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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나케 떠난 오사카 여행 – 11 먹어서 망한다? 망해도 먹는다!

파란선인장 2015. 8. 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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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바 맛보기

2015년 4월 12일 오후 5시

  유니버셜 시티에서 JR을 타고 오사카역으로 갔다. 이는 해리포터 입장권과 익스프레스 티켓을 구매할 때 '여행박사'에서 선물로 받은 JR티켓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사카역에서 내린 후 지하철을 타고 난바로 오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한 채로, 이제 돌아다니는 일정은 끝이구나 하는 마음에 약간 긴장이 풀어져 있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JR을 이용해서 오사카에서 난바까지로 이동하려면 중간에 이마미야역에서 환승을 해야 했는데, 열차가 이마미야역에 서지 않았고, 안내방송으로 이마미야역을 기다리고 있다가 정신을 놓은 우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부랴부랴 텐노지 역에서 하차한 후, 다시 난카이 선 열차를 타고 난바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놔두고 조금 쉬었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도톤보리로 나왔다. 사실 오사카는 '먹어서 망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의 천국으로 유명한 곳인데, 여기 온 이후로 우리는 그 동안 먹는다고 먹었지만, 영 만족스럽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오사카의 명소를 돌아다닌 것도 좋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벌써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우리는 약간 초조했고, 오늘 밤에 그 동안 못 먹어본 음식과 그래도 오사카에 왔다면 먹어야 할 음식들을 선정해서 먹어보기로 했다.

또 다른 라멘 맛집, 이치란!

오후 6시

  부실한 사전정보로 도톤보리의 맛집을 모두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며칠 다니다 보니 어디가 맛집인지 대충 눈치로 알 수 있었다. 그 중에서 그 동안 눈 여겨 본 곳 중 한 군데가 '이치란'이라는 곳이었다. 우리는 이곳이 어떤 가게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다만 매일 저녁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꼭 한 번은 여기서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름 이른 시각이었는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았는데, 테이블 회전 속도가 느린 건지 대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줄을 서 있는 동안 밖에 나와서 줄을 정리하는 직원이 종이를 나눠주었는데, 대충 면류의 음식을 파는 곳 같았다. 그 종이에는 자신의 취향에 맞게 양념의 비율을 정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우리는 뭘 모르므로 그냥 기본이나 보통으로 선택했다.

어떤 곳인지 되게 궁금했었던 이치란. 알고보니 라멘가게


기다리면서 찍어본 도톤보리의 오래된 목조다리

이치란 주문지 앞면

주문지 뒷면

  드디어 우리도 건물 내로 입장을 했다. 먼저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각주:1] 실내로 들어가 보니 여기는 다름 아닌, 얼마 전 티비에서도 본 적이 있는 1인 전용 라멘 식당이었다. 고작 라멘집에 이렇게 사람들이 매일 줄을 섰단 말인가 하는 실망과 동시에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하는 기대와 의문이 생겨났다. 나와 동생이 지정된 자리로 이동해 라멘 티켓과 양념 주문지를 칸막이 너머에 있는 직원에게 건네주고 얼마 후 드디어 라멘이 나왔다. 각 좌석이 칸막이로 나뉘어져 있어서인지 음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먼저 국물부터 마셔봤는데, 이럴수가! 진하면서도 깔끔한 육수의 맛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돼지고기 육수와 닭고기 육수를 혼합한 것 같았는데, 솔직히 킨류 라멘보다 더 맛있었던 것 같다. 면의 식감도 나쁘지 않아서, 이렇게 맛있을 줄 알았다면 면 사리를 추가할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치란 내부. 저렇게 칸막이가 쳐져있어 흡사 독서실에 온 듯.

라면 대기중

먹음직스러운 이치란 라멘.


오사카 명물 꼬치튀김

오후 7시 10분

  이치란을 나와서는 '쿠시카츠 다루마'라는 일본식 꼬치튀김을 파는 곳에 들어갔다. 이 가게는 킨류라멘 앞에 위치하고 있는데, 가게 앞에 꼬치튀김을 들고 서 있는 아저씨 모양의 인형이 지나다닐 때마다 항상 눈길을 끌었다. 거기다가 여기도 항상 사람이 많아서 꼭 들어가 봐야지 하는 곳 중에 한 곳이었다. 어떤 아저씨가 대기하는 사람들에게 미리 메뉴판을 나눠주고 있었는데, 우리 앞까지만 주고는 그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언어도 안 통하고, 그냥 들어가서 어떻게든 시키겠지 했는데, 자리에 앉고 보니 한글로 된 메뉴가 있었다. 세트 메뉴도 있었지만, 그냥 먹고 싶은 걸로 낱개로 주문하기로 했다. 먼저 휘레랑 새우, 빙어를 시켰다. 마실 걸로는 츄하이란 것이 맛있어 보여서 그걸로 하나씩 주문을 했다.

킨류라멘 간판의 용을 이때 처음 보았다.;;;


간촐한 테이블 세팅

음료같던 술 츄하이. 진짜 술이었던 건지 아직도 확실치 않다.

