은 색의 세포가 생겨나 분열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런 장면으로 영화를 시작한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인류의 탄생은 그 누구의 의도도 아닌 우연이었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각주:2]

  어떤 이유로 지구를 찾은 그 외계종족들은 지구를 그들의 필요에 맞게 사용하려 하지만, 집단의 이익보다 도덕적 가치를 중시한 존재가 거기에 반대를 했고, 그에 대한 벌로 그 독극물을 마셔서 죽게 한 것은 아닐까. 아마도 이미 지구에는 어떤 생명체들(또는 원시 인류)이 그들만의 생활을 하고 있었고, 종족의 이익을 이유로 다른 행성의 생태계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주장했던 자였을 수 있다. 종족의 집단은 그의 죽음을 대가로 지구에서 철수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이러한 추측의 이유는 이 '엔지니어'들이 무턱대고 인류를 말살할 만큼 무자비하고 호전적인 종족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고도의 기술로 DNA를 파괴시키거나 숙주를 죽게 하는 생물병기를 만들 수 있었지만, 정작 그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는 이렇다 한 방어를 하지 못하고 도망만 치다가 몰살을 당했다. 그리고 피리 같은 악기를 불어서 우주선의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모습에서도 이들이 호전적인 종족이 아니라 오히려 선천적으로 평화를 지향하고 어쩌면 낭만적인 종족이 아닌가도 싶었다. 또 탐사대원들이 발견한 거대한 머리석상이 있는 장소도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인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것들을 종합해보면 물리적 기술이나 생명공학의 기술을 고도로 발전시켰지만 정신적인 가치 역시 중시하는 종족이라고 생각했다.

  첫 장면의 그의 희생으로 그 종족은 다른 행성을 찾으려 했을 것이다. 우주는 넓고 비슷한 행성을 찾으면 되는 문제였고, 그와의 약속도 지켜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그들과 같은 DNA를 가진 인류가 탄생하자 상황은 뒤바뀌고 인류를 말살시키기로 결정을 한다. 아마도 자신들과 같은 DNA를 가진 인간은 어떤 이유로 불만이거나 위협이 되었던 것 같다. 영화에서 '그들은 왜 인간을 창조하고 몰살시키려하는가'라는 엘리자베스의 물음에 대한 데이빗의 대답처럼 '말살시키고 재창조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왕이면 자신들의 필요에 부응하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서 몇 가지가 결여된 존재로 말이다. 우리가 로봇을 만드는 딱 그 이유처럼.

  그런 결정은 종족집단 내의 몇몇 소수자들의 반발을 샀을 것이다. 추측대로 정신적 가치를 중시하는 종족이라면 그런 결정은 몇몇에겐 신의를 저버리는 것으로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을 테고, 어쩌면 그 소수자들은 첫 장면에서 자신을 희생한 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이었을 지도 모른다. 이미 결정된 종족의 계획을 막을 힘은 없었던 그들이 스승의 DNA로 탄생한 인간들에게 문명을 전해준 것이 아닐까. 혹시나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켜서 그 위협에 대항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서. 그들이 인간에게 문명을 알려준 이유를 벽화를 그려 놓아 그 위협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또 군사기지에서의 사고는 그 시간을 벌기 위한 그 소수자들의 소행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소수자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종족원들은 먼 행성인 지구에서 사는 인류의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저 신의 가르침을 따르며 자신들이 맡은 일에 충실히 사는 존재들이 아니었을까. 영화의 말미에 웨이랜드와 데이빗과 엘리는 수면실에서 자고 있던 엔지니어를 깨워서 대면하게 되는데, 그들이 엔지니어를 보고 놀란 만큼 엔지니어도 인간을 보고 놀라고 또 흥미를 가지는 것처럼 보였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인간인 것인가, 우리와 많이 닮았군, 근데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지?' 뭐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데이빗을 통해 웨이랜드의 말을 전해 들었을 때만해도 자신들의 언어를 아는 모습에 대견스러워 하면서 불멸의 삶을 원하는 어리석은 인간에게 종교적인 또는 철학적인 가르침을 주려고 까지 하는 자상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데이빗이 인간이 아닌 인간의 피조물임을 알아차렸을 때는 놀라움과 함께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찮게 봤던 인간이 그들과 닮은 피조물을 창조하고, 불멸이라는 신의 영역의 일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어쩌면 그것을 실현시킬수도 있을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혼자라도 지구로 가서 인류를 말살시키려 했던 것이다.

