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casting/우물쭈물 사는 이야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투표해요.

파란선인장 2010. 6. 1.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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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후면 투표일이다.

 고대의 그리스에서 자국 남성들만이 가질 수 있었던 투표권이 오늘날과 같은 보통선거제, 즉 모두에게 동등한 투표권을 주기까지는 수천년이 걸린 셈인데, 물론 그 과정에서의 투쟁과 혁명, 거기서 흘린 땀과 피가 거름이 되었음을 잊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짧은 근현대사 속에서도 선명하게 확인할 수 있기에 우리가 가진 한 표가 소중한 것이며, 우리는 우리의 이 신성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은 무슨.

 공식 선거기간이 시작된 이후로 울려대는 확성기 소리가 이제 이틀 후면 사라진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다. 알아듣지도 못할 괴성으로 꽥꽥되질 않나, 주구장창 노래만 틀지를 않나. 관심을 가지고 어떤 내용인지 들어 보면 그냥 '무조건 ㅇㅇㅇ당이야~♬' 혹은 '아들아~ ㅇㅇㅇ 뽑아줘야지~♪' 라는 둥의 개사한 노래만 주구장창 틀어대고 있으니, 왜 자신들이 당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으니. 그저 소음공해만 일으킬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하기 위해 집으로 날라온 홍보전단지를 훑어 봤다. 나름 '메니페스토' 정치를 실현하고자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자 했다. 그런데 후보자들마다 큼직큼직한 공약들은 다 비슷했다. 여기서 본 공약이 저기도 있고, 이슈가 되는 공약들-이를 테면 무상 급식같은 건데-은 모두가 자신이 먼저했고, 실천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래선 병역사항만으로 후보자를 가려야 할 판.

 그렇다고 당만 보고 찍는 것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여당을 찍짜니, 나라가 개쓰레기가 될 것 같고, 민주당을 찍짜니, 너무 '노무현'이미지만 들이미니까, 또 그것도 꼴뵈기 싫고. 무소속으로 나온 사람들은 다 여당의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고. 당선되면 다시 들어갈 거 아냐? 나머지 후보들은 너무 뜬구름 같은 공약들만 내세우고 있고. 투표를 안하기도 그렇고 하자니 뽑을 사람이 없고. '눈 뜬 자들의 도시'처럼 백지투표?




 삽입한 노래는 UMC의 'bullet'이란 노랜데, 처음에 이 노래를 들을 때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나라 정치가 이따위로 된 걸 너무 유권자들에게만 돌리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정치인들이 국민을 속이는데 유권자라고 별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한동안 생각해봤더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고,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된 나라인데, 이런 나라에서 정치가 개판인건 어쩌면 국민 탓인게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가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우리나라는 정치빼고 다 잘해'라는 글들이 자주 보이는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수준은 곧 그나라 국민 수준이라고 생각해보면, 저렇듯 당당하게 적을 수 있을까 싶기도.

 그래서 부끄러워서라도 선거에는 꼭 참여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한다. 정치판이 개판이면 그걸 바꿀 수 있는 힘은 우리의 투표권에 있다고 믿으며. 

근데 솔직히 복잡하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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