  음식은 튀겨서 바로 나오는 데, 우리가 주방과 맞닿아 있는 바에 앉아 있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음식은 빨리 나오는 편이었다. 튀김과 함께 양배추를 주는데, 이 양배추는 양념장을 덜 때 쓰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위생관념이 철저해서 양념장에 처음에 한 번만 꼬치튀김을 찍어 먹어야 하며, 두 번은 안 된다고 한다. 두 번 이상 양념을 찍어야 할 때는 널찍한 양배추 잎에 양념장을 덜어서 먹어야 한다고. 그냥 중국집처럼 각자 빈접시에 양념장을 그때 그때 따라 먹으면 안되나 싶었지만, 어쨌든 그게 여기 예의라니 따르는 것이 맞겠지.

왼쪽부터 빙어, 새우, 휘레(안심)

발간 휘레의 속살

  시원한 츄하이와 꼬치튀김은 정말 궁합이 잘 맞았다. 우리의 용량에는 모자란 감이 있어서 추가로 더 시켰는데, 다루마 도톤보리점 한정 메뉴라는 도미튀김과 오리훈제튀김을 더 주문해서 먹었다. 신발도 튀기면 맛있다는데, 도미와 오리훈제고기를 튀긴 것은 어땠겠나. 정말로 맛있었다. 진짜 너무 맛있었다. 조금 더 먹을까 하다가 이후에 먹을 음식들을 생각해서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왼쪽부터 도미, 오리훈제

오꼬노미야끼

오후 10시

  라면에 튀김까지 먹으니 은근히 꽤 배가 불러서 소화도 시킬 겸 유로파무라와 아메리카무라를 돌아 다녀본 후(이때의 일은 이 다음 편에서 쓰기로), 다시 도톤보리로 돌아와 오꼬노미야끼를 먹기로 했다. 오꼬노미야끼의 유래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에서 오사카 음식에 대해 소개하는 어떤 책에서 본 내용이 기억에 남아 있다. 그 책에서 본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꼬노미야끼는 50년대부터 오사카 지방에서 생겨난 요리로 역사가 짧은 요리라고 한다. 그 기원은 한국에서 건너 온 재일 동포들의 전 음식에서 발전하여 여러 가지 재료들이 더해지고,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도 여러 방법이 더해져서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것이 오늘날의 오꼬노미야끼라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서 몰랐고, 이런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오사카까지 온 만큼 이것은 꼭 먹고 가야할 것 같았다. 혹시라도 늦어서 문을 닫을까봐 서둘러 도톤보리에 있는 오꼬노미야끼 가게를 찾아 돌아다녔다.

  그러다 한 가게를 발견했는데, 건물이 커서 괜히 비싼 곳이 아닐까 싶었지만, 마지막이고 하니 그냥 먹자 해서 기다린 가게가 '치보'였다. 뒤에 알아보니 이곳이 유명한 맛집이었는데, 그 때 당시에는 전혀 그런 지식이 없었다. 다만, 우리 바로 앞에 대기하던 그룹이 4명의 한국 여성인 걸 보고, 여기가 맛집이겠거니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여기도 도톤보리점에서만 판다는 도톤보리 메뉴가 있어서 그걸로 주문하면서 맥주도 한 잔씩 주문했다. 그래도 일본에 며칠 있었다고 '삐루, 니'라고 주문했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이 뭐라고 하냐면서 어이없어 하길래, 일본어로 맥주가 '삐루'라고 '니'는 두 개라고 막 아는 척을 했다. 며칠 일본에 있었다고 주워 들은 일본어들이 학습이 된 것인지, 그 동안 아는 일본어라고는 기모찌니 야메떼니 하는 것 밖에 없었는데,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말들을 배운 것 같아 조금은 뿌듯했던 것 같기도 하다.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실제나온 음식의 모양은 입구에 있던 메뉴 모형과는 달라서 살짝 실망하기도 했지만, 일단 맛있으니까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기대에 차서 먹어본 오꼬노미야끼는 예상 외로 달달한 맛이 났다. 가쓰오부시 특유의 향으로 시작해서 양념의 부드러움과 달달함과 함께 두께와 온갖 해산물과 야채에서 느끼는 식감이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오꼬노미야끼를 한 입 먹은 후 시원한 맥주까지 마셔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매우 맛있었지만, 한 편으로 작아지는 오꼬노미야키를 보고 있자니 아쉽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의 먹방이 끝나가고 있었다.

오꼬노미야끼 위에서 꿈틀대는 가쓰오부시

앞접시에 덜어 와서 근접촬영

포만감과 아쉬움이 가득했던 밤

  거기서 끝인 줄 알았던 우리의 먹방은 호텔에서 다시 시작되었다. 전날 늦게 와서 못 먹은 라멘을 오늘밤엔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 생맥주까지 마실 수 있어서 맥주와 라멘으로 최후의 만찬을 가졌다. 라멘은 인스턴트식으로 스프 같은 것을 넣은 것인지, 인공 조미료 맛이 났지만, 그것대로 또 맛있었다.

  이대로 잠들기는 아쉬웠지만, 이미 시간이 늦었고, 배도 불렀다. 오늘 밤 먹은 음식들이 하나같이 다 맛이 있어서, '먹어서 망한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전히 오사카에는 많은 음식점들이 있었고, 우리는 그 중에서 정말 조금, 남들 다 먹어보는 기본적인 음식들만 먹었는데도 이렇게 만족스러우니, 본격적으로 먹는 것에만 목적을 두고 오사카에 오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때는 망해도 먹을 정도로 더 많은 음식들을 먹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는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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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킨류와 같은 자판기 판매 방식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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