  위 내용처럼 상상한 이유는 그 엔지니어라는 존재도 인간과 근본적으로는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전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DNA의 동일함으로 보여주는 근원적인 동질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인간을 없애려 한 것인지 모른다. 왜 그렇냐고 한다면 인간의 모습을 엔지니어에게 대입해보면 되지 않을까. 생김새도 다르고 문명의 발전 수준도 다르지만, 신의 존재를 믿고 궁금해하고, 신을 알 수 없다면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모습. 우주 어딘가에 인간과 같은 생명체 집단이 살고 있다면 우리는 어떨까. 당장 영화속에 저 데이빗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 인간과 똑같은 존재가 나타났다면 아마 인류도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하면, 너무 인간에 대해 회의적인가.

인간과 데이빗

  인간들은 그들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며, 신은 왜 그들을 창조했는가라는 물음에 답을 얻기 위해서 탐사를 시작했다. 영화 속의 그들은 그 해답을 얻지 못했지만, 영화를 본 우리는 '데이빗'이라는 안드로이드의 존재를 보면서 어쩌면 창조주와 인간의 관계는 인간과 데이빗의 관계로 유추할 수 있지 않을까. 위의 내용에 따르면 창조의 의도성과 결과에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해석을 얻을 수 있을 것같다.

 

 

  한편 데이빗은 인간의 감정은 이해하지만 느낄 수는 없는 존재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객관적인 관찰자로서 영화에서 존재하고 있다. 의미심장한 대사로 신에 대한 인간의 믿음, 경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한다. 탐사대원들이 수면실에서 자는 동안 데이빗은 엘리의 꿈을 훔쳐보면서 인간의 믿음에 대해서 흥미를 가진다. 그리고 자신이 믿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엘리에게도 흥미를 느낀다. 이런 믿음에 대한 흥미는 영화를 보는 장면에서도 나타난다. 어떤 군인이 촛불을 맨 손으로 끄는 장면이었는데, 부하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 뜨겁지 않냐'고 묻는 말에 '뜨겁지 않다고 믿으면 뜨겁지 않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었다. 로봇의 입장에서 실제로 뜨거운 것을 뜨겁지 않다고 믿음으로써 뜨겁지 않다고 느끼는 인간의 인지방식은 흥미로웠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믿음을 어리석은 것으로 대하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자신을 로봇이라고 무시하는 찰리와의 대화에서 나타난 냉소적인 태도에서도 그러하다. 창조주를 만나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찰리의 말을 듣고 그에게 생물무기의 유기물을 먹이는 장면에서는 냉소를 넘어 섬뜩하기까지 했다. 또 엘리에게서 십자가 목걸이를 가져가는 행동에서도 인간의 믿음에 대한 비웃음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찰리는 자신의 믿음 때문에 목숨을 잃었고, 엘리 당신이 그렇게 찾고자 했던 신이 인간과 별다를 바 없는 존재이지 않나, 당신들이 믿는 신은 없다는 의사표현을 목걸이를 가져오는 것으로 은연중에 하고 있는 것이다.

  '엔지니어'들의 사체를 보면서 '불멸은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에서도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만든 아버지는 불멸의 삶을 얻기 위해서 그 먼 우주를 날아서 이들을 만나러 왔는데, 이들도 불멸은 아니다. 불멸이 아닌 존재들에게 불멸을 원하는 불멸하지 못하는 인간. 이런 인간에 대해서 데이빗은 '모든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기를 바란다'는 그의 대사처럼 인간의 어리석음을 진하게 비웃으며 자신이 언제가는 인간을 뛰어 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이빗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믿음과 욕망에 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믿음과 욕망이 만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웨이랜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처럼, 결국 '얻어낸 것은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

 

 

 

믿음은 증명되는 순간 사라진다.

  모든 사건이 끝나고 데이빗을 찾은 엘리는 목걸이부터 찾는다. 그녀의 믿음은 '엔지니어'라는 존재들로 인해 증명된 순간 종료되었었다. 그러다 그 증명을 부정하면서 다시 믿음을 찾게 되고 그것은 목걸이라는 메타포로 표현되었다. 그녀의 믿음에는 신은 존재한다는 믿음과 그것을 과학으로 증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것은 믿음이기도 하고 의지이기도 해서 그녀는 결코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영원히 증명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그녀는 또 어떤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인가. 에이리언으로 치환되는 생물병기의 탄생은 또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인가. 어서 또 멋진 이야기와 영상으로 후속편이 나오길 바란다.

 

 

 

 

 

  1. 그 모습에서 어떤 비장함을 느꼈다. [본문으로]
  2. 또는 인간의 탄생이 의도적인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절대자로서의 범우주적인 신의 의지 혹은 자연의 의지가 아닐까. [본문으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