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축제의 밤.

파란선인장 2009. 4. 1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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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 스캔을 맡겼는데, 문제가 생겨서 다시 사진관으로 향했다. 그때 시각이 밤 9시 30분을 넘겼던 걸로 기억한다. 사진관은 대형 마트 안에 위치해 있었다. 밤이었지만, 대형마트는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불경기라는 말은 뉴스에서나 떠드는 말이었던가. 분명 나에게도 해당됐는데, 이곳은 그 모든 현상이 거짓임을 보여주는 듯 하다. 카트를 끄는 부부들, 웃음이 떠나지 않는 아이들, 사이 좋은 모녀와 인자한 아버지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그 곳에서 나는 외려 외로웠다. 어떤 거대한 소외가 나와 그들 사이에 끝이 없는 낭떠러지를 만들고만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모두 들떠 있었다. 오늘부터 시작된 축제로 분위기에 휩싸인 그들은 너도나도 '행복해'라는 세글자를 얼굴에 적어 놓고 다녔다. 신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들, 한껏 멋을 부린 여중생들,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부모들. 한 발만 내딛으면 닿을 수 있는 저쪽 공간으로 건너갈 용기가 내겐 없다. 아니, 그들과 내가 한 공간에 속해야 할 어떤 이유가 없었다. 

 '펑!'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폭죽이 터졌다. 여기저기에서 함성이 들렸고, 일제히 카메라들이 허공을 향했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밤하늘을 밝히는 폭죽. 그 잠깐의 화려함에 사람들은 넋을 잃고 함성을 지르며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었다. 불꽃으로 환해질 때마다 그들의 표정도 환해졌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수십 발의 폭죽이 다 터진 시간은 5분도 되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의 집으로 발길을 돌렸고, 나도 집으로 돌아갔다. 수만명의 행복속에서 나 하나의 존재는 의미조차 없어 보였다. 알수 없는 미소들을 띄운 사람들. 알 수 없는 행복감에 도취되었던 축제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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